신작게임, ‘신토불이’로 홍보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

게임도 '국산'을 외치나
2019년 10월 07일 23시 18분 07초

이제는 게임도 '국산'임을 홍보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일까.

 

하루에 접하는 수십 건의 보도자료 중 최근 적잖은 충격을 준 보도자료가 있었다. '위더스게임즈'라는 중소개발사에서 '사신: 세상을 지키는 신들의 이야기'라는 게임을 원스토어에 출시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머리글에 '순수 한국 기술로 4년간 개발'이라는 문구가 굵게 명시되어 있었다. 중국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품에 ‘신토불이’라는 말은 어색하지 않다. 실제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 나온 식품을 먹는게 더 건강하다는 연구자료도 많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디지털콘텐츠, 그 중에서도 게임은 '신토불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을 강조하면서 등장한 게임이 있다는 것이 서글펐다.

 


위더스게임의 보도자료 중 일부

 

사실 필자도 게임 이름만 봐서는 중국 게임인 줄 알았다. 개발사의 이름이 생소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같이 잘 알려진 회사가 보내온 보도자료였다면 달리 생각했을테지만, 처음 들어보는 개발사의 이름에 '아 또 그냥 그런 중국 게임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인식은 강하지 않았다.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활개를 치기 시작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회사명에 게임 이름에 한문이 들어갔다면 자연스레 중국 게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청량', '여명', '촉산', '검협', '파천', '강림', '원정', '풍신', '신강호', '궁정계', '검은강호' 등 중국 게임들의 이름을 보면 '사신'도 그들과 함께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발사가 네이밍에 신중을 기하지 못했다는 평은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중국 게임들이 혼재하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국내 중소/신생 개발사들은 '우리 게임은 국산'임을 강조해야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중국 게임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반증이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 출시 된 중국 게임들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불렸던 국산 게임이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을까. 세계 최초의 MMORPG를 만든 대한민국이고 해외 유수의 게임사들도 한국은 세계 최고의 게임개발 능력을 가졌다고 극찬한게 몇 년 전이다. 게다가 중국의 게임업체들이 한국게임의 기술력을 부러워하던 시절이 얼마 전인데... 우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지금의 상황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잘못이다. 나라에서는 게임을 죄악시 했고 게임업계는 돈 벌기에 급급했다. 게이머들도 여전히 양산형 게임을 선호했다. 셧다운제, PC 온라인에 국한 된 결제 한도로 인해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국내 게임산업에 허리가 사라졌고 신생게임업체 찾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최근에는 PC 온라인게임의 성인 월 결제 한도도 폐지됐고 국가에서도 게임을 '진흥'의 시각으로 달리 보기 시작했다. 특히 e스포츠 산업에는 국가가 두 팔을 걷어부치고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여기에 '풀뿌리', '허리'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면서 게임잼이나 인디 게임 활성화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서글픈 현실을 인정하고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한국 게임산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우쭈쭈♡ / 2,638,131 [10.09-12:35]

저 이미지만 봐서는 딱히 차별성은 없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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