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 기아, 이제 그들의 시대는 갔는가

담원은 왜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을까
2022년 03월 11일 10시 52분 20초

2년의 시간 동안 LCK를 호령하며 신계에서 절대 강자의 모습을 지켰던, 그리고 롤챔스 2년 연속 결승전에 진출했던 담원이 이제는 인간계로 내려왔다. 

 

물론 아직까지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LCK에서 이제 담원의 강력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3위라는 자리, 최근의 담원에게는 매우 어색한 등수이기는 하다.

 

칸과 봇 듀오가 팀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담원에게는 캐니언과 쇼메이커라는, 최강의 카드 두 장이 남아 있지 않은가. 1위는 힘들더라도 2위 정도는 해야 맞는 것 같은데 말이다. 과연 담원 기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해결책은 존재하고 있을까.

 


 

- 언제나 발목을 잡는 탑

 

담원이 우승을 차지했던 두 시즌 간 담원의 핵심은 뛰어난 상체 라인이었다. 20 시즌 ‘너구리 – 캐니언 – 쇼메이커’ 로 이어지는 라인과 21 시즌 ‘칸 – 캐니언 – 쇼메이커’ 라인은 가히 전 세계 상체 라인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그만한 결과도 따라왔다. 

 

하지만 너구리에 이어 칸마저 은퇴 수순을 밟으면서 담원의 탑은 임자 없는 땅이 됐다. 그러한 만큼이나 팬들 입장에서는 과연 담원이 어떤 선수를 탑으로 기용할 지 의견이 분분했고, 과연 담원에서 이룰 것을 모두 이룬 캐니언과 쇼메이커가 담원에 남아줄지도 관심 가는 부분이었다. 

 

그나마 모든 선수를 잡기는 사실 상 어렵고, 바텀 라인은 21시즌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기에 고스트와 베릴은 남으면 좋지만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기자 역시 바텀 라인은 포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한 만큼 담원 팬들의 관심사는 캐니언과 쇼메이커가 남아 준다는 가정 하에 탑에 어떤 선수가 오는가였고, 때마침 펀플러스에서 나온 너구리나 21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기인을 영입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염원했던 너구리의 안식년 선언으로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확실히 담원이 너구리의 영입 의사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어쨌든 그 이후 담원은 상급 또는 준수한 탑 자원을 영입하기 보다는 가능성 있는 버돌과 호야를 영입하며 ‘둘 중 하나만 터져라’ 식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한 대로 바텀 듀오 역시 팀을 떠났고 말이다. 

 

하지만 스프링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러한 시도는 대 실패로 끝났다. 먼저 스타팅 멤버로 출전한 호야는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3일차 경기 만에 중간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고(이후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버돌 또한 호야보다 나은 탓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지 담원이 생각한 만큼의 포텐을 터트리지 못했다. 

 


호야의 첫 선택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그나마 호야와 달리 완전히 바닥은 아니라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인 상황이었다고 할까. 경기를 진행하면서 점점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담원의 전투력 하락은 이처럼 탑에서 엄청난 구멍이 생겨 버린 탓에 담원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하나의 이유다. 기존 담원의 라인전은 단단하면서도 공격적인 상체와 경기를 버텨 주는 하체의 조합이 일품이었으나 탑 라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최근 2년과 같은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말 그대로 플러스 요인이었던 탑이 마이너스로 변화하면서 그 만큼의 팀 전력이 하락한 것이다.

 

- 그들이 간과한 것, 오랜 시간 함께 한 경험에서 나오는 ‘시너지’

 

여기에 단순히 탑 전력만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캐니언의 시너지는 쇼메이커와 연계하며 상체를 단단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체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탑 라인의 열세로 쇼메이커가 고립되고 상대적으로 여유도 줄어들게 되자 하체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쇼메이커 역시 팀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 초 중반 다양한 모션을 취하기 보다는 라인전을 통해 CS 수급 위주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캐릭터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나는데, 15분 CS가 CS 괴물 쵸비 다음이고, 얼마 전 젠지와의 경기에서는 오히려 CS로 쵸비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 시즌 시작부터 15분 지점까지 꾸준하게 CS를 획득하는 최고의 선수이기도 하다. 

 


쇼메의 최근 플레이 스타일은 확실히 작년과 다르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이전 담원의 모습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게임 초반 쇼메이커의 성장이 강제되고, 아군 탑 라이너의 지원도 약해졌다. 

 

그만큼 캐니언 역시 쇼메이커를 케어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는데,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쇼메이커가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게 되면서 세체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20,21 시즌의 환상의 모습을 펼치기 어렵게 됐고, 게임 초 중반 잘 죽지 않던 21년의 모습과는 달리 경기 초 중반 간간히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플레이도 무난해졌고, 과거와 같이 경기를 캐리하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됐다. 쇼메이커 개인의 폼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 현재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국가대표 선수로 많이 거론되지 않는 것 역시 이러한 팀의 상황에 따른 변화된 운용이 큰 몫을 차지한다. 단순히 쇼메이커의 실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농심 레드포스에서 새로이 영입한 덕담과 켈린 듀오는 충분히 제 값을 해 주고 있는 실정이고 고스트와 베릴의 빈 자리도 어느 정도 채워 주고 있어 크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오히려 덕담의 경우는 농심 시절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듯한데, 이것이 바로 캐니언 효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농심에서 영입한 바텀 듀오는 기대한 만큼 이상은 해 주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간 나름의 ‘순혈’ 구조였던 담원 기아의 선수 구조에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는 부분이다. 

 

2017년 창단해 2018년 말 2군리그 우승으로 LCK에 올라온 시즌부터 너구리와 캐니언, 쇼메이커 및 베릴은 팀에 함께 했고, 같이 놀라운 역사를 써 나갔다. 

 

이러한 팀웍은 누군가가 행동을 할 때 이것이 어떤 것과 연결 될 지를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이고, 단순히 팀원이 ‘내가 갈게’ 라는 말을 하는 것 만으로도 이후 어떤 움직임을 할 지를 알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마치 직장 상사가 무슨 일을 하다가 자신을 쳐다보면 무엇이 필요할 지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비서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할까. 멀뚱히 ‘네?’ 라고 하는 눈빛으로 상사를 쳐다보는 직원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또한 3년 이상의 시간을 같이 플레이 하며 서로 간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한계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사소한 버릇까지 인지하고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였다. 이는 급박한 상황에서 개별적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러한 메리트가 베릴이 나가고 캐니언과 쇼메이커 외에 다른 선수들이 새로운 뉴 페이스로 채워지면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아마도 캐니언과 쇼메이커는 지난 4년 간의 상황과 달리 많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집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훈련소로 끌려간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여기에 팀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서포터 베릴이 떠난 것은 더더욱 큰 영향을 끼쳤다. 단순한 서포팅 능력이라면 넘어갈 만하지만 말 그대로 베릴은 캐니언과 쇼메이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다. 고스트야 이들과 같이 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원딜은 공격에 특화되어 있어 빈 자리를 다른 공격으로 메꿀 수 있지만 서포터는 다르다. 이들이 좋아하는 입맛대로 구도를 만들고 최대한 유리한 상황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 베릴이 빠지면서 이러한 ‘맞춤형 움직임’ 도 기성복이 되어 버린 셈이랄까. 

 

단순히 탑 라이너 너구리 대신에 칸이 들어왔을 때도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을 팀웍을 맞추는데 힘을 쏟았다. 그런데 서포터가 바뀐다? 이는 모든 상황에 그간 하지 않아도 될 설명을 해야 하고 전처럼 의사 소통을 하다가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베릴의 실력에 상관 없이 이미 베릴이 이탈함으로 인해 담원의 전력이 상당 부분 손실 되었다는 거다.

 


베릴은 현재 DRX에서 나름 좋은 폼을 유지중이다

 

사실 선수 개개인의 실력만 놓고 본다면 T1은 몰라도 담원이 젠지에게 비비지 못할 것도 없다. 먼치킨 캐니언의 존재와 쇼메이커는 젠지 듀오에게 분명 앞서 있는 실력이고 바텀라인의 차이도 크지 않다. 탑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해도 현재만큼 수준 차가 벌어질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베릴의 이탈이 그만큼 크게 작용했다는 말과 같다.


- 홀로 고군 분투중인 캐니언

 

최근 담원 경기에 캐니언만 집중적으로 보이는 이유도 담원의 상황에 기인한다. 탑은 현상 유지만 바라는 상황이고, 바텀 라인은 균형을 잡는 것 만으로도 여력이 없다. 그런가 하면 미드는 탑과 고립되어 게임 초반 성장에 힘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캐니언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활동 폭이 좁아지게 되고 이를 캐니언이 풀어나가는 상황이 연출된다. 결과적으로 캐니언만 보이는 게임 양상이 되는 것이다. 

 

특히 현재 캐니언의 실력과 폼이 최정점을 찍고 있다 보니 놀라운 플레이로 게임을 캐리하고 막힌 혈을 뚫는 신 들린 플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현재 많은 이들이 캐니언에 감탄을 하는 이유가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하다. 

 


현재 캐니언은 완전체 그 자체다

 

그러한 만큼이나 캐니언의 POG도 14경기를 치른 3월 초를 기준으로 1300점, 이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POG가 세트를 승리하는 팀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담원이 지금까지 거둔 22세트 중 13세트, 60% 이상을 캐니언이 캐리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연하지만 POG를 받지 못한 세트 역시 캐니언이 다 한 경기가 상당히 많다. 

 

- 해결책은 있을까

 

담원의 문제점은 현재 명확하고, 어찌 보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명확하다.

 

일단 담원의 모든 라인에 과부하를 주고 있는 탑 라이너의 신규 영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머 시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는 사실 원인은 알지만 해결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기는 한데, 이미 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좋은 대체 자원을 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서로간에 호흡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적응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현재의 버돌을 그대로 기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휴식기 동안 실력이 많이 저하되지 않은 상태의(로 가정하고) 너구리를 영입하는 것. 물론 이 일은 너구리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일도 아니지만 만약 성사만 된다면 분명 서머 시즌에서는 재미 있는 경기가 펼쳐질 듯 하다.

 

이 분만 다시 오신다면 상당 부분 해결이 될 것도 같은데…

 

다만 현실적으로 본다면 서머 시즌까지 엔트리 변경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에 팀웍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강팀에 대처하는 전술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서머 시즌 초 호야의 기용에, 준비 없이 등장한 버돌로 인해 패배한 농심 레드포스 전을 제외하면 담원의 패배는 T1과 젠지, DRX 등 상위권 팀에 몰려 있고, 중하위권 팀에게는 모두 승리했다. 이는 버돌 탑 기용으로도 중위권 이하의 팀들에게는 충분히 먹힌다는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버돌로 상위권 팀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면 보다 성적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뭐 말처럼 쉽게 해법이 나온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집 나간 베릴을 다시 잡아 오던가, 최대한 빨리 팀웍 향상을 이루는 수 밖에 없다. 힘들겠지만 이것이 담원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어쨌든 올 시즌의 담원은 그 자체의 명확한 문제로 인해 더 이상의 성적 향상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캐니언의 최고 전성기를 이렇게 낭비하는 것이 상당히 아쉽지만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다면 이번 시즌은 스프링이던 서머 시즌이던 중상위권이 현실적인 기대치다.  

 

그렇다면 과연 내년은 어떨까. 적어도 캐니언과 쇼메이커가 내년에도 담원에 남아 주고 준수한 탑 자원을 영입한다면 담원은 여전히 우승 후보다. 하지만 담원의 핵심 캐니언이 담원을 떠난다면? 담원의 또 다른 우승은 향후 몇 년 간 다시 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담원이 다시금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보고 싶은 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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