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리뷰] 엘든링:황금 나무의 그림자, 복합적이었어도 즐거웠다

500만 돌파한 DLC
2024년 06월 28일 07시 37분 05초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유통하고 프롬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오픈필드 액션 RPG '엘든링'의 DLC '황금 나무의 그림자'가 출시 후 약 1주일을 향하고 있다.

 

황금 나무의 그림자는 엘든링 본편에서 별 부수는 라단과 피의 군주 모그를 쓰러뜨린 뒤에야 진입할 수 있는 대규모 스토리 DLC다. 신규 무기군과 많은 숫자의 무기 및 기도, 새로운 보스들과 고유 강화 시스템 등 그간 엘든링을 박박 긁어먹던 팬들에게 단비같은 신규 컨텐츠의 보급이었다. 출시 직후 메타크리틱 스코어 95점, 스팀에서의 유저 리뷰 평가도 무난하게 괜찮은 편이었지만 27일 이전 부정적 단계로 떨어지기도 하고 27일 저녁까지는 스팀 리뷰 기준 복합적 단계에 머물렀지만 오후 11시경 대체로 긍정적 단계까지 리뷰 평점을 힘겹게 회복했다.

 

이번에는 출시 후 시간도 지났으니 풀 스포일러를 담아 DLC 황금 나무의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한다.

 


이미 클리어해 일부 스크린샷은 지인을 통해 제공받았음을 알린다.

 

■ 매력적이었던 동료들

 

DLC인 황금 나무의 그림자의 스토리는 엘든링 본편에서 행적이 불분명했던 반신 미켈라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만 플레이어는 미켈라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미켈라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그림자의 땅으로 향해 미켈라의 행적을 좇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확인된 부분 중 사전 리뷰 당시와 정식 출시 이후의 차이라면 피의 군주 모그를 처치하고 그 보스룸에서 미켈라의 고치의 삐져나온 팔을 만지는 것으로 그림자의 땅에 향하는 방식이 모그의 보스룸에서 침의 기사 레다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미켈라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미켈라를 따르는 침의 기사 레다나 노장 안스바흐, 적사자 프레이야, 무아, 티에리에, 낙엽의 단이나 그림자의 땅에서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뿔인간, 에이곤, 고룡 플로삭스 같은 등장인물, 그리고 적대하거나 협력하기도 하는 밤의 기사 욜란이나 적대하지만 선택에 따라 영체 또는 무기를 받아낼 수 있는 불의 기사 퀼라인 같은 다양한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매력적인 서사를 지닌 것은 아무래도 DLC의 메인 스토리와 맞닿은 미켈라 추적대의 면면이다.

 

추적대 멤버들 중에서도 다소 비중이 애매하고 아쉬운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켈라가 지닌 매료의 힘에 의해 따르는 것이 아닌 맹목적일 정도로 미켈라를 따르는 침의 기사 레다는 단순한 충성심에서 그치지 않고 광적인 충성으로 함께 하던 동료들의 변심을 두려워하여 그들을 직접 숙청하러 나서는 면모를 보여주고, 피의 군주 모그를 따르던 인물이면서도 정중하고 기품있으며 연배에 맞는 도량을 보여주는 노장 안스바흐, 라단의 추종자답게 전투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적사자 프레이야, 그리고 성녀 트리나를 추종하며 자신만이 성녀를 이해할 수 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여기면서 공격까지 해오지만 추후 레다전과 라단전에서 협력하러 와주는 티에리에처럼 퀘스트 라인이 길거나 캐릭터성이 뚜렷한 이들이 많았다.

 


적사자 프레이야

 


안스바흐를 죽인 게 제일 안타깝다.

 

 

성녀 트리나

 

제스처를 통해 대결할 수 있고 단련에 진심인 낙엽의 단이나 다소 미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무아 같은 캐릭터, 가시공 메스메르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을 가진 뿔인간, 용을 사냥하던 사냥꾼이었지만 실의에 빠져 무기력했다가 용을 처치하는 빛바랜 자의 모습에 다시금 베일을 사냥하기 위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실제로 베일과의 싸움에서 함께하는 에이곤 등 미켈라와 크게 관련이 없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라단과의 싸움에 앞서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를 가로막는 레다와 동료들, 그리고 빛바랜 자의 동료들이 벌이는 전투는 스토리적으로도, 그리고 연출적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더더욱 이 전투가 기억에 남는 것은 그림자의 땅 초입부터 함께하던 동료들과의 전투라는 점 외에도 플레이어가 여기까지 진행하면서 퀘스트들을 어떻게 수행했느냐에 따라 레다를 돕는 동료와 빛바랜 자를 돕는 동료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플레이어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수놓아지는 부분이며 극단적으로는 빛바랜 자가 혼자 레다를 포함한 4인과 맞서게 되는 경우도 있다.

 


미친 청년.

 

이런 여러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서사들이 매력적인 만큼,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친절해진 느낌이 들어도 여전히 불친절한 편인 프롬 소프트웨어식 퀘스트 시스템이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번 DLC에서는 플레이어가 좀 더 강해지고 덜 아프게 맞기 위해 그림자 나무의 파편이나 영혼 재를 모아 축복에서 강화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걸 모으기 위해서나 단순히 탐험을 위해서라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그림자 알터에 진입하고 나면 어딘가에서 거대한 룬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메시지와 함께 미켈라를 추적하던 멤버들의 퀘스트 라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만 이를 알지 못한다면 몇 개의 퀘스트 라인은 놓칠 수 있고, 레다의 숙청 퀘스트도 사인을 보지 못한다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물론 모르고 지나친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긴 하다. 기자는 안스바흐를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사인을 보고 죽이고 말아 최후반부에 안스바흐의 협력을 받을 수 없었다.

 

지금도 동료들의 퀘스트 라인이나 개성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스토리 구성을 전개할 생각이었다면 좀 더 이들의 서사에 밀착해 비중을 배분했으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던 무아는 정말 서사가 아쉽게 느껴지는 인물 중 하나로, 다른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편이다.

 


유독 무아의 비중이 적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지

 

■ 재밌긴 했는데, 왜 라단?

 

황금 나무의 그림자에서 스토리의 줄기는 그림자의 땅으로 향한 미켈라가 신이 되기 위해 남겨둔 미켈라의 십자를 지표로 진행된다. 다만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답게 이 십자의 위치를 전부 제공하고 그쪽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탐험을 하다 우연히 미켈라의 십자를 발견하게 된다. 등장인물의 대사나 남겨진 영혼의 대사들을 바탕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들도 있다. 이 미켈라의 십자를 따라가면서 플레이어는 미켈라를 좇는 동료들의 변화를 보기도 하고, 미켈라가 앞서 이곳을 지나며 있었던 일을 어렴풋이 확인하며 미켈라의 목적이나 행적을 추측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 왜 라단이었을까? 사실 본편에서 별 부수는 라단과의 장절한 대결에 의해 게이머들 중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라단이 얼마나 강했을지 궁금했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게이머였다면 이번 최종보스로 등장한 라단의 모습에 아쉬움이 덜하겠지만 본편 종결 이후의 시점도 아닌 도중의 시점에서 플레이어들이 궁금해할만한 요소는 전성기 라단 말고도 제법 많았다. 트레일러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영원한 여왕 마리카의 이야기나 멜리나, 말레니아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궁금한 이가 있었을 것이고, 미켈라 그 자체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엘든링 본편 스토리의 상황을 촉발한 파쇄전쟁의 시발점인 황금의 고드윈과 관련된 이야기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제발 거짓말이어라, 제발!이라며 넘어갔지만

 

 

 

고드윈은 마침 본편의 직검 황금 묘비를 통해 미켈라가 형님, 형님, 올바르게 죽어주세요라는 기도를 남겼다는 언급도 있었고 본편의 극초반부인 림그레이브 스톰빌 성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괴물의 얼굴을 한 고드윈의 유해도 있었으며 원탁에서 플레이어를 맞이하던 동침의 처녀 피아와도 연관이 되어 있던 데미갓인 만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팬들이 있었고 DLC를 통해 그 떡밥이 좀 더 해소되길 원한 바 있다. 헌데 실제로는 DLC의 미니 던전인 지하 묘지형 던전 두 군데에서 스톰빌 성 지하에 있던 괴형체와 죽음의 기사 보스 두 명만이 등장해 여전히 미해결 떡밥으로 남아버렸다.

 

게다가 라단이라는 최종 보스를 등장시키고 그를 신이 된 미켈라의 반려이자 왕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좀 더 치밀한 안배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었던 말레니아의 라단을 향한 속삭임이 사실 미켈라가 기다린다는 언급이었다던가, 라단의 유지를 받아 라단 축제를 열어 그를 죽여주려 했던 제렌의 모양새도 이상해진다. 또, 미켈라 본인에게도 상당한 이미지 타격이 있었다. 이번 스토리에서의 행보가 좋든 나쁘든 가장 순수한 데미갓이라는 말에 걸맞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목적을 위해 그가 가진 매료의 힘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비쳐진다. 이번 DLC의 스토리로 인해 반대급부로 반농담, 반진담 피의 군주 모그의 주가가 더 오르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최종보스이자 미켈라가 왕으로 선택한 것이 뜬금없이 라단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이템이나 장비, 영체, 스킬 등에 적힌 텍스트와 NPC, 맵을 탐험하며 알 수 있는 배경 스토리나 과거 등을 알가는 재미는 충분히 있었다. 예를 들어 메스메르에게 압제를 받아 복수심을 불태우는 뿔인간이 안타까운 사연을 가졌다고 생각했다가도 보니 마을에서 무녀들을 산 채로 항아리에 몰아넣으며 너흰 그러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느냐고 내뱉는 영혼의 대사나 DLC에서 등장하는 항아리의 내용물을 보면 메스메르가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비밀 통로를 통해 갈 수 있는 마리카의 고향에서 마리카의 순수한 시기와 각오를 얼핏 엿볼 수 있는 부분 등은 흥미로웠다.

 


한 자루로 양 손에 쥘 수 있는 역수검은 상당히 각광받는 무기 중 하나

 

■ 흥미로운 보스전

 

보스전들은 꽤 멋진 퀄리티로 나온 것이 많았다.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나 탑의 도시 벨라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신수 사자무의 전투 패턴이나 디자인부터가 매력적이었다. 사자춤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에 빙글빙글 돌면서 안개나 속성이 섞인 숨결을 뿜어내는 모습, 공중으로 떠올라 속성을 변환하면서 광범위하게 속성을 뿌려대는 모습도 멋졌다. 그런가 하면 엔시스 성채의 보스 쌍월의 기사 렐라나는 상대하기엔 번거롭지만 두 가지 속성의 검기를 휘두르면서 카리아 기사들 특유의 마술을 사용하는 패턴과 공중에서 달을 세 번 떨어뜨리는 광역 패턴 등이 아름답다.

 

순수하게 멋짐을 보여주는 보스도 있다. 챌린지 보스인 폭룡 베일은 자신의 OST와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강력한 힘을 뽐내는 것에 더해 2페이즈로 넘어가면 전성기의 것으로 보이는 날개를 만들어내고 날아다니며 브레스를 뿜어내기도 한다. 마치 몬스터헌터의 수렵을 하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이 전투는 폭룡 베일 자체로도 멋지지만 퀘스트를 통해 협력자로 불러낼 수 있는 에이곤과 합쳐지면 더욱 멋지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전투였다. 베일의 투쟁과 에이곤의 열연에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

 


이런 놈이 2페이즈에서 그렇게 멋진 패턴을 선사할 줄이야

 


힘이 쪽 빠진 화신의 3페이즈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미친 불의 왕 미드라는 머리에 박힌 검을 뽑아내는 기괴한 컷신과 함께 전투를 시작하고, 미친 불을 활용한 화려한 전투를 펼치며, 타이틀 보스로도 볼 수 있는 메스메르 또한 불합리하지 않은 패턴에 멋진 패턴들을 구사하며 플레이어와 합을 나눴다. 여기에 메스메르와 마찬가지로 그림자의 성에서 만날 수 있는 추억 보스 그림자 나무의 화신은 페이즈를 끝낼 때마다 앞에서 치명적 일격을 가할 수 있다는 쾌감을 차치하고도 정직한 패턴에 벌떡벌떡 일어나는 위장 사망 패턴이 상황에 맞게 구현되는 점을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거센 공격을 가하던 2페이즈와 달리 3페이즈는 그야말로 발악 페이즈라 해도 좋을 만큼 힘이 쪽 빠진 공격을 보여주면서 BGM 또한 구슬픈 분위기로 변해 몰입감을 높였다.

 

이외에도 히든이라는 말이 걸맞는 퀘스트라인을 거쳐 대면할 수 있는 손가락의 어머니 메티르와 벌이는 일전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손가락 비주얼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웅장한 BGM과 화려한 2페이즈 패턴에 시선을 빼앗길 정도. 이처럼 상당히 많은 수의 DLC 추억 보스들이 매력적인 비주얼이나 패턴을 구사해 새로운 보스를 만나는 기대감과 즐거움이 있었다.

 


메티르전의 경건하고 웅장한 BGM과 시각적으로 뛰어난 2페이즈 패턴

 

■ 강인도와 라단 2페이즈는 좀

 

하지만 전투 역시 다 좋았던 건 아니다. 탐험을 하면서 자연히 파편과 영혼 재를 모아 보스전은 대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최종보스인 라단을 제외하면 의외로 필드에서 불편한 사항들이 많았다. 엘든링은 본편에서부터 일반적인 적들 사이에 소위 정예라고 불러도 무방한 강한 적이 하나둘 끼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기조는 DLC인 황금 나무의 그림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입장하자마자 축복 근처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기괴한 포즈로 차크람을 휘둘러대는 주검사나 필드보스격인 소각로 골렘, 메스메르 군영의 기사들과 불의 기사, 뿔인간 전사들이나 도가니 기사, 에니르 일림에서 연달아 만날 수 있는 사자 얼굴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문제는 하나같이 강인도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 같다는 점이다. 도가니 기사야 자주 볼 일이 없고 소각로 골렘도 기믹으로 처치하거나 그로기 상태에 빠뜨려 찌르기 몇 번으로 처치할 수 있지만 주검사, 뿔인간 전사 같은 적들은 특대형 무기나 특정 전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당히 높은 강인도로 인해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로워지고 결과적으로 필드를 진행하는 것 자체에서 좀 피로감이 느껴진다. 물론 이들이 지나다닐 때 숨어서 피할 수도 있고 달려서 떼어낼 수도 있으나 맞서 싸우기만 하면 꽤 피로한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뭐 지문석 방패 같은 것을 들고 싸운다면야 대부분 쉽게 상대할 수 있지만, 지문석 방패 콕콕만 사용하는 유저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시작하자마자 호되게 당할 뻔했던 주검사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죽여놔도 플레이어가 죽거나 축복에서 쉬고 오면 부활한 상태이니 초반에 특히 난감하다. 개인적으로는 보스보다 이들이 상대하기 더 거북했고, 라우프 유적에서 튀어나오는 주검사나 에니르 일림에서 거의 3연속으로 나타나는 사자 얼굴 전사들은 정말 힘들었다. 특히 사자 얼굴 전사 중 하나는 두 명의 일반 적이 바닥에서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공격을 가하니 더욱 까다롭다. 상대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초반부터 후반까지 꾸준히 경직이 잘 먹히지 않는 적들이 등장해 난이도 높은 배치가 된 모습은 마치 스콜라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있다.

 

최종보스인 라단은 2페이즈가 조금 과하지 않나 싶었다.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닌데, 엘든링이나 이전의 프롬소프트웨어 게임들은 대개의 보스들이 합을 주고 받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면 미켈라의 왕 라단은 그냥 계속 지만 실컷 때린다. 거기에 라단 자체의 공격도 범위가 넓고 강력한데 등에 업혀 신성 마법을 바닥에서 솟아오르게 하는 미켈라의 공격이 화면의 시야 가득 펼쳐져 라단의 공격과 바로 이어진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익숙해지기 전까지 때릴 타이밍은 거의 없고 정신 없이 피하거나 막다가 바닥을 나뒹굴게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지금이야 패링 같은 해법이 나왔고 가호 패치가 이루어지기 전에도 지문석을 들고 콕콕 찌르면 굉장히 쉬운 상대로 전락하기는 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패턴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은 가시지 않는다. 너 한 번 나 한 번이나 몇 번씩 공격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응 또 내가 때릴거야 식으로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것은 물론이요, 꽤 짜친다고 생각하는 잔상 연격은 라단의 웅장하고 용맹한 이미지를 깎아먹는다고 생각될 정도로 촐싹댄다. 잔뼈가 굵은 망자들이 구르기 평타에 영체 없이 클리어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고 기자도 처치했으니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다음엔 이런 과한 패턴 구성은 자주 볼 수 없는 케이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 추억 무기 좀 재탕같아서 밉다

 

■ 그럼에도 좋았다…만 더 보고싶다

 

이런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엘든링의 DLC 황금 나무의 그림자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좋았다고 답할 수 있다. 아마 입장하면 바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림자의 땅은 비주얼적으로도 상당히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해내며 탐험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타입이라면 배배 꼬인 길과 숨겨진 루트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전 플레이 때부터 스토리 진행은 천천히 하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데 지루하거나 짜증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여기로 오는 곳이 이런 장소에 있었구나, 아 저기는 일단 여기부터 둘러보고 다시 와서 확인해야지 같은 탐험의 즐거움이 앞섰다.

 

전투도 새로운 무기들이 많이 나오면서 이것들을 사용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클리어 자체는 도를 사용해서 진행했지만 아마 회차를 넘기면서 새로운 무기군의 장비를 본격적으로 사용해보게 될 것 같다. 임시로 사용해본 것들도 충분히 독특하거나 손맛이 좋은 것들이 많아 이런 무기들을 사용하게 될 것이 굉장히 기대됐다.

 


 


 

 

 

미켈라의 이야기가 이번 DLC로 사실상 마무리가 됐고 그 끝부분이 아쉬웠지만 더 많은 엘든링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맥거핀으로 남게 되는 이야기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아직 빛바랜 자가 마주할 거대한 적들도 있을 것이고 풀어내려면 충분히 더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는 만큼 추후 DLC나 그게 아니더라도 엘든링의 속편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다.

 

여담으로 스팀의 평가가 나쁜 것은 단순히 대규모 평점 트롤링 외에도 라단이 최종보스로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점보다는 과한 느낌이 드는 2페이즈나 강인도가 과하다 싶은 정예 적들의 세팅, 파편과 재 파밍의 사실상 강제화 등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든링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황금 나무의 그림자도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고민하고 있다면 그냥 구매해도 될 것.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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