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의 연관은?, 신작 MMORPG '드래곤라자2:퓨처워커'

인간을 위해 나는 드래곤
2019년 05월 28일 01시 36분 09초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드래곤라자2:퓨처워커'는 무수히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장르문학 소설가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IP를 활용한 신작이다.

 

드래곤라자2:퓨처워커는 IP를 활용한 게임으로서는 원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은 모습들이 엿보이며 그 외 게임 전반적인 부분들은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모바일 MMORPG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을 IP 쪽에 집중해 접하게 된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고, 여느 모바일 MMORPG 신작들 중 하나로 보고 접한다면 평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부제인 퓨처워커는 이영도 작가가 드래곤 라자 이후 집필한 드래곤 라자의 후속작 '퓨처 워커'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퓨처 워커에선 전작의 화자이자 주인공으로도 볼 수 있었던 초장이 후치 네드발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전작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고 이들과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펼쳐가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 드래곤은? 라자는?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의 드래곤라자2:퓨처워커는 드래곤 라자 시리즈의 팬에게 썩 달갑지 않을 수 있는 작품이다. 원작 IP와는 동떨어진 게임 내 설정들이 눈에 띄기 때문. 기껏 드래곤라자2:퓨처워커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것 치고는 원작 퓨처 워커에서 언급만 되고 등장하지 않는 후치 네드발이 동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팬 서비스 정도로 보더라도 출시 전 소개됐던 라자 목록 외에도 웬 요상한 가면이 라자 카드로 등장하는 등 작품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드래곤과 라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하거나 모든 플레이어가 드래곤에 탑승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등 원작 드래곤 라자는 커녕 퓨처 워커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해댄다.

 

원작 팬이라면 알다시피 드래곤 라자에서는 크라드메서, 지골레이드, 캇셀프라임, 그리고 아무르타트 등 다양하고도 매력적인 드래곤들이 등장한다. 작중 드래곤은 패치나 초기 다운로드 도중 볼 수 있는 보이스 드라마에서도 등장하는 크라드메서나 드래곤 라자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드래곤 아무르타트를 제외하면 이들과 대화하는 데에 '라자'라는 존재가 필요하고, 간단히 접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진 종족이다. 하지만 드래곤라자2:퓨처워커에서는 이들 외의 여러 드래곤들이 등장하며 주인공은 라자가 아님에도 드래곤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심지어 이들을 몇 분마다 회복되는 활동기 동안 소환해 탑승해서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시스템적인 허용이라 쳐도 구태여 라자 카드를 만들어두고 라자 카드를 소지하지 않았을 때도 드래곤을 탑승하고 싸우는 것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등 이렇게 간단히 설정을 무시한다는 점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

 

 

 


 

 

​놀랍게도 저 가면이 라자란다. 

 

게다가, 드래곤과 인간을 잇는 라자라는 중요한 설정을 양산형 CCG처럼 만들어버린 부분도 아쉬움을 남긴다. 드래곤은 비록 원작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드래곤들을 대거 내세웠지만 출시 전 공식 페이지에서 소개된 것처럼 7종을 선보였지만 드래곤과 계약시켜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라자 카드는 사전에 공개했던 레니, 할슈타일 후작, 넥슨, 카뮤, 디트리히, 돌맨, 할슈타일 공까지 원작에서 등장 및 언급된 바 있는 7명의 라자들 외에도 듣도 보도 못한 가면 같은 잡 카드를 라자 카드로 배치하면서 라자가 굉장히 잡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여담으로, 원작에서 드래곤과 계약한 라자가 죽음을 맞이하면 계약한 드래곤은 미쳐서 날뛸 정도로 드래곤과 라자의 관계가 깊다는 것을 생각하면, 원작에서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부제에선 퓨처워커라는 속편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 퓨처 워커와의 연결점보다는 드래곤 라자 IP의 캐릭터들이나 큰 설정만 가져다 쓰고, 주요 스토리 전개는 오리지널 캐릭터 등에 의존하는 등 원작 IP를 살리려는 시도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루릴이나 샌슨 등이 동료로 등장하기는 한다. 

 

■ 평범한 모바일 MMORPG 시스템

 

드래곤 라자라는 원작의 색채를 걷어내고 모바일 MMORPG로서의 관점만으로 본다면 드래곤라자2:퓨처워커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모바일 MMORPG들과 비교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설정인 '마법의 가을'을 월드 레벨보다 낮은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좋도록 만드는 경험치 버프 용도로 활용한 것은 참신했지만 출시 초기에는 월드 레벨이 27인데 마법의 가을 효과 발동 시기는 30레벨 이후라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여느 모바일 MMORPG들처럼 플레이어는 스토리와 기타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드래곤 로드의 부탁을 오가게 되며, 장비나 동료, 스킬 레벨 등을 향상시키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하게 된다. 여기에 자신의 캐릭터 외에도 드래곤이나 탑승물의 레벨을 올리는 등 캐릭터 외적인 강화 요소도 존재한다. 출시 단계에서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직업은 광전사, 창술사, 창기사, 마법사, 암살자의 5종이며 성별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외형 커스터마이징을 가능케 했다.

 


 


​날개가 나오니 갓겜임에 틀림없다. 

 

필드에서 진행되는 스토리 퀘스트나 던전이나 일단 자동 이동과 자동 퀘스트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게임에 손을 대는 일은 많지 않다. 가끔 필요 전투력이 비등비등한 전투에서나 드래곤 및 동료를 소환해 화력을 강화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며 손을 댈 필요가 거의 없다. 한 번 장비와 스킬 등을 강화하고 나면 또 한참 자동으로 게임을 진행하다 막힐 때 즈음 다시 강화를 하는 패턴의 반복이다.

 

전투에서는 드래곤을 일시적으로 탑승했다 내리지만 이후 서브 컨텐츠들의 집합인 드래곤로드의 부탁 이벤트를 통해 거스트라는 와이번 탈것을 획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실 설정상 와이번인 것이지 흔히 알고 있는 드래곤의 외형을 가지고 있어 드래곤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나름의 동기가 부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원작 팬에겐 실망스러운

 

드래곤라자2:퓨처워커는 원작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이영도 작가의 미디어믹스 운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아주 오래 전 PC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를 진행했던 드래곤라자 온라인 이후로는 만화를 비롯해 모바일 게임까지 쭉 원작에 비해 비운의 완성품만이 있었고, 이번 신작 역시 그 행렬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작 팬이 IP의 고증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를 보답받을 수 있는 부분은 다운로드 시에 나오는 원작의 보이스 드라마가 거의 전부일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그랑엘베르, 화렌차 등 원작에서 등장한 명칭을 서버로 활용했다는 점 정도일까. 보이스 드라마의 경우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영상인지라 이때 만큼은 드래곤 라자의 게임이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준다. 정작 게임에 들어가고 나면 NPC나 동료들 이외에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말이다.

 

드래곤라자2:퓨처워커는 원작 고증을 기대하는 팬에게는 별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어려울 것이고, 새로 출시된 모바일 MMORPG라면 한 번씩 해보는 게이머에게는 잠시 앉았다 떠날 나무 정도의 느낌이 강하다.​​ 혹시 이후에도 드래곤 라자 시리즈의 IP를 활용한 작품이 나올 예정이라면 부디 원작의 고증 부분에서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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