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로 '치료' 못한다

한국중독심리학회, 게임중독 문제 해결방안 모색
2019년 07월 04일 15시 35분 19초

게임이용장애의 해결방안은 질병코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심리학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중독심리학회에서다.

 

한국중독심리학회는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국회의원 조승래, 김세연, 이동섭이 주최하였으며, 한국중독심리학회가 주관, 한국심리학회가 후원 했다.

 

이날 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 회장은 발제를 통해 "ICD-11 준비 과정에서 진행된 전문가 내부 검토가 온라인 회의를 통해서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위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졌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코드 등재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어 "병인론과 병리론 관점에서 명확한 판단이 서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실제로 번아웃 증후군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된 것은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게임이용장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올바른 이용을 선도하고 지역사회 재활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선진국은 게임이용장애와 같은 문제가 생기면 병원이 아닌 교육과 지역사회 재활 모델 관점에서 방안을 찾는다"며 "게임이용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데 질병코드는 문제점이 많고, 다른 좋은 대안이 많다"고 강조했다.

 


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 회장(좌) 안우영 서울대학교 교수(우)

 

신 회장은 또 약물을 통한 게임이용장애 해결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신 회장은 먼저 "게임이용장애 진단명이 질병코드로 도입될 경우 게임과몰입군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더이상 지역사회 심리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상 게임이용장애가 국내에서도 질병코드로 등록되면 의료기관에서만 치료할 수 있게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나도 부족한 전문의 수.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국내 중증 정신장애인 수는 약 42만명이나 통계청에서 집계한 국내 정신과 전문의 수는 3,584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지적한 신 회장은 "전문의 부족 현상으로 인해 정신과 전문의가 중증 정신장애인을 진료할 때도 3분의 면담만으로 진단을 하고 약물을 처방하기도 하는 것"이라며 "게임과몰입 문제로 아이들이 병원 치료로 넘어갈 경우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약을 처방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신 회장은 이어 "정신과적 약물은 부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청소년의 경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고 "전문가집단이 더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게임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최선의 접근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우영 서울대학교 교수는 심리치료 전후 약물중독자의 뇌영상 연구를 예로 들면서 약물 치료 없이도 신경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또 각 물질 마다 그리고 각 중독 단계마다 다양한 약물들이 처방되는데, 게임중독에는 과연 어떤 기준을 따를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안 교수는 "(게임중독은) 약물 보다는 심리사회적인 접근법이 먼저 시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게임 이용장애의 질병 등록이 과연 이익이 되는 상황인지, 혹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잘못된 접근인지를 되묻고, 실제로 게임이용장애를 겪는 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한국심리학회의 조현섭 회장(총신대학교 교수)이 진행을 맡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최진영 교수, 동명대학교의 고영삼 교수,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의 이장주 이사, 그리고 아현산업정보학교의 방승호 교장이 참석했다.

 

한국심리학회 조현섭 회장(총신대학교 교수)은 "중독의 영역은 뇌 문제에 있다고 하나, 치료는 심리사회적인 접근법이 정답"이라며, "게임이용장애가 의료모델로 치료가 가능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영 교수는 "게임을 '장애'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 사회의 정신 및 심리적 문제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고영삼 교수는 "물질에 대한 중독은 평생 회복 단계를 거치나 게임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은 완전한 회복을 이룰 수 있다. '중독'이라는 단어는 게임 장애에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승호 교장은 게임중독을 교육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방 교장은 "아이들에게 게임이 없었다면 더욱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위로받고 있었던 것"이라며 교내 PC방을 열고, 게임을 매개체로 한 영어, 글쓰기, 인문학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 소감을 나눴다.

 

방 교장은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게임을 껐다. 그때의 소감을 물어봤을 때 많이 나왔던 단어가 '절제'였다. 아이들이 게임에 대한 절제가 되기 시작하면서 부모와의 다툼도 줄었고 생활태도나 성적까지 향상됐다"고 말했다.​ 

 

*알립니다(2019.7.5.) 기사 일부에 서울대학교 안우영 교수의 발언으로 보도됐던 내용이 신성만 회장의 발언으로 확인되어 수정되었습니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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