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느덧 추억의 작품이 되어버린 만화 슬램덩크. 아마도 이 작품을 기억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도 간간히 생각이 나는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이러한 슬램덩크가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재 탄생해 국내에 정식 출시되었다.
남자들에게는 슬램덩크가 바이블 같은 존재였던 만큼 이러한 등장에 반가와 할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단순한 추억 회상에 그칠지, 아니면 그 이상 가는 만족감을 줄 지는 직접 경험을 해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규칙은 길거리 농구, 스토리 모드로 원작도 즐길 수 있다
슬램덩크 모바일은 크게 원작을 감상하는 스토리 모드와 실제로 플레이를 진행하는 대전 모드로 나뉘어져 있다. 스토리 모드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다이제스트로 압축해 약간의 조작을 가미한 방식이고, 다양한 대전 모드는 3대 3(또는 그 이하) 길거리 농구 규칙을 따르는 형태의 스포츠 장르를 채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자체도 워낙 과거에 방영되었던 것이다 보니 4:3 비율로 만들어져 있고, 이러한 비율을 와이드로 자른 경우가 많아 깔끔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장면을 보는 만큼 제법 반가움을 느낄 법하다.
다만 스토리 모드의 경우 한번에 쭉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조금씩 개방되기 때문에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10레벨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이야기도 개방이 안될 정도로 더딘 편이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이거 조작이 너무 구린데?
모바일 게임 답게 조작 방식은 단순한 편이다. 물론 이는 PC 게임을 예로 들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2,3개의 키를 번갈아 가며 써야 한다. 패스와 슛, 그리고 블로킹과 스틸, 리바운드 등 공격 및 수비 시에 그에 맞는 버튼을 눌러 조작하는 식이다.
어찌 보면 한 손으로 여러 키를 누르는 것이 꽤나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체감적으로 방향키나 기술 버튼이 상당히 화면 좌우 구석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정적인 조작을 하려면 폰 끄트머리를 잡고 플레이를 해야 할 정도. 그러한 만큼 차라리 상황에 따라 블로킹이나 리바운드가 자연스럽게 되는 방식으로 조작 구성을 하는 것이 나았을 듯싶은 모습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그나마 이해하겠지만 가장 문제되는 것은 바로 좌측 하단에 위치한 방향키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처럼 방향키를 조작할 경우 자신은 분명 우측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좌측으로 간다거나 뒤로 가려 했는데 앞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매우 빈번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향키란 처음 손가락을 댄 위치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보정이 되어 조작 설정이 되거나 중앙 부근에 조작 판정이 없는 식으로 되어야 하는데 정직하게 무조건 방향키의 정 가운데를 중심으로 판정을 하다 보니 처음 댄 곳이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익숙해지면서 나름 요령이 생기지만(그럼에도 실수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결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아니, 어째서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세밀한 조작이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손을 뗀 후에 다시 조작할 때는 반드시 방향키 위치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손을 대야 한다. 간간히 정확히 손을 대고 우측으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좌측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처음에 약간이라도 중앙이 아닌 곳에 손가락을 놓고 움직이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깔끔한데… 무언가 많이 불편한 경기 화면
전반적인 그래픽 자체는 깔끔하고 인터페이스도 나쁘지 않지만 실제 경기 화면은 답답함이 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시점 자체가 중앙에서 골대 쪽을 보는 각도로 되어 있다 보니 선수들이 밀집해 있는 쪽이 작게 보이기 때문.
실제로 몇 몇 플레이어들이 얽혀 있는 골밑 부근은 자신의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캐릭터가 확연하게 잘 보이는 구조도 아니고, 자신의 팀과 상대 팀의 구별도 명확하지 않다. 여기에 캐릭터가 실등신이 아니라 3등신 캐릭터이다 보니 실제 8등신 캐릭터보다 코트 위의 공간을 더 많이 잡아먹는다.
이렇다 보니 난전에서 잠시 캐릭터를 놓치게 되면 순간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골밑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만큼 세밀한 조작이 어렵고 무언가 질서 없는 느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선수간 거리를 명확하게 인지하기가 어려운 구조이고, 스틸을 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앞에서 막고 있어도 손쉽게 돌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세밀한 조작이 어려운 조작 문제가 크지만 그만큼 수비를 해도 상대적으로 거리를 벌리기 쉬워 외곽슛 혀용률이 높다. 슛 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다양한 기술이 없어 덩크나 레이업, 풋내기슛 정도를 제외하면 캐릭터 고유의 필살기가 슛의 전부이기도 하다.
서버가 상당히 불안정해 대전 도중 게임에서 끊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패널티로 돌아온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많은 게이머들이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 빈도가 결코 낮지 않다 보니 플레이 시 스트레스가 제법 있다. 왜 서버 문제를 열심히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이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결론적으로 실제 게임 플레이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팀 플레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유기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조작도 속된 말로 매우 구리다. 기자가 지금까지 플레이 해 본 모바일 게임 중 방향키 움직임이 가장 조악한 게임이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분명 돌파를 하려고 움직였는데 3점슛 라인으로 가고 있는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플레이를 하고 싶은 욕구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할까. 골밑은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 플레이를 하는 동네 농구 같은 느낌이고 말이다. 무언가 농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앞에 있는 상대편을 피해서 공을 던지는 게임 같다.
원작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분명 장점이지!
물론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은 충분히 존재한다. 아직은 모든 선수들이 구현되어 있지 않아 북산과 해남 선수 외에 약간의 타 학교 선수들이 존재할 뿐이지만 이 정도 만으로도 반가운 캐릭터들이 즐비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구입 가능한 코스츔들은 매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선수들의 경우 일정 레벨에 도달하거나 상점 및 이벤트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각 선수들의 레벨 상승 및 스킬 강화 등을 통해 보다 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다만 게임 상에 존재하는 화폐가 너무 많아 조금 복잡한 느낌이 있는데, 굳이 이렇게 나누어 놓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추억은 느낄 수 있겠지만 오래 즐길 만한 게임은 아니다
슬램덩크 모바일은 분명 추억을 끄집어내기에 좋은, 반가움을 주는 작품이다. 짧기는 하지만 원작 애니메이션의 명장면들도 감상할 수 있고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적어도 농구선수 ‘김갑식’ 보다는 충분히 높은 몰입도를 선사할 수 있고 그만큼 만족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반면 게임성 부분에 있어서는 단점이 너무너무 많다. 모바일 게임 치고는 한 판당 경기 시간이 긴 편이고 조작 또한 매우 불편하다. 그렇다 보니 녹스 등을 이용해 PC로 플레이 할 경우 스마트폰으로 플레이 하는 이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불안정한 서버 역시 큰 문제다.
이렇다 보니 스토리 모드도 하고 이것 저것 둘러보며 하루 이틀 놀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그 이상 플레이를 할 경우 재미나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특히나 캐릭터 성장에 따라 능력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스포츠 대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좋아도 일명 ‘템빨’에 밀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개인적으로 스포츠 게임에서 템빨에 실력이 밀리는 게임을 본 기자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자본만 있다면 하루만에 맥시멈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어쨌든 슬램덩크를 추억하면서 잠깐이나마 즐기기에는 좋다. 하지만 농구 게임으로는 1%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슬램덩크에 대한 미련이 없거나 아예 모른다면 그다지 할 가치도, 알 필요도 없는 게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