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즐거운 액션 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

전투의 손맛도 훌륭하다.
2020년 08월 21일 04시 12분 18초

슬라이쿠퍼, 인퍼머스 시리즈 등으로 알려진 서커펀치 프로덕션은 지난 7월 중순 발매되면서 약 10년이라는 공백을 거치고 새로운 IP를 선보였다. 서커펀치의 계보에 새롭게 추가된 신작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로, 중세 일본의 대마도를 무대로 몽고 제국의 침입에 저항하는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세운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서커펀치 프로덕션으로서도 기존의 작품들이 이름을 알리기는 했지만 이번 신작을 통해 저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인상이다.

 

13세기 후반에 발생한 원나라의 대마도 정벌을 배경으로 삼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해당 시기에 발생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플레이어는 패잔병 신세가 된 사무라이 사카이 진을 조작하며 대마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몽골군과 대치하고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 메인 스토리 및 서브 퀘스트들을 진행하게 된다. 영상미가 상당히 뛰어나 단순히 대마도를 탐험하는 것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전투 파트도 충실하게 구현되어 지루할 틈이 적다.

 

한편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골이 깊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일부 게이머의 경우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담론은 이미 출시 이전부터 출시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에 이번 리뷰에서는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게임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대마도를 습격한 몽골군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1274년 음력 10월 경 시작된 여몽연합군의 대마도 전투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된 작품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나 사건은 전체적으로 가상의 시나리오와 창작인물로 대체되어 있어 실존인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메인 빌런이자 몽골군 지휘관인 코툰 칸의 경우 당시 일본 정토도원수로 부임해 여몽연합군에 합류한 훈둔이 모티브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역사에서 훈둔은 대마도, 이키 등을 점령하며 기세를 타 하카타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태풍으로 인해 철수하게 되며 이후 1281년 다시 일본을 침공했으나 실패하고 귀국하게 된다.

 

칭기즈칸의 아우 테무게의 6세손인 훈둔이 모티브라 추정되는 본 작품의 메인 빌런 코툰 칸은 작품 내에서 몽골군 총 사령관으로 등장해 주인공 사카이 진의 대적자로 등장한다. 인트로 영상부터 처음 사카이 진과 제대로 대면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임팩트 있는 모습과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잘 만들어진 빌런 그 자체. 코툰 칸 역시 훈둔과 마찬가지로 칭기즈칸의 혈통으로 등장한다.

 


 


 

 

 

코툰 칸은 초반부터 잔혹하고 교활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면서 주인공이 대적할 몽골군에 대한 이미지를 제대로 심어주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코툰 칸 외에도 다수의 적들이 등장하지만 역시 가장 큰 임팩트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메인 빌런인 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담으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본 기억이 있다면 코툰 칸의 이미지가 겹쳐서 조금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페이스 모델이자 북미판 성우인 패트릭 갤러거가 해당 영화에서 훈족의 아틸라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

 


아틸라가 생각날 때부터 집중이 어려웠다.

 

 

 

■ '망령' 혹은 사무라이

 

주인공인 사카이 진은 인트로에서 몽골군의 습격을 받아 요격에 나선 대마도 측의 사무라이다. 튜토리얼을 겸하며 몽골군과의 압도적인 전력차와 그들의 잔학성을 보여주기 위한 인트로 씬에서 사카이 진은 포격에 쓰러지고 말지만 도둑으로 활동하며 살아가는 유나에 의해 구출당하고 그녀와 함께 몽골군 점령지역을 벗어나게 된다. 처음에는 사무라이로서의 자세를 중시하기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 유나의 방식에 의문을 품으며 그토록 강조하던 사무라이 정신과 적을 물리치기 위한 방식으로 소소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나 이후 플레이를 통해 사카이 진은 망령이라 불리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작품 초반부에는 사카이 진이나 1장의 피날레를 장식할 시무라 공이 사무라이 정신을 지속적으로 내세워 거부감을 느꼈다는 사람도 일부 있었는데 의외로 스토리를 진행해보면 그토록 중시하던 사무라이 정신이 몽골군의 공격을 받은 대마도에서는 무력하게 느껴지는 모습들이 자주 연출된다. 그도 그럴 것이, 유나에게 목숨을 구해지고 점점 몽골군과 대적하기 위해 사무라이 정신에 위배되는 암습 등 다양한 기술들을 구사하며 번민하는 모습이 대놓고 나오기도 한다.

 


 


 


맞대결은 타이밍만 잘 맞추면 질 일은 없다.

 

사카이 진의 사무라이로서의 모습과 망령으로서의 모습은 모두 게임 내 시스템에도 녹아들어 있다. 전설 등급이 향상되면서 배워나가는 다양한 도구 기술이나 암살 기술 등은 말할 것도 없이 망령으로서 사카이 진의 면모를 보여주며 적들과 조우하거나 몽골군 요새에 접근했을 때 모습을 숨기고 급습하는 것이 아니라 적에게 맞대결을 요구해 단칼에 베어버리는 시스템 등을 통해 사무라이로서의 사카이 진을 녹여낸 느낌을 준다. 처음 일대일 대결이 나올 때에도 유나의 제안을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적에게 대결을 청하는 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플레이에 따라 메인 스토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택들이 제시되지는 않지만 몽골군과의 대적이라는 스토리의 한 축에서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망령, 그간의 삶에서 쌓아온 사무라이 정신을 중시하는 사카이 진의 내적인 갈등을 적절히 표현해냈다.

 


 


 

 


■ 시각적인 즐거움을 충족

 

PS4 플랫폼에 출시되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역시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그런 소소한 부분에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시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 작은 대마도에서 다양한 풍경들을 구현해 갈 수 있는 여기저기를 최대한 돌아다니며 탐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충족된다. 인트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컨텐츠가 시작되는 부분의 연출이나 황금사원의 주변에 펼쳐진 노란 빛의 숲, 보스전의 장소로 연등이 떠다니는 얕은 연못 등 아름다운 시각적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 외에 환경에 따라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장소들도 있다. 몽골군의 점령 지역들을 수복하다 보면 다시 대마도민들이 돌아와 거점을 복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거점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의 적과 대치하게 되므로 사카이 진의 모습이 만신창이가 되기 십상이다. 진창이 곳곳에 펼쳐진 곳에서 몽골군 대장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여러 번 구르기를 하다보면 진흙투성이가 된 사카이 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사카이 진의 외형을 치장할만한 요소들도 많다. 단순히 장비의 염색만이 아니라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아다치 가문의 마사코 공에게 받을 수 있는 사무라이 갑옷이나 초립단이 입는 장비, 나그네 복장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장비들의 외형이 다른데다 이들을 강화하면 점점 외형이 변화해 장비를 강화하며 외형 적용될 외형의 변화에도 묘한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고생 끝에 얻을 수 있는 전설적인 장비들도 있어 메인 스토리만 진행하기엔 아까운 기분이 든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스템 UI 등의 출력을 최소화했다. 미니맵 등은 물론이고 플레이어의 목표를 향한 가이드도 바람의 방향으로 추적하는 방식을 채택해 전투에 돌입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화면 가득한 대마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림을 보고 목적지를 유추할 때 정도

 


 


아무런 UI도 표시되지 않는 상황이 많아 둘러보기 좋다.

 

■ 이게 액션 쾌감이지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중세 사무라이 장르에서 기대할만한 액션 쾌감을 훌륭하게 구현했다. 가끔 엉성한 모션도 보일 때가 있긴 하나, 전투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확실하게 전달한다. 극초반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단숨에 죽음을 맞게 되는 허약한 체력이나 장비 수준으로 인한 긴장감이 더해지기도 하며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춘 시점에서도 방심하면 당할 수 있어 적당한 긴장감이 전투를 즐길만한 선에서 플레이 내내 지속된다.

 

전투는 몽골군이 점령한 지역을 공격하는 요새 전투나 노상에서 무작위로 만나게 되는 몽골군 또는 도적떼 등과의 전투로 나뉜다. 꽤 다양한 유형의 적이 등장하며 검사, 방패병, 궁수, 창병, 거한 등 다양한 병종에게 적합한 자세가 존재한다. 자세 시스템은 일종의 상성 요소로 암검의 자세, 수검의 자세 등 4가지 자세를 적의 유형에 맞춰 바꿔가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거한 같은 경우는 적당히 익숙해지기 전까진 적응하기가 까다로워 거한에게 유용한 자세로 변경해 싸우는 것이 좋고, 방패병은 방어를 무너뜨리기 좋은 수검의 자세를 이용해 치명적인 틈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보편적으로 펼쳐지는 전투 외에도 보스전이라 할 수 있는 일대일 대결에선 적과의 거리나 공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도 검술 자세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방패를 들고 싸우는 몽골군 대장과 싸울 때는 수검의 자세로 대응한다거나, 검사를 상대하기에 좋은 자세를 취하는 등 자세 선택에 따라 전투 난이도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다수가 펼치는 전투에서 빠른 호흡으로 쉴틈없이 진행되는 긴박감과 적들을 쓰러뜨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결투에서는 적의 수를 읽으면서 효과적으로 공격을 이어나가는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

 


 

 

 

■ 훌륭한 완성품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본 작품은 고증 등을 따지는 것이 무색하다. 개발사측에서 애초에 역사 고증물이 아닌 여몽연합군의 대마도 공격이라는 한 사건에서 모티브만 따와 만들었다고 공언했으니 말이다. 실존 인물 훈둔과 같은 위치에 있는 코툰 칸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사실상 고증이라는 것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시대적으로도 어긋난 부분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여몽연합군이 아니라 몽골군만이 단독의 적으로 등장한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대해 간단한 평을 내린다면 '서양에서 생각하는 일본적인 느낌'을 완벽하게 살려낸 중세 사무라이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세 사무라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생각하면 쉽게 떠오를만한 시각적 요소나 연출들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라는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으며, 이런 요소들이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게임 플레이와 좋은 시너지를 창출한다. 애초에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고르는 게임 플레이 모드 세 가지 중 하나를 서구권에서 7인의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느낌을 살린 쿠로사와 모드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오픈월드 액션 게임으로서 게임을 즐기며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즐거움이 훌륭하며 시각적인 연출은 굉장히 뛰어나다. 보라색 꽃이 흐드러진 곳에서 적과 단독으로 대치한다거나, 전설로 내려오는 인물의 장비를 추적하는 등 메인 컨텐츠 이외의 서브 컨텐츠에서도 즐길만한 요소들이 풍부하다. 사카이 진이 성장하면서 점점 화려하고 호쾌해지는 전투의 즐거움도 뛰어나 재미를 붙이면 손에서 떼기 힘든 작품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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