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해볼만한 어드벤처 게임, '딜리버 어스 더 문'

황폐해진 지구를 위해 달로
2020년 09월 01일 14시 55분 32초

커큰 인터렉티브가 개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딜리버 어스 더 문'이 에이치투 인터렉티브에 의해 PS4 정식 한국어판으로 출시됐다. 24,900원에 출시된 이 작품은 지구의 천연 자원이 고갈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종말이 임박한 세계에서 펼쳐지는 SF 스릴러를 그려내고 있다.

 

에너지 고갈 후 그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월드 스페이스 에이전시(WSA)를 설립하고 달에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월드 스페이스 에이전시는 기세를 몰아 달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으나, 어느날 밤 갑자기 달과 지구의 통신이 중단되면서 다시금 지구는 모든 에너지 자원을 잃고 만다. 통신이 두절된 운명의 날로부터 다시 몇 년. 플레이어는 마지막 우주비행사가 되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활약해야만 한다.

 


좌측 상단의 작은 로켓이 인류의 희망

 

■ 달에서 나홀로

 

월드 스페이스 에이전시가 설립한 달 식민지와의 연락이 끊기면서 다시금 지구는 암흑기를 맞이하고, 푸르고 아름답던 지구는 황량한 색채를 띄게 됐다. 심지어 많은 구역의 사막화가 이루어져 게임이 시작하면 주인공과 동료들이 긴 시간을 들여 준비한 마지막 로켓이 있는 지역에도 사막화 폭풍이 닿기 일보직전의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다. 딜리버 어스 더 문에서 이런 황량한 지구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은 아주 잠깐 뿐이지만 지구가 얼마나 나쁜 상태로 몰렸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사히 로켓을 타고 달에 도착하면 플레이어는 홀로 비어버린 우주 정거장이나 달 식민지의 각종 시설들을 돌아다니며 연락이 두절된 원인을 찾아나서야 한다. 팔에 찬 기기의 도움으로 특정 물체들은 스캔을 통해 약력을 알 수 있고, 조금 진행하다보면 작고 귀여운 드론 로봇 ASE를 수리해 함께 돌아다닐 수 있게 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플레이어 혼자 뿐이다. ASE 하나에 의지해 협력하면서 달에 존재하는 버려진 시설들을 탐험하고 단서를 수집, 궁극적으로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비밀과 사건 뒤에 숨겨진 목적을 밝혀내는 것이 딜리버 어스 더 문의 목표다. 인류의 모든 것은 플레이어 단 한 명에게 달린 것이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마치 데드스페이스 시리즈의 주인공 아이작처럼 주인공이 꽤나 유능해서 로켓 파일럿부터 시작해 달 식민지의 망가진 물건들을 차례로 고치면서 진상에 다가가는 모습이 꽤나 흥미롭다. 달 기지에서 홀로 돌아다닌다는 감각이 확실히 느껴져 ASE를 고쳐 함께 다니며 진상을 밝혀내기 전까지는 넓은 달에 인류는 나 하나라는 기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 무중력과 산소고갈은 일상

 

달 식민지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조사 활동이 작중의 주요 컨텐츠이자 스토리이기 때문에 무중력 상태나 지구와는 다른 달의 중력, 그리고 산소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요소다. 로켓을 도킹하고 기지로 들어서면 바로 무중력 상태에 돌입해 부유한 상태로 기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무중력 상태를 아주 불편하지 않게 적절히 구현했다. 물론 무중력 구간에서 조사를 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상하가 뒤바뀐 상태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란 사실도 잊고 있을 때도 있지만 그만큼 몰입감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다.

 

게임의 긴박감을 더해주는 요소로는 산소 잔량이 있다. 주인공은 최대 3분이 조금 덜 되는 시간동안 버틸 수 있는 양의 산소를 우주복에 채워놓고 있어 산소가 없는 공간에서는 이 보유 산소량 고갈까지의 시간을 잘 신경써야 하는데, 이를 보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산소팩을 배치해뒀다. 너무 무리하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산소 고갈로 죽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로 산소팩은 넉넉한 수준이니 침착하게 진행한다면 적절한 긴박감을 즐기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은근한 퍼즐기믹들이 존재한다. 기지 내의 배터리를 찾아서 필요한 부분에 꽂아 전력을 확충하거나, 이동식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 길을 만드는 등 주인공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있고, ASE를 수리해 동행한 뒤부터는 ASE가 주인공이 갈 수 없는 작은 배관 같은 장소들을 움직이며 일을 해내거나 ASE가 접촉해서 열 수 있는 문 등을 열어주는 등 조작을 옮겨가며 둘이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퍼즐도 속속 등장한다.

 


 


 


 

 


■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장르상 SF 스릴러 액션 어드벤처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특출난 그래픽이나 화려한 액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징그럽고 위협적인 형상의 네크로모프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며 기지를 활보하는 에일리언도, 심지어 달 이야기를 하면 빼놓을 수 없이 나오는 익숙한 외계인 이야기도 딜리버 어스 더 문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달 기지가 어떤 이유로 갑작스레 연락이 두절됐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ASE와 함께 행동하기 전까지는 절망적인 상황의 지구를 두고 그 모든 것이 주인공에게 달려있다는 느낌과 광활한 우주, 그리고 달 안에서 홀로 있다는 느낌을 잘 살려냈다.

 

PS4 버전에는 프레임드랍이 극심한 구간들이 종종 존재하는데, 특히 전력 코드를 피해서 배터리를 빼오는 구간에서는 전기 효과가 그렇게 디테일한 것도 아닌데 상당한 수준으로 프레임이 떨어져 버벅이는 느낌을 준다. 프레임 드랍 문제 외에도 짧은 분량은 아쉽지만 비워진 달 기지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이나 텅 빈 기지의 분위기, 스토리 서사 등을 잘 짜내 적당히 쉬운 난이도의 SF 어드벤처 게임이 탄생한 셈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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