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한화생명e스포츠가 압승을 거뒀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DRX를 상대로 뛰어난 교전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경기를 압도하며 3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화생명e스포츠는 2라운드에 진출했으며, 이와 동시에 이번 플레이오프의 추가 코인을 획득하게 됐다.
DRX는 한화생명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하면서 서머 시즌 6위를 기록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전에는 참가가 가능한 만큼 한번 더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이와 더불어 서머 시즌 올프로 팀이 8일 발표됐다. 사실상 이번 올 프로 팀의 경우는 1, 2위를 kt 롤스터와 젠지가 모두 팀 별로 석권하는 양상이 나왔다.
올프로 서드의 경우 탑에는 제우스, 정글러는 캐니언이 선정됐으며 나머지 자리는 모두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이 차지했다. 신인상에는 젠지의 페이즈가 선정됐으며 시즌 MVP는 리헨즈가 수상했다.
다만 이렇듯 뻔한 구성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올 프로 팀을 선정하는 것이 굳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드는 편이다.
어차피 개인의 기량을 떠나 1위를 한 팀의 선수들 대부분이 올프로 퍼스트, 2위를 한 팀 선수 대부분이 올프로 세컨드로 선정되고 있는 마당에서 굳이 올프로를 선정하는 의미를 찾기 어렵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준이 있을지 의문이 가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이 부분은 기자가 꾸준하게 제기했던 문제이기도 한데, 아무리 현재 활동 중인 선수들의 표까지 합산된다고 하더라도 1위 팀에게 퍼스트를 몰아주고, 2위 팀에게 세컨드를 몰아주는 이러한 방식이 과연 진정한 올 프로 팀 선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선수들이 본 실력으로 정말 각 포지션 세 번째 선수들일까
말 그대로 올 프로 팀이라는 것은 해당 포지션에서 그 시즌 가장 좋은 활약을 한 선수들만 모아 구성하는, 일명 ‘드림팀’이다. 그런데 1,2위를 했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 선수들이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한 선수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올프로 퍼스트에 선정된 kt롤스터 팀과 나머지 9개 팀의 베스트 선수들로 팀을 꾸려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과연 두 팀 중 어느 팀이 더 강해보일까. 아마도 후자일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이렇듯 1,2위 팀의 나눠 먹기 식의 수상이나 기존 관행대로 올프로를 뽑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실 상 올프로 선정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강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한 선수가 약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보다 높게 평가받는 것이 현 올프로 선정 시스템이다.
이에 대한 근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누가 선정되었는지만 공개된다. 여기에서부터 이미 잘못됐다.
심지어 다른 어떤 스포츠도 1,2위를 한 팀에 시즌 베스트를 압도적으로 몰아주는 경우는 없다. 경우에 따라 다른 팀보다 많을 수는 있지만 농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던, 축구에서 리그 우승과 챔스까지 거머쥐던 상황은 같다.
만약 하위권 팀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면 오히려 가중치를 두는 경우도 있다. 약팀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는 상위권 팀 선수와 동일한 성적을 내기 위해 더 높은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점을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충분히 인정한다.
물론 이러한 다른 스포츠들처럼 LOL이 명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의 LCK 올프로 선정 시스템은 홈런 1위를 차지해도 1위 팀이 아니기 때문에 1위 팀에 있는 홈런 2위 선수를 홈런왕으로 선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쨌든 현재 올 프로팀 선정 구성은 지극히 팀 성적에 기반을 둔 선정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과연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1%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솔직한 생각이다. 거창하게 올프로 팀이라는 말 대신 ‘이번 시즌 최고의 팀’으로 하고 단순히 정규 시즌 1위팀을 선정하면 되는 것 아닐까.
차라리 이런 분별력 없는 올프로 선정 대신에 다른 스포츠 경기들처럼 어시나 킬수 등 세부적인 지표에 대한 타이틀 시상이 더 건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디플러스 기아의 경우 금일 경기에서 패배할 경우 5위가 확정되며,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 합산 40포인트를 획득하게 된다.
T1은 이번 경기에서 패해도 스프링 시즌에 70점을 받았기 때문에 90점이라는 제법 높은 점수를 가지게 된다.
어찌 보면 포인트 경쟁이 중요한 시점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입장에서는 T1이 패배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라지 않을까 싶다.
이 경우 T1은 최고 90점 획득에 그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우는 스프링 시즌 획득한 50점과 더불어 서머 시즌 그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 선발전 1옵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디플러스 기아 팀 프리뷰
디플러스 기아는 사실 우승을 노리는 전력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럴 만한 힘도 없는 상태다. 선수들 대부분이 현재 메타에 적응이 잘 되지 않고 있기도 하고, 사용하는 챔프 폭에 있어서도 현재 메타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챔프들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쇼메이커의 기량이 상당히 떨어진 것이 문제다. 트리스티나와 르블랑 같이 쇼메이커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챔프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문제가 없지만, 그 외에 챔프들을 사용했을 때의 경기력을 보면 확실히 상위급 미드라이너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덧붙여, 아무리 칸나의 폼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는 해도 역시나 상위권 탑솔러들에 비하면 실력 면에서 부족함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캐니언이라는 준수한 정글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체의 힘이 약해지게 되고, 이로 인해 현재 상체 메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상위권 팀들에게 밀리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 T1 팀 프리뷰
T1에 대해서는 참으로 할 말이 많다. 페이커가 있는 T1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상위권 포스의 팀이지만, 최근 페이커가 빠진 상태의 팀을 본다면 과연 페이커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상위권 팀에 어울리는 기량을 가진 선수인지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
서머 시즌 올프로 서드 팀에 선정된 제우스만 봐도 그렇다. 분명 제우스는 페이커가 있는 상태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였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솔직히 한 사람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어째서 제우스가 이 정도 성적을 내고도 선정이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페이커가 없는 상태에서는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고, 지표상으로는 오히려 두두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올프로 선정에 팀 성적을 매우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상당히 이해가 불가능한 결과다. 압도할 정도의 성적을 낸 것도 아니고 말이다. 현 시스템이라면 서드에는 킹겐이 들어가야 맞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페이커를 제외한 선수들의 기본 실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고, 최고의 플레이어 페이커가 존재함으로 해서 이들에게 엄청난 시너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페이커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 평가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만하다. 심지어 페이커가 팀 전력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내 다른 포지션이 타 선수로 대체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전력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2군에서 올라온 포비 선수의 능력 때문에 T1이 연패를 거듭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포비는 자신이 할 만큼은 했다. 당연히 준비 없이 올라온 신인 선수는 그만한 적응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플레이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무려 ‘대상혁’을 대체하는 위치이다 보니 플레이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페이커처럼 활발한 지원을 해 줄 수도 없다.
사실 상 이 부분은 포비보다는 다른 팀원들의 문제가 컸다. 어차피 잠시 기용하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신인 선수에 대한 케어가 상당히 부족한 모습이 느껴졌는데, 일례로 젠지의 경우, 페이즈가 올해 처음 데뷔했던 스프링 시즌 초반 경기 내내 페이즈에게 상당한 지원을 해 줬고 이를 통해 성장이 가능했다.
한화생명 e스포츠 역시 클리드 이슈로 인해 그리즈가 갑작스럽게 올라온 상황에서 초반 플레이가 다소 불안한 상황이었음에도 최대한 그리즐리에게 신경을 써 주며 결과적으로 더 좋은 팀 전력을 만들어낸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경기를 치루고도 T1만 전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팀 자체에서 미드를 포기하고 다른 곳에 올인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T1의 핵심은 페이커라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고 말이다.
- 양 팀 전력 비교
디플러스 기아는 다소 문제가 많은 상체에 비해 데프트가 버티는 하체에서는 나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바이블인가, 켈린인가 하는 서포터 논쟁은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상체는 칸나와 쇼메이커가 케니언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세다. 캐니언이 자신의 성장에 주력하며 힘을 키워서 후반 캐리를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된다면 미드가 붕괴되는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T1은 페이커가 어느 라인에 힘을 실어주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바텀 라인의 폼이 심각하게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체의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디플러스 기아의 상체가 좋은 컨디션도 아니다.
포지션 별로 비교하자면 상체는 제우스가 약간이나마 앞서 있는 모습이며, 정글러는 디플러스 기아의 압승이 예상된다. 그만큼 오너의 경기력이 좋지 않다.
POG 1위 캐니언의 존재는 분명 T1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드에서는 T1이 앞선다. 폼이 떨어진 쇼메이커와 비교해 다른 모든 라인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밀리지 않는 페이커의 존재감이 크다.
바텀 라인은 백중세이거나 디플러스 기아의 약 우위가 예상된다. 케리아가 작년이나 올 시즌 초와 같은 경기력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고, 디플러스 기아 역시 서포터 이슈가 있다.
그나마 원딜러의 순수 능력을 본다면 데프트가 구마유시에 비해 분명 나은 활약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T1의 약 열세라고 보는 것이 맞다.
- 실제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페이커가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T1은 아직 100% 완벽한 전력은 아니다. 심지어 페이커가 기용되어 승리한 경기 역시 하위권 팀과의 경기였던 만큼 정확한 전력 파악이 어려우며, 자칫 패배할 뻔 한 경기도 있었다.
적어도 스프링 시즌까지의 T1이었다면 예상하지 못할 만한 내용이었다. 서머 시즌이 진행될 수록 점점 폼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2년 여 시간 동안 최고의 팀이었던 T1이…
여기에 페이커가 빠진 상황에서 다른 모든 팀들이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렸다는 것이 크다. 페이커를 봉쇄하면 다른 모든 라인의 전력이 감소한다는 것을 말이다.
디플러스 기아의 입장에서는 상체보다 하체에 집중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차라리 캐니언과 데프트가 성장하는 것이 경기에 유리할 수 있다.
다만 현재 T1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커를 쇼메이커가 상대하기에는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페이커가 다른 라인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고, 결과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만큼이나 이 경기는 사실상 페이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확률이 높다.
페이커를 철저히 봉쇄해서 다른 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면 디플러스 기아에게 승산이 있을 것이고, 만약 이러한 봉쇄에 실패한다면 다른 라인들이 덩달아 살아나며 불리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페이커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을 풀어줄 경우, 지난 리브 샌드박스전처럼 페이커가 ‘세체미끼’ 가 될 상황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런 만큼 디플러스 기아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투자로 얼마나 페이커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가 승패에 중요하게 작용할 듯싶다.
현재 두 팀 모두 폼이 좋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사실상 어떤 팀이 승리할지는 다소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해외 배당을 보면 T1에게 상당히 높은 배당을 책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두 팀이 그 정도까지 팀 전력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일 컨디션과 밴픽에 따라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이 경기는 T1보다는 디플러스 기아의 승리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경기다. 그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반대의 경우가 나올 가능성도 높지만 일단은 디플러스 기아의 불안 요소가 더 적어 보인다.
비슷한 전력의 팀 매치이다 보니 매 세트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한 만큼이나 3 대 1이나 3대 2 스코어로 디플러스 기아가 승리하는 상황이 나올 듯하다. 여기에 두 팀의 성향과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어느 한 쪽이 모험심 가득한 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많은 킬이 나오지 않을 경기가 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1,2세트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페이커를 견제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이 경기는 T1이 압승하는 상황으로 가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