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는 미디어 비전이 개발한 인기 IP '디지몬' 시리즈 최신작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를 2일 정식 출시한다.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는 디지몬 IP 속 수많은 시리즈들 중 디지몬 스토리 시리즈의 7번째 작품으로, 세계 붕괴의 비밀을 추적하면서 인간 세계와 디지털 월드를 넘나들며 모험하고 다양한 디지몬을 수집, 육성하는 턴 기반 RPG다. 플레이어는 시공과 세계를 넘어 인간과 디지몬의 유대를 그려가는 이야기를 체험하게 된다.
본 리뷰의 경우 PS5 일반 디스크 에디션에서 플레이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스토리와 육성 중심의 작품인 만큼 가능하면 과도한 스포일러를 피했다.
■ 뻔해보여도 흥미진진한 스토리
스토리에서 주인공은 전형적인 말하지 않는 주인공처럼 연출된다.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디지몬을 추적하고 활동하는 ADAMAS 소속인 주인공은 선택지 등을 통해 대화를 한다는 점은 알 수 있으나 게임 내에서 선택지를 고를 때가 아니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등 의사소통 중 대사를 보여주거나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 주인공을 선택할 때 고르지 않은 성별 쪽이 오퍼레이터로 스토리 내내 대사를 말하기 때문에 그쪽 목소리를 듣거나 대사를 읽을 일이 훨씬 많다.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는 게임이나 책, 영상매체 등 다양한 미디어를 어느 정도 즐긴 사람이라면 초반 전개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스토리와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전개들과 설정 사이에서 플레이어가 흥미를 가지고 플레이할만한, 혹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따라가볼만한 이야기를 능숙하게 들려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인공의 대사가 없는 편이고, 선택지도 단발성 개그 선택지를 제외한다면 큰 차이가 없는데다 이야기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함께 행동하는 이노리와 아이기오몬이라는 점은 자칫하면 디지몬 스토리즈 타임 스트레인저에서 주인공의 입지를 위협할만한 요소라고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 속 스토리에선 꾸준히 등장인물들의 지나가는 발언이나 개그성 연출 등을 통해서 주인공의 존재감을 살리기도 하고, 다소 수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주인공에게도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복선을 계속해서 깔아주며 이야기의 중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노리와 아이기오몬의 역할이 중요해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 위주로 흘러가는 느낌이 적잖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 역시 이들과 함께 행동하는 이유를 아주 초반부터 계속해서 주입하기 때문에 이들과 협력하며 인간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모험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또, 이번 작품에서는 디지몬 속 올림포스 12신이 중요한 디지몬들로 등장해 이들이 빛을 본다는 점이나, 서브 퀘스트를 통해 인간 또는 디지몬들의 비중 또한 챙기고 있다는 점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운로드 의상에 서브 퀘스트가 딸려있는 경우도 있다
■ 편리함과 속도감, 턴의 단점 줄인 전투
RPG, 특히 턴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RPG는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 할수록 마니아들이 찾는 장르로 향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 갈수록 자극적인 맛의 새로운 작품들이 출시되면서 진득하게 너와 내가 한 대씩 때리는 턴 방식 RPG들은 그 자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현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 또한 턴 기반의 육성 RPG다. 그렇다보니 턴 기반 RPG가 가진 특유의 루즈함과 반복성을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작품을 살펴보면 꽤 정석적이면서도 편의성 위주의 장치를 활용해 플레이어가 느낄 반복성이나 지루함을 완화시키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게임 시작부터 파트너 디지몬을 얻으면 필드를 돌아다니는 여러 디지몬들이나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들을 향해 디지어택을 가할 수 있다. 디지어택은 파티에 편성된 디지몬들이 오브젝트나 디지몬을 향해 공격을 가하는 액션으로, 처음부터 한 마리 이상의 적 디지몬을 쓰러뜨리고 시작하거나 아예 모든 디지몬을 심볼 상태에서 전투 없이 쓰러뜨릴 수 있기도 하다.
또, 전투에서는 자체적으로 배속 기능을 제공해서 2배, 3배, 5배의 속도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3배속까지는 그냥 액션 연출이 빠르게 재생된다는 느낌이지만 5배속부터는 연출까지 간소화해서 전투만 빠르게 끝낼 수 있게 된다. 5배속으로 진행해도 각 잡고 열심히 육성한 디지몬이 아니라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만 쭉 따라오는 경우에는 보스전에서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속도감 있게 전투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장치들로 인해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는 턴 기반 전투가 주는 특유의 지루함을 느낄만한 시간을 단축시킨다.
디지어택이나 배속 외에 오토 기능도 존재
그렇다고 배틀의 난이도가 허술하냐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적들이야 처음부터 꾸준히 키워온 디지몬이라면 무난하게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보스전들에서는 경우에 따라 심심찮게 디지몬이 쓰러지거나 아예 전멸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정도의 난이도를 설정해뒀다.
플레이어가 보스전 상성을 대비하지 않거나 보스의 모으기 패턴 등을 유심히 살피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로 싸운다면 전멸하기가 정말 쉽고, 이런 부분을 대비하고 패턴을 잘 대처한다면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패턴이나 기믹도 대놓고 알려주는 편
단, 디지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전투에서 상성을 단번에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은 편이다. 전투에서 디지바이스를 사용해 적을 분석하고 물리나 마법 어느 쪽의 공격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유추할 수 있겠지만 상성의 경우는 비주얼로 상상한 상성과 다소 차이가 있는 편이고, 형태에 따른 고유의 가위바위보형 상성 외에 기술 속성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라 헷갈리기가 쉽다는 부분이 좀 아쉽다.
그래도 전투에서 어떤 기술이 상성이 좋고 나쁜지는 퍼센티지로 표시해 상당히 직관적으로 상성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신규 입문자들이 충분히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처음 만나는 디지몬들의 상성은 물음표로 표시된다
넌 약점 상성이 어떻게 되니
■ 육성의 진수
초기부터 다마고치라 부르는 작은 기기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다양한 디지몬을 육성했던 게임답게,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 또한 육성의 진수를 보여줄 정도로 육성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초기에 받을 수 있는 파트너 디지몬을 포함해 각종 디지몬들은 특정 조건을 갖추면 여러 디지몬으로 진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반대로 진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파격적이게도 퇴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디지몬의 진화 조건을 파악하는 것 역시 쉬운 편이다. 다양한 성격 분기가 있고, 육성되는 능력치도 다르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디지몬을 진화시키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표기하고 있어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목표로 디지몬을 육성할지 알기 쉬운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 디지몬을 진화시키고도 다른 진화 트리를 육성해보기 위해 새로운 디지몬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다. 이는 전투에서 승리하면 스캔율이 올라가는 컨버트 시스템을 활용해 자연스레 반복 전투와 육성을 연계시켰다.
100%부터 컨버트가 가능하지만 보너스를 생각하면 200% 말고 선택지가 있나?
또한 디지몬들에게는 성장을 통해 배우는 기술 외에도 플레이어가 장착 형식으로 여러 능력치나 내성을 향상시켜주는 액세서리를 붙이거나 기술 아이템으로 디지몬에게 원하는 기술을 배우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 나만의 디지몬을 육성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육성하는 것과 그 육성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좋아할만한 시스템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450체 이상의 디지몬이 새롭게 단장한 그래픽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어떤 디지몬을 어떻게 육성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이전부터 충만했고, 실제 플레이에서도 컨버트한 디지몬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육성하는 재미가 있었다.
심지어 파티나 대기 멤버에도 들어가지 않고 대기하는 디지몬들도 모두 조금씩 경험치를 받아 성장해 주력 파티에 활용할 전력들만 육성하는 동안에도 알아서 성장하는 디지몬들로 인해 필요에 따른 파티 멤버 교체도 꽤 자유로운 편이다.
컨버트 해두면 알아서 큰다
디지팜은 많이 간소화시킨 다마고치 느낌도 있다
■ 디지몬과 육성을 좋아한다면 꼭
여러 장점에 대해 평가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지몬 스토리 타임 스트레인저가 완전무결한, 소위 말하는 무조건 해야 하는 '갓겜'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흠결이라 볼 것은 있더라도 평범한 RPG 작품 또는 장르 및 IP 팬 입장에서 수작 정도로 평가할 정도의 완성도와 즐거움은 충분하다.
턴 기반 RPG라는 장르 자체의 호불호를 차치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스토리 자체가 다소 클리셰를 답습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자칫하면 주인공은 들러리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은 취향이 다소 갈릴 수 있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디지몬 IP 특유의 감성과 애니메이션 첫 작품부터 그래왔던 화사한 톤을 활용하면서도 세기말적인 분위기, 디지털 월드의 각 지역이 보여주는 훌륭한 비주얼, 수많은 참전 디지몬의 수 등 팬들이라면 칭찬할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많다.
RPG에서 육성을 좋아한다? 구매를 추천한다. 본인이 디지몬 IP의 팬이다? 반드시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소소한 서브 컨텐츠
불안정한 세계들의 디자인도 인상깊다
일부 디지몬은 탑승하는 디지라이드도 가능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