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는 일본 팔콤 주식회사가 개발한 닌텐도 스위치용 액션 RPG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 패키지 및 다운로드 제품을 지난 25일 국내 정식 발매했다.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는 2010년 PSP 버전으로 발매된 액션 RPG 펠가나의 맹세에 약간의 신규 요소들을 추가해 다시금 업그레이드를 거친 작품이다. 닌텐도 스위치에 맞춰 HD 리마스터를 진행했고 사운드는 PC 버전 이스 -펠가나의 맹세-에서 사용됐던 오리지널 버전 외에도 원조 PC-8801 버전, X68000 버전까지 총 3종의 사운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필드 이동과 전투 속도를 1.5배나 2배로 변경할 수 있는 하이 스피드 모드가 탑재되었으며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의 보이스 추가, 30종명 이상의 모든 캐릭터에게 보이스 이벤트가 부여됐다.
한편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는 한국어 자막을 공식 지원하며 패키지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 소프라노를 포함한 다양한 게임 쇼핑몰 및 오픈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
■ 펠가나 지역에서의 모험
아마 지금 30대에서 40대 사이의 게이머나 고전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그냥 달려서 캐릭터로 몸통박치기를 하면 공격이 되는 1편과 2편 시절의 붉은머리카락 모험가 아돌을 기억할 것이다. 90년대생이라면 1편의 리메이크작인 이스 이터널이 더욱 익숙할 것이다. 어쨌든 몸통박치기로 적들을 들이받으며 전투를 진행하던 이스 시리즈는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시리즈를 이어오며 팔콤과 이스의 팬들에게 신작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늘 신작만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전에도 몇 번 그랬지만 이스 시리즈는 각 기종에 기존작을 리마스터 이식하거나 요소를 추가하는 느낌으로 소위 '사골' 우리는 출시를 해오기도 했다. 그래도 맛은 있는 사골이지만.
이번에 닌텐도 스위치판으로 출시된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 역시 그런 사골국 중 하나다. 국내 기준으론 2006년에 아루온 게임즈에 의해 PC판이 출시됐고 PSP판은 2010년과 2011년에 일본과 북미판, EU 지역에 출시되었다. 그리고 원본이 되는 이스:펠가나의 맹세도 이스 시리즈 본편 3번째 타이틀의 리메이크작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시금 닌텐도 스위치로 리마스터 이식된 것이다. 물론 나열하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우린 것처럼 보여도 메인 시리즈 3편 자체가 89년도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난 뒤 리메이크로 원작을 다시 선보인 것이고, 다시 그와 비슷한 시간이 흐른 뒤 최신 기종에 이식했다고 볼 수 있다.
정훈 시간 같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는 이스 시리즈의 간판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이 모험 파트너인 도기의 고향 펠가나 지방으로 향해 그곳에서 겪는 모험담을 다룬다. 어느 날 훌쩍 고향을 떠난 도기가 8년 만에 돌아온 것은 펠가나 지방에 대한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해서였고, 실제로 아돌과 도기가 도착한 시점부터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대개 선형적인 구조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어 갈 수 있는 장소도 스토리에 따라 늘어나는 식이나 일부 지역은 해당 지역 스토리 진행 이전에 갈 수도 있다.
아돌이 어떤 인물이고 왜 펠가나 지방에 온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화면 상하단에 레터박스가 생기면 음성이 출력되는 대화 이벤트다.
■ 배속 모드가 추가된 모험
닌텐도 스위치판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의 새로운 요소라면 배속 모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아돌 크리스틴의 모험을 즐기는 도중 좀 더 빠른 속도로 모험과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기능인데, 1.5배속과 2배속 중 원하는 속도를 버튼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버튼 조작 설정 등에서 이 배속 기능을 켜고 끄는 조작법이 들어가 있지 않아 처음에는 이 기능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R 스틱을 꾹 눌러주면 된다. 이미 이스 -펠가나의 맹세-를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도 보다 빠르고 어려운 전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는 점프가 섞인 액션 RPG식 전투를 선보인다. 시리즈의 1편과 2편에서와 달리 이후로 더는 아돌이 몸통박치기로 불리는 접촉 방식으로 적과 싸우지 않고 제대로 무기를 휘두르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식으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연속 공격 횟수가 정해져있어 적을 공격하다가도 잠시 회피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며 이 상한은 일시적으로 부스트를 사용하면 조금 더 늘어난다. 향후 추가로 능력들이 개방되는 시점에서 더블 부스트라는 능력을 활용해 주변의 적을 밀쳐내면서 체력도 회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더블 부스트를 사용하면 짤막한 아돌의 안면 컷인도 감상할 수 있다.
마법을 포함한 기능들은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습득하는 방식이다. 아돌은 무기와 방패, 갑옷에 더해 액세서리와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링을 장착할 수 있으며 이들 중 링과 액세서리는 할당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초반부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에서는 적의 속성 상성이나 방어 특성에 따라 물리 공격으론 피해를 제대로 줄 수 없는 적을 마법으로 해치우고, 특정 속성 공격은 사실상 무효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특정 액세서리가 얕은 화염지대의 피해를 무효화해준다거나 하는 효과가 있으며 링의 마법을 사용해 체공시간을 높여 멀리 떨어진 곳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아돌의 대시 능력이나 2단 점프 등이 개방되기도 한다. 일단 점프가 있다는 시점에서 게임에 잔뼈가 굵은 게이머들은 이를 활용하는 장면들이 나온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에서 펼쳐지는 모험에는 다소 플랫포머 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들이 많다. 점프를 사용해 발판 사이를 넘는다거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멀리 떨어진 곳을 점프와 링의 마법을 써서 넘어가기도 하고, 지속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돌출된 부분만 점프로 건너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 기존에 갔던 지역에서 스토리 진행 당시 갈 수 없었던 곳을 새로운 능력을 개방한 뒤 갈 수 있게 되기도 하니 이런 부분을 꼼꼼히 기억해뒀다 돌아가서 숨겨진 보상을 획득하도록 하자.
점프는 초반부에 만날 수 있는 보스급 적들에게도 유효하게, 아니 그를 넘어 아예 공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당장 처음 만나는 미니 보스전 느낌을 주는 상대와의 싸움에서도 점프로 투사체를 피할 수 있는데 이후 만나게 되는 보스와의 전투는 아예 줄넘기마냥 수시로 점프를 하면서 원거리로 공략해야 하는 방식이다. 적절하게 장비를 구입하고 강화를 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면 그래도 좀 수월하게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겠지만 스토리 난이도에 비해 아돌의 장비 상태가 좀 뒤쳐진다면 일반적인 적들과의 싸움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사경을 헤메는 장면이 나올 수 있어 꼼꼼한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점프점프 다이어트
■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난이도
이스 메모와르 -펠가나의 맹세-의 전투 난이도는 은근하게 균형이 잡혀있다. 일반적인 적들과의 싸움에서도 적의 공격 반응 등을 신경써줘야 큰 피해 없이 모험을 계속할 수 있고, 보스전은 보통 난이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나름대로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아돌이 다양한 능력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나 액세서리도 늘어 편의성도 늘어간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편의 버튼으로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워프 깃털을 얻는 시점부터 쾌적도가 크게 향상된다는 느낌이다.
나름의 난이도가 있어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세이브 포인트가 많이 있지는 않은 대신 죽으면 해당 필드에 진입한 시점부터 재시작을 할 수 있다. 가끔 맵에 진입할 때 체력이 없는 상황에서 죽어버리면 적은 체력으로 재시작해야 하는데, 이럴 때는 좀 어려움을 겪겠지만 어쨌든 계속 시도하다보면 돌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에 보스전도 난이도가 제법 있는 편이나 몇 번 죽다보면 난이도를 낮춰서 재도전을 하는 선택지도 제공되어 일시적으로 보스전 난이도를 낮춰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준다.
이스 시리즈를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대략적인 설정을 알 수 있는 인트로 나레이션과 독립성을 가진 스토리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무방하다. 또, 리파인 된 일러스트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어 보다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지만 기존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이전 일러스트를 출력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반적인 플레이타임은 JRPG 치고 그렇게 긴 편은 아닌 게 아쉽지만 이젠 15년 이상 지난 게임의 이식작임에도 플레이에 불편한 부분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처음으로 플레이해보는 것이라면 시작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배속을 켜면 이 패턴도 굉장히 현란해진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