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젠지였다. 어제 펼쳐진 결승 진출전에서 젠지가 케이티 롤스터에게 3대 0 완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커즈’는 오늘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퍼펙트’는 실력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플레이가 나왔고, 바텀 라인 역시 젠지에게 밀렸다. 믿었던 ‘비디디’마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결국 정글을 제외한 모든 라인에서 젠지에게 밀리며 완패를 기록하게 됐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젠지의 폼 역시 어느 정도 회복된 모습이 나왔다. 덕분에 결승전 또한 한층 흥미진진한 경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일은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의 결승전이 진행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후 2시부터 경기가 시작되며, 결승전 경기의 경우 최초로 MBC에서 생중계가 이루어진다.
참고로 어제 진행된 LPL 4시드 결정전에서 ‘루키’와 ‘더샤이’가 있는 IG가 ‘페이즈’ 및 ‘스카웃’이 속한 JDG를 상대로 3대 1 승리를 거두면서 롤드컵 본선 진출전의 T1 상대는 IG로 결정됐다.
- 한화생명e스포츠 전력 분석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모두 3대 0으로 마무리한 한화생명e스포츠는 현재 상태가 좋다. 팀에서 한 사람 몫도 하지 못했던 ‘피넛’과 ‘제카’, 그리고 ‘딜라이트’가 모두 플레이오프 들어 1인분을 해 주고 있고, 많은 지적을 받았던 밴픽 역시 훨씬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만약 이 경기력 그대로의 모습이 결승전에 나온다면 승리 자체도 상당히 긍정적인 상황이다. 젠지가 100%의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더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반면 반대의 상황이 나온다면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한 선수 정도가 다시 이전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래도 다른 선수들이 분발해 커버가 가능하지만 두 선수 이상이 시즌 당시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사실상 승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제우스’와 ‘바이퍼’는 시즌 내내 꾸준히 잘 하고 있다. 제카와 딜라이트 또한 어느 정도 폼을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폼이 살짝 떨어질 수는 있어도 정규 시즌과 같은 저점은 찍지 찍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에 반해 피넛과 팀의 밴픽 이슈는 변수다. 플레이오프의 밴픽이 좋기는 했지만 올 시즌 동안 꾸준히 문제가 되어 오던 부분이 바로 밴픽이다. 계속 좋은 밴픽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피넛 또한 극히 일부의 경기를 제외하면 시즌 초부터 꾸준히 저점을 찍어 왔다. 심지어 LCK컵에서도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그만큼 두 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다고 해서 확실하게 폼이 회복되었다고 단정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 젠지 전력 분석
케이티 롤스터전 3대 2 패배, T1전 3대 2 승리, 그리고 결승 진출전에서는 3대 0 승리를 거두며 젠지는 꾸준히 우상향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젠지는 ‘캐니언’과 ‘쵸비’의 경기력이 문제다. 두 선수 모두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 비해서는 분명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팬들이 바라고 있는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그나마 캐니언의 경우는 올 시즌 꾸준히 경기력이 긍정적이지 않았기에(물론 현재 상태가 가장 최악이기는 하다)크게 기대한 부분이 없는 편이지만 쵸비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1.5인분 이상은 해 주어야 하는 선수다.
쵸비가 한 사람 분의 노멀한(?) 플레이를 하다 보니 그만큼 젠지의 파워가 약해졌다. 대신 ‘룰러’가 좋은 폼을 유지하면서 힘을 넣어 주고 있기는 하나 쵸비가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인’은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어쨌든 이번 결승전은 각 팀의 선수들이 얼마나 100%의 기량을 낼 수 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실제 경기 분석
젠지가 과연 LCK의 생태 파괴자인가 하는 부분에는 솔직히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만약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기 이전이라면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다. 이전 기사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 놓은 것도 맞다.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가 자신의 모습을 찾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분명 젠지는 적어도 LCK 내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4 서머 시즌 이후부터의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한화생명e스포츠가 LCK에서 ‘더 강한 팀’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로드 투 MSI’ 같은, 일종의 흥행을 위한 대회를 제외하고 24 서머 시즌부터 한화생명e스포츠는 LCK 주관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 강하다는 젠지는 현재 1년 이상 LCK 내에서 우승 기록이 없다.
정규 시즌 기록은 분명 젠지가 앞선다. 심지어 두 팀의 대결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규 시즌은 말 그대로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못 한 것도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이번 결승전은 ‘LCK 최강 젠지’가 ‘2위팀 한화생명e스포츠’를 참교육 하는 경기가 아니다. ‘2인자의 입장에 있는 젠지’가 ‘우승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도전하는 경기다. 현재 경기력 또한 비슷하다. 어디에도 젠지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데이터는 없다.
24 서머 시즌에도 정규 시즌 1위를 기록한 젠지가 패했고, LCK컵 역시 한화생명e스포츠가 모든 상위권 팀들에게 승리하며 우승을 기록했다.
흥행을 위해 실시했던 로드 투 MSI에서도 한화생명e스포츠는 약하지 않았다. 비록 역스윕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을 당하며 이후 T1전에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에 반해 승부 예측 상황은 상당히 젠지에게 우호적이다. LCK 중계를 제공하는 ‘SOOP’의 승부 예측 배당 또한 현재 젠지가 1.5, 한화생명e스포츠가 3.0으로 젠지의 승리 가능성을 두 배 정도 더 높게 예상한 배당으로 설정해 두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젠지의 승리 가능성이 훨씬 높을까. 일단 24 서머 시즌 이후 진행된 양 팀의 네 번의 5전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 상으로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우위다.
이번 플레이오프 기록은 더더욱 차이가 있다. 젠지가 케이티 롤스터에게 3대 2로 패배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젠지는 T1을 상대로 3대 2 승리를 만들어 냈고, 한화생명e스포츠는 3대 0 승리를 기록했다. 여기에서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더’ 잘 했다.
심지어 게임과 관련된 징크스와 같은 데이터를 살펴보더라도 ‘피넛’과 ‘딜라이트’, 심지어’제카’까지 세 명의 선수들이 결승전에 진출하면 반드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 진출하지 못할 만큼 팀 전력이 나쁘면 모르겠지만 결승전에 진출할 전력이 되었다면 반드시 승리를 했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플레이오프 이전의 상황이라면 위의 배당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부진에 빠졌던 선수들이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반면 젠지는 ‘캐니언’과 ‘쵸비’가 아직도 아쉬운 상황이다.
포지션 별 전력을 보더라도 젠지가 크게 낫다는 느낌은 없다. 탑 라인의 경우 기인과 제우스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최상급 선수지만 제우스가 기인에 비해 약간이라도 앞서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정글은 양 팀 모두 긍정적이지 못하다. 피넛이 살아나고 있기는 하나 언제 다시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올지 알 수 없으며, 캐니언은 올 시즌 평범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미드는 쵸비가 분명 앞서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나오고 있는 제카의 경기력이라면, 그리고 현재 쵸비의 폼을 생각한다면 그 차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피넛과 제카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수준의 경기력이 결승전에 나온다면 상체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더 좋다. 반면 두 선수 중 한명이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두 팀의 상체는 비슷한 수준, 혹은 젠지가 약간 앞서는 양상이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으로 피넛과 제카 모두가 갑자기 플레이오프 이전의 저점이 나올 가능성은 낮기에 한 명 정도는 현재의 경기력을 보인다고 가정하면 상체는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바텀은 한화생명e스포츠가 더 강하다. 룰러와 바이퍼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최상급 티어인 만큼 두 선수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반면 듀로와 딜라이트의 비교는 딜라이트가 안정감이나 여러 부분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결국 현재의 팀 전력을 비교함에 있어서도 양 팀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한화생명e스포츠가 소폭 앞서는 상황이다. 여러 요소들을 종합할 때 젠지보다는 오히려 한화생명e스포츠가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의 배당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모든 게임이 데이터만으로는 흘러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MLB)를 예로 들더라도 강력한 1위권 팀이 승리할 가능성은 3분의 2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당일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충분히 변수가 나올 수 있다.
만약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이 그대로 나와 준다면 결승전은 한화생명e스포츠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며, 3대 1 정도로 경기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또 다시 ‘지고 시작하는’ 밴픽을 사용하거나 피넛과 제카, 딜라이트 중 2명 이상이 정규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저점의 경기력으로 회귀할 경우에는 젠지의 승리로 결승전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경기 전 상황을 예상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지난 케이티 롤스터와 젠지전에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갑자기 한 선수가 신들린 활약을 해 버리면 경기 결과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고,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도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많이 틀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경기 전 데이터와 상황을 판단해 예측을 해도 실제로 많은 변수들이 경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예상으로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 다만 전제 조건은 1세트의 승리다.
양 팀의 5전제 경기는 통상적으로 한화생명e스포츠가 1세트를 가져갔다. 1세트는 일단 앞서고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선수들의 폼이 어떤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반면 젠지가 1세트를 가져가는 상황이 될 경우 젠지의 3대 0 또는 3대 1 승리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첫 세트를 패배한다는 자체가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의 폼이 좋지 않은 상태로 회귀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