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서도 표절 판정난 ‘R2M’...R2 오리진은 다를까

새로운 대안이라기에는 ‘글쎄’
2025년 10월 01일 14시 25분 50초

9월 25일, 웹젠의 신작 ‘R2 오리진’이 정식 발매됐다. 이 게임은 2006년 발매된 R2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해 보다 향상된 퀄리티로 제작됐다. 

 


 

- 원작인 R2는 어떤 게임일까

 

원작인 R2는 현재도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사실 상당히 오래된 게임, 그것도 최근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 구세대 게임이다. 그렇다 보니 올드 유저가 아닌 이상은 플레이를 해 본 기억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R2는 전형적인 ‘리니지 라이크’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다만 최근 널리 사용되는 리니지 라이크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요즘 말하는 리니지 라이크는 사실상 오리지널 리니지 보다는 ‘리니지M’ 스타일에 가깝다. 반면 R2는 순수하게 리니지 시리즈에 가까운 게임이다. 

 

그만큼 게임 자체가 리니지 시리즈와 많이 닮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는 상대적으로 카피의 개념이 약했다. 심지어 A 게임을 B 게임이 참조하고, B 게임을 C 게임이 다시 참조하는 식의 순환이 이루어졌기에 표절의 기준을 잡기가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그 당시 가장 잘 나가는 게임을 참조한 만큼이나 유저들의 반응은 좋았다. 나름준수한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R2의 제작사 NHN 게임즈와 웹젠이 2010년 합병을 이루어 내면서 결국 R2는 웹젠의 게임이 됐다.  

 

- 야심차게 내 놓은 R2M, 하지만 소송 엔딩으로…

 

뮤 시리즈와 함께 웹젠의 대표 게임이 된 R2는 2017년 발매된 ‘리니지M’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자 2020년 모바일 버전인 ‘R2M’을 발매하게 된다.

 

R2M의 개발은 과거의 김대일 PD(현 펄어비스 의장)가 주축이 된 원래의 팀이 아닌, 웹젠의 자회사 ‘웹젠레드코어’가 맡았다. 다만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존의 R2가 ‘리니지 라이크’의 범주에 드는 작품이었다면 R2M은 심각할 정도로 리니지M을 카피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R2의 소유권을 웹젠으로 가져왔고, 확실한 캐시카우가 필요했던 웹젠은 ‘웹젠 스타일의 리니지M’으로 R2를 변화시켰다. 그만큼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소한의 선 마저 넘어버린 카피에 결국 NC소프트가 소송이라는 칼을 꺼내 들게 된 것이다.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던 R2M 

 

게임 관련 표절이 다른 분야에 비해 관대하다고는 하지만 그 관대함을 뛰어 넘을 만큼 두 게임은 같은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지극히 ‘양심 없는’ 행위가 문제되지 않을 리 없었다. 

 

결국 NC소프트는 이러한 ‘표절’을 인정받아 2023년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컨텐츠 요소 저작권’에 대한 부분은 기각됐지만 표절이라는 사실은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10억원의 배상액이 너무 가볍다고 느낀 NC소프트는 범위를 넓혀 추가로 항소를 진행한다. 

 

그리고 올해 3월 판결이 나온 2심에서도 ‘컨텐츠 요소 저작권’을 제외한 NC소프트의 일부 승소가 이루어졌다. 심지어 배상액은 170억원으로 증가했다. 

 

R2M의 서비스 정지 판결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대해 웹젠은 상고 및 R2M 서비스 중단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 시작부터 얼룩진 게임

 

이처럼 ‘R2 오리진’은 상당히 시끄러운 상황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만약 2심에서 웹젠이 유의미한 승리를 거두었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이미 2심마저도 패배한 상황이고, 상고를 한다고 해도 워낙 표절의 흔적이 농후하기에 판결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어찌 보면 이 글이 ‘다소 격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표절은 분명 범죄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특정 가수나 작곡가가 만든 곡이 확실한 ‘표절’이라고 판명될 경우 해당 인물의 인지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물론 지적 재산권의 개념이 희박했던 과거에는 다른 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살짝 바꿔서 신곡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은 다르다. 갈수록 지적 재산권이나 컨텐츠에 대한 권리가 강화되고 있다. 표절자의 인성이나 양심 등을 거론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게임업계가 공생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표절에 대해 강한 잣대를 내밀어야 한다. 표절은 게임업계를 죽이는 중대 범죄다. 중국산 게임이 심각하게 표절을 하면 갖은 욕설과 양심을 거론하는 것이 바로 유저들이고, 심지어 쇼프로의 포맷을 무단으로 사용해도 수많은 지탄을 받는다. 게임이라고 다를 것은 전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과 관련한 표절 판단은 여타에 비해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그럼에도 표절이 받아들여졌다는 자체가 두 게임의 유사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충분히 지탄받을 일이다. 그럼에도 웹젠은 유저들에게 이에 대한 진솔한 사과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 3심이 남아 있기에 현 시점에서 확실히 표절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맞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도 그러하고 현실적으로 판결을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현재 웹젠의 행보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R2M 문제로 웹젠의 신용 자체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IP를 활용한 ‘R2 오리진’의 발매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대대적인 광고는 오히려 표절에 대한 부분을 더 상기시킬 수도 있었고 말이다. 이 때문인지 상당히 조용하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 그렇다면 게임은 어떨까

 

사실상 R2M이 표절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보니 이번 작품은 가급적 원작의 범주 안에서 제작이 이루어졌다. 

 

아마도 R2M과 관련한 소송이 없었다면 더 ‘대 놓고’ 카피를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또 다른 소송 가능성과 여론을 신경 쓴 듯 보인다.

 

게임 퀄리티는 전형적인 양산형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굳이 언리얼 엔진5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퀄리티를 보인다. 

 

비주얼 자체도 시점 변경이나 확대 축소가 불가능한 반쪽짜리 3D 그래픽이며, 특출나게 이펙트가 화려하거나 하는 부분도 없다. 

 

물론 20여 년의 차이 만큼이나 원작에 비해 깔끔해지기는 했다. 다만 이것은 원작에 비해 좋다는 것이지 게임 비주얼이 좋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풀 옵션 상태의 게임 비주얼

 


 

최근 발매된 여타의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에 비해서도 비주얼 퀄리티가 떨어진다. 솔직한 느낌으로 잘 쳐줘도 양산형 중국 게임과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PC 점유율은 상당히 높다. 프레임을 ‘높음(최고는 매우 높음)’으로 제한한 상태에서도 풀HD 해상도 정도를 기준으로 풀 옵션을 구동할 경우 GPU 점유율이 99%에 육박하며(플레이 PC는 라이젠 9950X 및 지포스 4070 SUPER 장착), 비슷한 게임인 ‘뱀피르’를 동일한 옵션으로 설정해 플레이를 할 때보다 같은 옵션에서 약 10~15% 정도 CPU 및 GPU 점유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개개인의 플레이 상황에 따라 점유율 등은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이것이 확실한 기준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결코 가벼운 게임은 아니다. 분명 게임은 라이트한데 점유율은 가볍지 않다. 

 


잡다한 프로그램들이 같이 가동되고 있다고는 해도 이 정도면 라이트한 상황은 아니다

 

게임 자체는 모바일 플레이에 상당히 어울릴 만한 구조다. 현재 R2M은 지난 2심에서의 패소 이후 순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고, 언제 갑자기 서비스가 종료될 지 알 수 없기에 유저들도 지갑을 닫고 있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저들 또한 시간이 문제이지 조만간 서비스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나 웹젠은 과거 ‘라그나돌’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서비스 종료 직전 신규 캐릭터를 출시해 마지막까지 매출을 올리는 등 유저보다는 수익성 창출에 혈안이 된 행보를 한 적이 있다. 

 

심지어 서비스 종료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신규 아이템을 판매하더니 급작스럽게 서비스 종료 공지를 내기도 하고, 특정 구간에서 확률이 0프로인 뽑기를 만들거나 하는 등 명시하지 않은 확률 조작이 발생한 게임도 있었다. 

 

이러한 천장 시스템의 확률 조작과 더불어 역시 명시하지 않은 특정 스탯의 상한이 존재하는 등 지금까지 유저들을 기만하는 행동이 상당히 빈번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만약 유저들이 공정위에 조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을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발생했던 수많은 확률 문제들과 유저에 대한 기만 행위, 그리고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등 유저보다는 회사의 수익 창출에 치중하는 행보를 보이다 보니 현재 유저들의 불만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매출이 떨어지는 상당 수 게임들을 단호하게 서비스 종료해 온 만큼 R2M의 서비스 종료는 사실상 확정적으로 판단되고 있다. 

 

R2 오리진은 R2M의 자리를 대신하는 게임이다. 물론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지금까지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겠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웹젠의 새로운 캐시카우 포지션을 담당해야 한다.

 

게임 자체는 라이트하게 즐길 경구 과금의 필요성이 높지는 않다. 적당히 아이템도 나오고 일명 ‘영웅’ 등급의 변신이나 장비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게임에서의 영웅 등급은 사실상 여타 리니지 라이크 계열 게임들의 ‘희귀’ 등급과 흡사한 포지션이다. 당연히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들처럼 많은 과금이 필요하다. 

 


 

성장 자체가 어렵지 않은 편이고 과금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단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하면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비주얼을 사용한다는 점이나, 과거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조작감이 나쁘고 게임을 즐기는 순수한 재미도 떨어진다.

 

최적화가 잘 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굳이 과거의 불편한 요소들을 넣어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전체 채팅은 캐릭터가 20레벨이 되어야 사용 가능하다. 과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리니지’라면 일명 ‘채팅랩’이 나름의 성장 기준이라 할 수 있지만 단 몇 시간이면 20레벨을 만드는 자동화 성장 시스템 하에서 굳이 제한을 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신작 게임을 시작하면서 초반에 수 없이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며 랩업에 힘을 내고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을 이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다. 

 

R2M 패소의 영향 때문인지, 혹은 ‘쌀먹’하기 좋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아니면 게임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거나) 유저 수가 많지 않다는 것도 게임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MMORPG는 유저의 수가 곧 힘이다. 

 

현재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한 모든 서버가 원활한 상황이며, 게임 내의 실제 플레이 인원도 적다. 월드 채팅창 역시 전혀 활발하지 않다.


- 할 만한 메리트가… 있나?

 

R2 오리진의 포지션은 명확하다. 현재 소송중인, 그리고 앞이 불투명한 R2M을 대신할 새로운 ‘캐시카우’가 되는 것이다. 

 

이미 시한부 상태인 R2M은 유저들에게 기피 대상이 됐고, 웹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뮤’ IP 파워도 현재 약해진 지 오래다. 사실상 웹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뮤’가 먹히지 않는 세상이 온 것이다.  

 

물론 이는 원작 이후 뮤 IP를 활용한 신작들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웹젠이 제공했다. 

 

IP의 인기에 기대어 마치 중국산 게임들과 같은 퀄리티의 저열한 작품들을 내놓다 보니(심지어 실제로 중국 제작사와 만든 ‘뮤 모나크’ 같은 게임도 있었다) 유저들이 외면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다른 게임들과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기술력이 아닌 과거의 영광에 기댄 안일한 행보가 결국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심지어 최근 유저들이 느끼는 만족도도 낮아졌다. 서브컬쳐 게임들을 서비스하고 단물만 챙긴 채 빠르게 종료하는 과정에서 이미 유저들의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며, 확률과 관련된 문제들도 여실히 드러난 상태다. 여기에 R2M 표절 사건까지 겹치면서 이미 유저들의 ‘신뢰’가 사라졌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자체가 신기한 상황이다.   

 

어쨌든 웹젠 입장에서는 또 다른 생명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만큼 R2 오리진이 어느 정도라도 버텨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R2 오리진은 ‘클래식한’ 느낌이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다. ‘왜 이 게임을 해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도 제공하지 못하며, 차별성도 느끼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지루하다. 그리고 게임 자체의 매력도 없다. 심지어 리메이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의 향상 외에는 크게 달라진 부분도 느끼기 어렵다. 

 

예를 들어 불편했던 시스템의 재 정비나 현대적인 감각에 맞춘 변화, 매력적인 신규 요소의 추가와 같은 다양한 장치들이 곁들여져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단순히 ‘추억에 기댄 호소’ 뿐이다. 

 

아마 원작의 디렉터였던 김대일PD가 오리진을 제작했다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웹젠은 달랐다. 지금까지 ‘뮤’ IP를 사용한 게임들 외에는 모두 실패할 정도로(심지어 뮤 IP를 활용한 게임의 상당 수도 성공하지 못했다) 회사 내부의 개발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이 작품은 캐시카우를 목적으로 제작됐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적은 개발비로 최대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만든 느낌이 강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 시장에서 R2 오리진 만의 경쟁력을 찾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R2 오리진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에는 회사를 ‘믿지 못하는’ 행보가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여타의 다른 게임들처럼 서비스 1년만에 종료 수순을 밟을 수 있고, 어딘 가에 공개되지 않은 확률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고 얼마 후 ‘서비스 종료’ 공지를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 더더욱 무섭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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