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보편의 정서 속 독특한 게임성, '프래그마타'

결혼도 안했지만 사랑스런 내 딸
2026년 05월 07일 11시 38분 50초

아빠와 딸이 서로 의지하며 위기를 돌파해나간다. 잘 먹히는 소재다. 그것이 친부든, 유사부녀 관계든 잘만 쓰면 감성을 간질이는 이야기가 된다. 캡콤의 신작 '프래그마타'는 그런 익숙한 지점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플레이어는 어느 날 연락이 두절된 달 기지로 파견된 대응팀 멤버 휴를 조작하면서 모종의 사건으로 만나게 된 수수께끼의 안드로이드 다이애나와 함께 위험천만한 달 기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력하는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프래그마타는 출시 전부터 게임 플레이 방식이 독특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화기를 사용하는 3인칭 슈팅과 해킹을 실시간으로 조작하는 방식이 프래그마타의 개성적인 부분이다.

 

출시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던 게임인 프래그마타를 PS5에서 즐겨봤다.

 

 


■ 어, 결말을 알 것 같은데?

 

프래그마타는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달에서 광석 루넘을 발견하고, 이를 정제해 얻은 루나필라멘트란 물체로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던 시점을 다룬다.

 

루나필라멘트는 간단한 물건부터 시작해 크게는 달 기지, 뉴욕을 모방한 거대한 도심지까지 척척 복제해내는 꿈의 물질처럼 여겨지고 있다. 다만,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마치 노이즈의 시각화처럼 복제된 물체의 마감이 덜 된 것 같은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연락이 두절된 달 기지에 대응팀으로 파견된 휴 윌리엄스는 달 기지의 로봇에게 안내를 받아 이동하지만 모종의 사고로 혼자 남게 되며, 감쪽같을 정도로 귀여운 인간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특별한 안드로이드 다이애나(D-I-0336-7)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다.

 

여기서 일단 기지의 로봇과 안드로이드들 및 관리 시스템이 적대해오는 상황이 벌어지자 둘은 협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극히 초반부부터 벌써 결말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결말도 예상한 것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사실 이건 뻔한 전개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드러낸다고 느꼈다. 저런 느낌을 받은 것이 정말 극히 초반부인데다 아예 대놓고 대사나 분위기 등으로 계속 신호를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알만한 이야기'로 엔딩에 도달했을 때 어떻게 울림을 줄 것인지도 궁금했다.

 

 

 

■ 갈수록 속도감 늘어나

 

프래그마타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전투 방식을 말할 것 같다. 나 또한 이 방식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체험판 이상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체험판은 10분 내외로 끝나는 짧은 분량이었으니까 전투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정도의 안내만 받은 느낌이 강했으니까.

 

정식 출시 이후 실제 프래그마타를 플레이해보니 생각보다 더 즐거운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 체험판에서도 컨트롤러로 해킹을 하면서 싸우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적응도 쉬웠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무기나 다이애나의 해킹 능력 업그레이드, 각종 무기 및 능력들의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난관을 돌파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등장하는 적의 종류도 늘어나는데 그런 상대들을 극히 적은 탄약이 담긴 화기로 상황에 맞게 대응하며 해킹을 진행한다는 것이 점점 쉽지 않아지고 전투의 템포도 갈수록 빨라져 반복 작업에 대한 피로감을 크게 느끼는 일도 거의 없었다.

 

추가로, 공학적이고 건조한 흰색과 기계 베이스의 달 기지에서 루나필라멘트라는 가상의 소재를 활용해 식물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내는 구역, 뉴욕을 빼다박은 구역, 그리고 지구의 석양이 지는 바다 같은 장소 등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 돌아다니는 맛이 있었다. 별 것 아닌 익숙한 모습이 반가웠던 것인지, 해변에 도달했을 때는 뜻밖의 경치에 감탄했다.

 

 

 

한편 경우에 따라 공포 스팟으로 느낄만한 구간에서 첫 등장하는 투명 거미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정말 경악할 정도로 인상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로봇임에도 좀 징그러웠다.

 


뭐가 있는지는 일렁임 때문에 눈치를 챘지만 비주얼이 충격이었다

 

■ 인류 보편의 감성 자극하는 게임

 

프래그마타의 스토리는 상당히 전형적이고 왕도적인 이야기라 소화하기 편안했다. 그렇지만 플레이를 하다보면 이야기의 설득이 좀 엉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달 기지에서 일하던 로봇들의 공격을 받은 참이라 초반에 루나필라멘트로 만들어졌다는 다이애나에 대한 경계를 슬쩍 보이기도 하고, 다이애나가 자신의 능력을 선보여 장애물을 파괴한 직후에는 천진난만하게 다가오는 모습에 다소 겁을 먹은 것 같은 장면도 있지만 그 외에는 상당히 스무스하게 다이애나를 받아들이고 협력하며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친한 사이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이 왕도적인 이야기는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잘 먹히는 이야기가 되어 플레이어의 감성을 만지작거릴 수 있다. 프래그마타는 그런 면에서 인류 보편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임의 면모를 보여줬다. 메인스토리 전개 자체가 그렇다.

 

휴가 드라이한 캐릭터성을 가진 보호자이기에 다이애나의 캐릭터성은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친딸은 아니고, 인간조차 아닌 안드로이드 소녀지만 다이애나와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전투를 펼치고, 거점으로 돌아와 밖에서 구한 선물을 전해주면 정말 기뻐하며 호기심을 갖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딸은 커녕 결혼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딸을 키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같이 대화하고 선물을 전해주다 어느 시점에 직접 그린 그림을 나에게 선물해줄 때는 참 기특해서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이외에도 사운드를 잘 활용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맞는 감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우주의 달 기지라는 배경에 걸맞게 게임 도중 깔리는 사운드가 상당히 정적인 느낌을 준다. 플레이하다보면 잔잔한 정도가 아니라 정적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특정 장면에서 은은하게 깔리는 OST가 감성을 확 끌어올려준다.

 


플레이를 통해 계속해서 개방되는 요소들

 

오랜 시간 출시가 지연되는 게임은 기대했던 모습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보게 만든다는 불안감 섞인 낭설이 있는데, 프래그마타는 그런 낭설을 훌륭하게 돌파해냈다. 인류 보편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독특한 게임성을 담아낸 재미있는 게임이다.

 

프래그마타는 내게 충분히 추천할만한 신작이다. 아직 플레이해보지 않았다면 체험판을 플레이해보고, 입맛에 맞을 것 같다면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체험판보다도 더 재미있을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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