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세세해진 前 과부제조기…'FM2018'

초심자 장벽은 낮아진 듯
2017년 12월 15일 17시 59분 28초

스포츠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가락을 놀려 잔디밭 위를 달려봤을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게임 프랜차이즈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선수들을 조작하고, 자신이 선택한 팀의 선수나 나만의 팀을 육성해 직접 조작하며 상대방과 경기를 즐기는 방식의 게임이다. 그러다 조금 더 매니악한 장르의 스포츠 게임에도 관심이 가는 순간 접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 대중적인 작품들과는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선수들을 조작할 수 없는 그 게임. 아마 이제는 누구나 이름 정도는 알 작품이다.

 

아직 본 시리즈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부연을 하자면, 축구 팀 매니지먼트 시뮬레이션 시리즈 풋볼매니저의 신작 '풋볼매니저 2018'은 장르가 지칭하고 제목이 지칭하는 그대로 플레이어가 축구 팀 속 선수들을 조작하는 모 게임들과 달리 감독이 되어 전술을 짜고, 경기장에서 수시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전술을 변경하며 더 나아가 구단의 많은 부분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세가가 퍼블리싱하고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풋볼매니저 2018은 지난 11월 초 PC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출시됐다. 스팀에서 구매한 이용자라면 누구나 기본으로 제공되는 한글로 풋볼매니저 2018을 즐길 수 있다.

 

 

 

■ 전직 '과부제조기', 3D가 될 때까지

 

스포츠 인터랙티브의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사실 초기에는 챔피언십 매니저, 즉 CM 시리즈로 발매되어 왔으나 챔피언십 매니저 03/04 출시 후 당시의 유통사인 에이도스와 갈라선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챔피언십 매니저란 타이틀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지금의 풋볼매니저(FM) 타이틀이 등장했다. 그러니 풋볼매니저가 시리즈 명칭이 된 후 첫 작품을 접하고 싶다면 풋볼매니저 2005를 즐기면 되는 것.

 

유럽 축구 리그 중에서도 국내에서는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어 리그의 개최지 영국은 축구를 굉장히 사랑하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그런 영국에서는 과거 이 시리즈가 이혼이나 시험 실패 등의 사유가 되기도 해 과부제조기라거나 20대에 해서는 안 되는 것들 중 마약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등 그 강력한 중독성과 깊이를 증명했다.

 

 

 

챔피언십 매니저 시리즈는 물론이고, 풋볼매니저 시리즈도 초기에는 바둑알처럼 생긴 동그란 마커들이 작은 경기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경기 화면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이번 풋볼매니저 2018이 첫 번째로 3D 경기를 도입한 시리즈는 아니지만, 2009년 처음으로 3D 연출이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바둑알들이 치고받는 수준에 그치는 보드게임 같은 모습이었다. 취향이 맞지 않거나 옆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들은 '이게 재밌다고?'라는 의문을 자연스레 떠올릴 정도로.

 

그렇게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출범 이후 새롭게 몇 작품을 기존과 같은 바둑판 비주얼로 진행하다 2009년 도입된 3D 기술은 첫 시도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날 정도로 허술했으나 시리즈 자체로는 혁신적인 변화였다. 그리고 해를 거듭하며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래픽 수준이 상승해 이제는 꽤 정돈된 모습의 3D 그래픽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앞서 언급했던 선수들을 직접 조작하는 게임들처럼 그래픽이 화려한 것은 아니며 여전히 3D 그래픽으로 멀리서 경기를 봐줄만한 정도.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전 시점으로 굉장히 먼 시점에서 경기 데이터를 분석하기에 용이한 데이터 분석가 시점이 추가됐다. 다른 시점들에 비해 전체적인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편리한 시점.

 


​기존 시점들도 여전 

 

■ 무직에서 은퇴까지, 더 세세한 매니지먼트

 

전작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감독 프로필을 설정해 성별부터 외모, 스타일 등 다양한 프리셋을 활용하며 나만의 감독을 생성할 수 있다. 게임에 진입하기에 앞서 감독이 이전에 선수 활동을 했는지부터 좋아하는 전술, 좋아하는 클럽이나 국적 또는 이중국적, 내 감독의 글로벌 인지도까지 많은 요소들을 설정하고 나면 비로소 감독의 본업, 축구 팀 매니지먼트에 돌입할 수 있다. 여기서도 선택지로 감독 자리가 비어있지 않은 곳에서는 감독을 할 수 없다거나, 아예 무직부터 시작하기, 원하는 팀 선택해서 시작하기 등의 선택이 가능하다.

 

이번 풋볼매니저 2018에서는 더욱 세세해진 매니지먼트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자면 '세력 구도'가 있다. 구단 내에 형성된 각종 세력들, 즉 파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얻는 것이 가능하며 실제로 구단 운영이나 경기에서도 영향이 있다. 예를 들면 선수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경기 결속력에 영향을 미치는데 팀 멤버들의 정신 상태 해이 등의 원인이 되어 경기 중 위치 선정 또는 시야, 상황에 대한 반응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또, 라커룸 분위기에 따라 문제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여기에 감독에 대한 지지도를 확인 가능하고, 영향력이 강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생긴 파벌의 현황, 선수가 안고 있는 불만이나 문제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구단 운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야! 정치질의 왕이다!

 

시리즈 사상 가장 사실적인 스카우팅 시스템의 변화가 있었다. 뉴스피드에서도 연락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스카우트 센터에서는 선수 스카우트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뉴스피드에서 넘겼던 내용들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으며 스스로 구단에 접근하고 있는 선수나 스카우터, 선수의 추천이 일괄적으로 표시된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영입 제의나 입단 테스트를 제의할 수 있고, 정보를 더 얻도록 명령하거나 아예 스카우트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다. 또, 해당 선수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은 정보력 수준 수치에 따라 점점 명확하고 다양하게 개방된다. 또, 자동으로 스카우트를 진행하도록 하거나 예산을 배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새로 추가된 의료 센터에서는 다양한 부상 관련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 정보를 통해 일괄적으로 부상 위험이 커진 선수나 부상을 입어 결장 중인 선수, 부상에서 복귀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선수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수석 팀 닥터가 현재 훈련량에 따른 부상 확률 추이, 현 시즌 부상 빈도 등을 알려주며 이로 인해 팀 전체의 건강을 단번에 확인 가능하다. 여기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모든 선수의 부상당하기 쉬운 정도나 종합적인 위험도 체크를 할 수 있고, 부상 이력이나 시즌 내에 결장한 비율을 체크해 선수들의 부상 빈도를 손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외에도 이적 시장에서 재정적 페어 플레이 룰인 FFP를 따라 실제로 축구 클럽이 활용하고 있는 이적료의 할부 조항이 추가됐다. 또 임대 계약에서도 몇 가지 조항들이 더해져 조금 더 보너스나 임대 기간에 대한 조정이 가능해졌다. 더 향상된 AI로 인해 이적시장 역시 조금 더 치열해져 AI 감독들이 자신의 구단 상황에 맞는 이적 시장 정책을 펼쳐낸다는 느낌도 준다.

 


​무직으로 시작하면 취업 인터뷰도 

 

■ 답답하면 니들이 뛸…수 없지, 참.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서두에서도 여러번 언급했던 것처럼 대중적인 인지도의 모 게임들과 달리 답답할 때 플레이어가 직접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를 실행할 수 없다. 대신 최대한 답답하지 않도록 내가 팀의 전술을 주무를 수 있다. 그래도 초반에 게임을 익히기 전까지의 진입 장벽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게임을 익히기만 하면 이만한 타임머신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선수들을 활용해 직접 전술을 지시하고 선수들과 교류하면서 시즌을 진행한다니, 작품 컨셉에 따라 이런 로망도 보여주잖나. 심지어 이번 풋볼매니저 2018에서는 기존 작품보다 더 알기 쉽게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되기까지 한다.

 

플레이어는 1군과 2군, 또는 유스까지 이어지는 선수풀을 통해 출전할 선수를 고르거나 이적 시장에서 완전 이적 또는 임대 계약을 통해 선수들을 영입해 나만의 선수단을 꾸리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선수들을 전술 탭에서 본격적으로 주무르며 결과적으로 경기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묘미다. 전술 탭에서의 기본 정보로도 직관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화면 구성이 되어 이제 선수 배치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처음 제공되는 보고서도 가독성이 좋다 

 

플레이어가 선택한 전술에 따라 선수들의 위치를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고 개인 맞춤이나 포지션에 따른 역할 배분도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몇 가지 포지션 역할이 추가되기도 했고 기존 포지션의 변화도 있었다. 플레이어가 선수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에 따라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초심자도 진득하게 전술을 짜낼 수 있다. 더 깊이 들어가 개인전술을 짤 때는 지시 사항들을 편집해 더 자세한 전술 지시가 가능하고, 시리즈 대대로 있었던 세트 플레이 설정이나 경기 계획, 상대 선수에 대한 대응 전략과 분석까지 정말 다양한 전술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

 

전술 파트는 경기가 시작되도 실시간으로 조율하는 것이 가능하며 경기 도중 실제 감독들이 하는 것처럼 터치라인에서 지시나 선수들을 격려, 다그치는 것도 가능하다. 경기 도중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대화를 하며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가능하다 자칫 잘못하면 감독의 발언에 부정적으로 반응해 그 다음은 감독의 발언을 무시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팀 대화 외에도 미디어 주목도에 따라 경기 전 감독과 터널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풋볼매니저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당일의 시스템에서도 친절함이 더해졌다. 경기 시작 전 프리뷰에서는 간단히 장점과 단점으로 요약된 스카우트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고, 리그 순위나 다른 경기, 미디어 등을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경기에 앞서 전술 회의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기도 한다. 또, 경기 진행 도중에도 스탭들의 조언을 확인하거나 실시간으로 경기장 이용 양상 등을 체크하며 전술을 짜기에 용이하다. 여담으로, SNS나 뉴스피드를 통해 상대의 핵심선수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올 때도 있으니 이를 잘 캐치하면 경기에서 굉장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 아쉬운 부분들 여전

 

사실 이 시리즈가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특정 컨텐츠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넘버링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신작은 전작에서 조금 향상된 업그레이드 수준에 그친다.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는 몇 가지 컨텐츠들이 추가되면서 나아진 점도 있으나 아쉬운 점들 역시 여전히 있었다. 모 하워드 씨의 게임들처럼 풋볼매니저 시리즈도 유저 패치가 완성해가는 느낌을 주는 작품군이기도 하다.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 중 몇 가지는 대부분 초반에만 사용하고 숙련되면 사장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여타 게임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문제니 넘어가고, 조금 더 사사로운 아쉬움이지만 타이틀 화면에서는 재생되는 음악이 있는 반면 게임 내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대로 아무런 소리 없이 잠잠해 급격히 밋밋한 느낌을 준다. 물론 관리 파트가 긴 편이라 게임 내에서도 음악이 흘러나오면 질리기도 하겠지만 시끌벅적한 타이틀에서 넘어가자마자 조용해지니 귀가 심심한 건 사실.

 

하지만 새로 추가된 기능들 중 플레이어를 정말 귀찮게 하는 것도 있다. 구단 세력도는 더욱 세세한 선수 관리와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그와 동시에 구단 내 선수 파벌의 눈치를 봐가며 진행해야 하는 이른바 '정치질'이 거의 필수 수준이 되어버렸다는 부분이 아쉬움을 남긴다. 선수들이 감독의 발언 등에 반응하고, 특정 선수의 잘못을 지적했을 때도 그 선수가 파벌의 핵심 멤버라면……. 그야말로 그간 쌓아온 감독 실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이런 부분도 극복할 수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처음 풋볼매니저 시리즈를 접한 사람이라면 선수 영입이나 방출, 이적시장 판매 등의 일거수일투족에 선수들이 반기를 들고 감독에게 등을 돌리는 등 선수들의 눈치를 과하게 보게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반응들의 해결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플레이 도중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소셜피드'를 통해 볼 수 있는 구단이나 구단 팬들의 SNS는 감독의 전술을 비방하거나 동조, 구단 영입전략에 대한 반응과 경기 반응 등은 구단 운영에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편이라 마음이 놓이지만 이쪽은 다양성이 아쉽다. 처음에는 구단이나 경기, 선수에 대한 팬들의 SNS 반응이 괜찮았지만 대충 게임 내 시간으로 15일 정도만 진행해도 대부분의 SNS 패턴이 획일화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임이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양성이 조금 적은 것은 분명 아쉽다.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번역투나 일부 아예 번역되지 않은 채 영어로 출력되는 SNS 메시지도 존재.

 

여전히 어이없는 매치엔진도 스트레스를 주기는 한다. 게임을 가볍게 플레이하는 사람도 승승장구하는 구단을 이끌고 있으면 쉬이 볼 수 있는 장면이자 시리즈 전통의 '어이없는 플레이'가 그것인데, 프로 선수라는 놈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돈을 받고 조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줄 때가 있다. 지고 나서 하는 불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인터넷에서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Gif 파일이나 리플레이를 구경하면 어렵지 않게 골키퍼가 다른 곳을 쳐다보며 한 눈을 팔다가 골을 허용하거나 막은 상태로 바로 앞의 상대 선수에게 숏패스, 막은 후 직접 우리 골대로 던져넣기 등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플레이들이 나온다.

 

매치엔진과 별개로 여전히 의미없이 시간을 끄는 세트플레이 전단계 동작, 골킥 선언 후 동선 등 다듬을 부분들은 여전히 남았다.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스루패스를 하고 유저들이 패치로 골을 넣는 '즈언통'이 있는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가깝게는 다음 패치에서, 멀리 보면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개선된 장점들로 무장한 풋볼매니저와 재회하기를 기대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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