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 T1에 압승하며 승자전 진출

논란이 되고 있는 페이커의 ‘공평하지 못한’ 발언
2024년 04월 05일 15시 57분 22초

한화생명e스포츠가 T1에게 3대 0 완승을 거두며 승자전에 안착했다. 이로서 승자전은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가 확정됐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를 예측한 이들은 적지 않았지만 3대 0 승리는 사실상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기자 역시 3대 1 정도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이 정도까지 무게 추가 기울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력이 좋았다. 반대로 T1은 처참한 경기력으로 완패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T1에게 다전제에서 완패를 안긴 팀은 지금까지 젠지가 유일했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이 경기를 통해 T1에게 두 번째 완패를 안긴 팀이 된 것이다. 심지어 페이커의 코르키 22연승도, 구마유시의 세나 17연승 기록도 모두 중단시킨 경기였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완승을 거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도란의 부활과 딜라이트의 신들린 플레이다. 

 

현재 상당히 폼이 떨어진 도란이지만 이전 젠지 시절의 기억이 난 듯 도란은 T1을 상대로 펄펄 날았다. 이 과정에서 떨어진 폼 역시 회복됐다.

 

여기에 딜라이트는 모든 세트에서 노틸러스를 선택, 확실한 이니시와 교전 능력을 보여주면서 팀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딜라이트의 노틸러스는 매 세트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바이퍼 역시 현 LCK 최고의 원딜 다운 품격을 보여주면서 압도적인 바텀 차이로 승리를 만들어냈고, 피넛 또한 폼 회복 진행이 이번 경기까지 이어지면서 준수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에 반해 T1은 모든 것이 부족했다.

 

1세트에서 페이커가 22연승을 자랑하는 코르키를 꺼내 들었던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세트에도 코르키를 꺼내면서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를 시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여기에 1세트와 2세트에서 노틸러스의 플레이가 상당히 위협적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3세트에도 노틸러스를 풀어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하기도 했다. 밴픽 단계에서부터 완전히 상대에게 패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밴픽 단계부터 T1이 지고 들어간 경기였다

 

심지어 이날은 T1의 레전드이자, 스타크래프트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가 직관을 온 날이었다. 딜라이트에게 노틸러스를 세 번 연속 풀어주면서 압도당한 경기가 과거 임요환 선수가 삼연벙을 통해 홍진호 선수에게 승리했던 경기를 떠올리게 했을 정도다.

 

여기에 케리아는 이번 경기 2세트와 3세트에서 럼블과 사이온이라는, 정통 픽이 아닌 사파 픽을 선택했는데, 이것이 전혀 먹혀들지 않으면서 결국 바텀이 폭망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나 3세트 사이온 선택은 이 게임에서 최악의 워스트 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경기 내용에서도 전력의 차이가 느껴졌다. 경기 초반은 T1이 어느 정도의 우위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중반 이후가 되면 어김없이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기를 가져왔다. 

 

이는 한타 싸움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훨씬 우위의 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3세트 내내 대부분의 교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를 거뒀고, 이로 인해 경기 초반 가지고 있던 이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운영 능력이 좋은 T1을 상대로 한화생명e스포츠가 더 좋은 운영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한화생명e스포츠가 밴픽과 경기력, 운영 능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T1을 압도하며 3대 0 승리를 만들어내게 됐다.

 

T1의 입장에서는 근심이 커졌다. 이대로라면 패자전에서 만나게 될 디플러스 기아와의 경기에서도 승리보다는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젠지로서도 승자전 경기에 부담이 가게 됐다. 완벽하게 T1을 제압하며 승자전에 오른 만큼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어렵게 승리한 젠지의 입장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보여준 젠지의 바텀 라인 경기력으로 인해 한화생명e스포츠의 우세까지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결코 이번 경기에서는 정규 시즌처럼 한화생명e스포츠가 무기력한 패배를 당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 페이커의 ‘공평하지 못한’ 발언 이슈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의 경기가 끝난 직후 T1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정균 감독은 ‘스크림을 제외한 솔로 랭크에서 선수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라는 말을 언급했다. 

 

이어 진행된 페이커 선수의 인터뷰 역시 ‘단기적으로 솔랭을 많이 하지 못한다고 해서 경기력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프로 준비 기간이 길기도 하고 패치도 바뀌는 상황이다 보니 다른 팀들에 비해서 저희가 공평하지 못한 연습 기회를 얻은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

 

인터뷰 직후 이 발언은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커다란 이슈가 됐다. 

 

실제로 T1이 다른 팀들에 비해서 디도스 공격에 조금 더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맞지만, 다른 팀 역시도 디도스 공격에 의해 연습 환경에서 많은 불이익이 있었다. 이것은 LCK 전체에 번졌던 문제이지 T1만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쵸비 선수는 지속된 디도스 공격에 아에 일정 시간 솔랭을 포기한 적도 있다. 

 


디도스 관련 이슈는 실제 경기뿐 아니라 모든 LCK 팀들이 겪었던 문제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T1이 이러한 디도스 공격에 대한 빈도가 보다 높았기에 조금 더 불편함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력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스크림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됐고, 12월부터 디도스 공격 조짐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을 생각하면 훨씬 전부터 여러 방향으로 대응을 모색할 수도 있었다. 

 

여기에 어제 저녁 정회윤 T1 단장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디도스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이 있었다.  

 


라이브 방송에서도 디도스로 인해 연습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페이커 선수가 어떠한 생각으로 인터뷰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조금이라도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선수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3대 0 패배를 당하면서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전력의 100%를 보여주지 못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차라리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긴밀한 협조를 통해 다음 경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디도스 문제로 LCK 팀들이 어려운 상황이다. 빨리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인터뷰였다면 현재 LCK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페이커 선수의 이미지와도 잘 맞을 뿐더러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다소 격양된 워딩을 사용함으로 인해 이날 승리를 한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가 폄하되는 인상을 받았으며, 실제로 다양한 매체들 역시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보다는 페이커 선수의 발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열심히 준비해 승리를 일구어 낸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이 오히려 더 억울한 상황이다. 아울러 이로 인해 현재 팬들 간 감정 싸움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의 ‘페이커’답지 않은 발언이었다.

 

사실 어제 경기는 T1이 디도스 이슈로 약간의 전력 하락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충분히 승리할 만한 경기였다. 많은 관련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양 팀의 실력 차이가 현저히 컸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수들이 솔랭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해서 좁혀질 만한 간극이 아니다.

 

설령 T1이 완벽하게 연습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결과를 뒤집을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잠시 지난 23 롤드컵 결승전 후 가진 기자 인터뷰에서 WBG 양대인 감독이 한 말을 언급해 볼까 한다. 당시 양감독은 ‘T1이 광동 프릭스와의 스크림을 효율적으로 했던 것에 비해 자신들은 기회가 많지 않아 스크림을 거의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경기력에 문제가 있었다’라는 인터뷰를 했다. 

 

공교롭게도 23 롤드컵 결승전 역시 3대 0으로 T1이 승리했고, 이번 경기 또한 한화생명e스포츠가 3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당시 양대인의 발언은 패자의 변명으로 치부됐다.

 

세부적인 상황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김정균 감독과 페이커 선수의 경기 후 인터뷰 내용이 양대인 감독의 인터뷰와 얼마나 다른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알립니다

창간 24주년 퀴즈 이벤트 당첨자

창간 24주년 축전 이벤트 당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