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패했다. 그냥 패한 것이 아니다. 2대 0 완패다. 심지어 2세트는 TES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젠지의 압승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지난 MSI에서 풀세트 접전이 발생했던 만큼 일말의 가능성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 젠지가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왔기에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젠지의 경기력은 전혀 LCK 1황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TES의 플레이가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젠지의 플레이가 실망스러웠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밴픽 자체부터 상당한 안일했다. 여기에 새로운 패치 버전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았다. 반면 TES는 효과적인 조합을 꺼내들었다.
특히나 2세트는 젠지의 이해할 수 없는 밴픽이 이어지며 시작부터 힘든 싸움이 예상되기도 했다. 난이도 높은 챔프 구성에 좋은 챔프는 상대에게 내 줬다. 그 결과 아주 무난하게 완패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가 좋지 않았지만 특히나 젠지의 핵심 선수라 할 수 있는 기인과 쵸비의 부진이 상당히 뼈 아팠다. 기인은 두 세트 내내 단 1킬도 올리지 못하고 다수의 킬을 헌납했으며, 쵸비가 기록한 킬 수 역시 단 1킬에 그쳤다. 반면 두 세트 합쳐 5데스를 기록했다.
리헨즈가 가장 많은 데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는 팀 자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된 결과다. 페이즈는 1세트에서 그런대로 평균 정도는 했지만 2세트에서는 무언가를 해 보려다가 어이 없게 끊기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가장 문제였던 것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다. 2세트에서 TES의 마지막 공격으로 쌍둥이 타워가 무너지고 넥서스에 딜이 들어가는 시점에서 젠지 선수들이 모두 생존해 있었음에도 선수들 전원이 상대에 쫒겨 우물로 향하는 장면이 나왔다. 뒤를 보인 만큼 대부분의 선수들이 무기력하게 킬을 당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이 상황에서 모두가 우물을 향해 이동중이었다.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패색이 짙은 경기라고는 하지만 최후의 저항을 포기하고 팀 전원이 그대로 우물로 가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플레이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답답하고 짜증나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나 프로 선수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했다. 비록 그 결과가 뻔히 보인다고 해도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말이다.
실제로 많은 게이머들이 경기 중계를 보면서 불편해 하는 상황 중 중 하나가 바로 열세인 상황에서 상대의 마지막 넥서스 공격에 대응 의사 없이 저항을 포기하고 우물로 들어가 버리는 일명 ‘우물 엔딩’이다. 그나마 남은 인원에 두 세명 정도라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당시 젠지는 전원이 생존한 상태였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넥서스 앞에서의 항전을 통해 경기 종료를 막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기는 간간히 일어난다. 심지어 이러한 경기 중 이를 바탕으로 상황이 접전 양상으로 점점 바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화끈하게 저항하고 쓰러진다면 몰라도 이 장면에서 경기를 포기해 버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심지어 마지막 세트에서, 그리고 선수단 전원이 생존한 상태에서 공격 의사를 포기하는 모습이 당연히 좋게 보이지 않았다. 과연 이러한 모습이 새벽에 밤잠을 설치며 응원하던 수 많은 팬들에게 걸맞은 플레이였을까. 경기에서도 졌고 경기를 임하는 자세에서도 패배한 느낌이다.
어쨌든 6일 경기에서 TES와 G2가 승리하며 이번 대회는 4대 메이저리그 소속의 팀들이 모두 한 팀씩 남아 있는 재미 있는 4강이 펼쳐지게 됐다.
특히나 8강전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생각됐던 팀이 승리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흐름이 다소 뻔하게 흘러가던 이전 대회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보니 보는 즐거움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젠지의 탈락은 전혀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지만 말이다.
7일 새벽 0시부터는 4강전이 펼쳐진다. 현재로서는 T1과 TES가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과연 이번 4강에서도 이변이 만들어지게 될 지가 기대된다.
1경기 : T1 대 TL
- T1 전력 분석
T1이 BLG에게 승리하면서 이번에도 유일한 희망은 T1이 됐다. 다만 아직까지 팀 전력이 완벽한 느낌은 아니다.
금일 상대할 TL은 충분히 승리가 가능한 팀이지만 결승전을 위해서는 분명 더 나은 경기력이 필요하다. BLG전을 통해 드러난 문제들도 있고, 그만큼 보완해야 할 점들도 많다.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상당히 필요해 보인다.
- TL 전력 분석
FNC를 2대 0으로 꺾고 올라온 TL은 기대보다는 전력이 좋다. 하지만 우승을 노릴 만한 수준은 아니다.
LCS 팀 입장에서 오랜만에 4강에 오르기는 했어도 분명 리그 간 격차는 존재하고, T1과의 차이도 상당하다. 사실상 4강전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지 않으며 이변을 만들어 낼 만한 역량을 가진 선수도 없는 만큼 긍정적인 상황이 나올 확률은 낮다.
- 실제 전력 분석
두 팀 간의 전력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사실 크게 이야기를 할 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모든 면에서 T1이 우세하다.
아무리 이번 EWC에서 많은 이변이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T1과 TL의 전력 차이는 그러한 이변이 발생할 수 있을 만큼의 차이를 벗어난 지 오래다. 무난하게 T1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다만 T1이 압도하는 경기가 나올 것인가 하는 부분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T1 입장에서 결승전을 대비해 다양한 요소들을 체크해 보는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MSI에서는 T1이 3대 1 승리를 거뒀으나 압승을 거둔 세트는 사실상 한 세트 뿐이었다.
그러한 만큼이나 T1의 2대 0 승리, 그리고 적당히 접전 양상이 나오는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양 팀 모두 활발한 교전보다는 운영 중심의, 다소 심심한 흐름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2경기 : TES 대 G2
- TES 전력 분석
지난 경기에서 TES는 젠지를 상대로 상당히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자잘한 문제들은 있지만 확실히 체급 자체에서 오는 경기력이 높은 모습이며, 선수들의 폼도 나쁘지 않다.
MSI에서 다소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쳤던 재키러브의 경기력이 올라왔고, 369 또한 기인을 확실히 제압하며 좋은 폼을 유지중이다. 여기에 크렘의 플레이도 많이 나아졌다.
지난 MSI 당시 G2가 TES에게 3대 0 완승을 거뒀다는 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메타 자체가 변화된 만큼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 G2 전력 분석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G2는 상당히 힘겹게 FLY에게 승리하고 4강에 안착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보다 팀 전력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원딜 한스 사마의 경기력에 문제가 많아 보이며, 팀 자체의 짜임새도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 MSI에서 보여준 모습과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MSI에서는 TES를 압도했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이번 대회 준비가 다소 미흡해 보이는 모습이다.
- 실제 경기 분석
G2의 경우 이 경기의 준비가 상당히 미흡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TES보다는 젠지를 만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고, 지난 FLY의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볼 때 대회 자체를 준비한 시간도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TES는 플레이만 봐도 나름 준비를 충실히 한 것이 느껴진다.
아무리 이전 대회에서의 전적이 나쁘다고 해도 그 때와 지금은 많은 부분이 다르다. 메타가 완전히 바뀌었고 선수들의 폼에도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이번 대회의 경기력은 TES가 훨씬 좋다.
특히나 MSI는 G2의 전술이 상당히 빛을 발했던 대회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G2는 평범하다. 사실상 어느 부분을 보던 TES가 앞서 있고 G2가 나은 점을 찾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이 경기는 TES의 완승이 매우 강하게 예상되는 경기다. 매 세트 TES가 높은 체급을 바탕으로 압도하는 양상이 나올 것으로 생각되며, 젠지전과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덧붙여 초반부터 TES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많은 킬이 나오는 화끈한 경기가 예상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