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본선인 ‘스위스 스테이지’가 진행된다. 이와 함께 한화생명e스포츠가 젠지에게 승리를 거두고 LCK 1번 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한 상태에서 그 활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CK의 1번 시드는 사실상 전 세계 최상위 팀임을 증명하는 자리다. 비록 최근의 롤드컵에서는 롤드컵 하위 시드인 DRX와 T1이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LCK 1번 시드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전력을 갖춘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라이엇 게임즈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파워 랭킹에 따르면 한화생명e스포츠의 파워 랭킹은 젠지와 BLG에 밀려 3위에 올라 있다(리그 파워랭킹 1위는 LCK). 아무리 파워 랭킹이라는 것이 반은 재미로 보는 수치라고는 하지만 이는 어쨌든 한화생명e스포츠가 LCK 1시드를 획득하고 롤드컵에 진출했어도 전력 상으로는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의 의견 역시 아직까지는 한화생명e스포츠보다 젠지가 더 강한 팀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간 상대 전적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기도 했고, 사실상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도 첫 세트에서 다소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지 않았다면 3대 0이 될 뻔한 것도 맞다.
심지어 다른 참가 팀들도 한화생명e스포츠보다는 오히려 젠지나 T1을 더 경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이들의 능력은 물론이고 보여준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의 결과물에서도 드러난다. 젠지는 MSI 우승팀이고 T1은 전년도 롤드컵 우승팀이다. 이들 팀들이 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LCK 최고의 강팀은 젠지인가, 한화생명e스포츠인가. 또 한화생명e스포츠는 LCK 1시드에 어울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까.
- 좋은 상황이 만들어 준 서머 시즌 우승
사실 올 시즌 한화생명e스포츠가 우승에 근접한 강팀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선수단 자체의 체급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미 검증된 선수인 바이퍼와 제카, 그리고 전 시즌 젠지에서 우승을 만들어 냈던 도란과 피넛, 딜라잇이 가세하면서 23시즌 젠지에 비해 더 업그레이드된 팀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여기에 팀에 부족했던 ‘뇌지컬’ 부분을 피넛으로 채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스프링 시즌에는 여전히 젠지와 T1에게 밀려 3위의 입장에 있었고, 서머 시즌에는 경기력이 상당히 떨어진 T1을 누른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젠지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물론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승리를 하며 젠지와의 연패를 끊어 냈지만 아직도 젠지가 더 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잘 한 것도 있지만 사실상 4,5 세트에서 젠지의 뼈 아픈 실책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간의 경기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젠지의 1세트 역전 패도 그러하며, 당시 바이퍼가 신 들린 듯한 플레이를 펼치지 않았다면 바이퍼 역시 사망하고, 그 이후의 교전에서 젠지가 승리했을 가능성이 크기도 했다.
이 장면에서 바이퍼가 생존한 것이 첫 세트의 승리를 강제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젠지가 너무 안일하게 상대한 것이 원인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덕분에 한화생명e스포츠는 2,3세트를 완벽하게 패했음에도 이후 세트에서 승리를 하며 서머 시즌 우승을 만들어 냈다. 명승부이기는 했지만 한화생명e스포츠가 확실히 좋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 아직은 증명해야 하는 입장
이처럼 서머 시즌 우승, 그리고 롤드컵 1시드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화생명e스포츠가 LCK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그러기에는 ‘결과물’이 부족하다. 이전까지 젠지에게 수십연패를 헌납하고 처음 만들어낸 승리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적어도 젠지와 T1은 최근 몇 년간, 심지어 올 시즌만 해도 여러 우승을 경험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번이 팀 리브랜딩 이후 최초로 맛보는 우승이다. 최고의 강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 시즌 롤드컵 우승 정도는 해야 인정받을 만하다. 아직까지는 ‘검증’ 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롤드컵 우승이 가능할 전력일까. 물론 어느 팀이든 우승은 가능하다. 생각도 못 했던 DRX가 22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도, 하향세라고 생각했던 T1이 23시즌 우승을 한 것 역시 이를 증명한다.
다만 사실상 우승 1티어 팀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젠지와 BLG는 리그 내에서 꾸준히 최강자의 면모를 보여 온 팀이고, 메타가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한 만큼이나 롤드컵에서도 충분히 기대 만큼의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한 위치에 있다.
T1 역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EWC 우승컵을 들었다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는 다르다. 물론 서머 시즌부터 경기력이 올라온 것이 눈에 보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젠지에게 승리한 것이 전부다. 심지어 이것이 젠지의 문제인지, 한화생명e스포츠가 잘 해서인지도 명확하지 않으며 이 결과 역시 진정한 실력인지, 아니면 플루크인지도 확인된 바 없다.
무엇보다 최상위 팀들에 비해 팀 내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걸린다. 도란은 팀 내에서 캐리하는 롤을 맡길 경우 높은 확률로 기대를 져 버리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고, 턴을 벌어주는 포지션에서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하지만 너무 자주 죽는 단점이 있다.
심지어 기인이나 빈, 369 같은 최상위 탑솔러와의 매치에서 우세보다는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팀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피넛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다. 사실상 피넛이 잘 풀리면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운영이나 기타 플레이 전반이 완전히 무너진다.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체급으로 누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별다른 이슈가 없으나 비슷한 체급의 팀 경기에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제카가 요즘은 기복이 많이 없는 플레이를 보이고 있지만 제카 역시 챔프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지는 선수다. 간간히 저점이 나온다는 부분 또한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바이퍼는 언제나 충분히 잘 해주고 있으나 딜라잇 역시 경기에서 잔 실수가 많아지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팀의 밴픽 능력이 상당히 의문스럽다. 지난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도 보듯이 2세트와 3세트는 경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패배를 예견할 정도로 밴픽 단계부터 지고 들어간 게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머 시즌 결승 2세트의 밴픽은 누가 봐도 패배가 보일 만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밴픽의 아쉬움은 시즌 중에도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 여기에 캐리 능력이 있는 바이퍼에게 2,3세트에서 진을 맡기는 등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크다.
결국 선수들의 의지가 발현되고, 때 맞춰 젠지의 실수가 나오면서 어찌 저찌 서머 시즌 우승을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팀의 전력을 생각할 때 한화생명e스포츠는 분명 전력 자체가 젠지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심지어 T1이 조금이라도 각성할 경우 T1에게도 밀리는 양상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한 만큼이나 라이엇 게임즈의 공식 파워 랭킹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3위를 차지한 것도, 다른 팀들이 젠지나 T1을 더 경계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보여 준 것도 그러하고 팀 내에 산재해 있는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롤드컵은 젠지와 T1에게 우승을 기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팬들 입장에서 너무 부정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냉정한 평가다. 그리고 이를 뒤집고자 한다면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