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출시 과정을 거친 신작 모바일 게임이 있다. 지난 15일 스튜디오806이 출시한 ''안아줘요 동물맨션''의 이야기다.
'안아줘요 동물맨션'은 90만 이상이 다운로드 한 부드라미 작가의 이모티콘인 바들바들 동물콘을 스튜디오806과 부드라미 작가가 지난 2023년 1월 정식 계약을 맺고 거의 2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개발을 진행한 신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부드라미 작가의 카카오 이모티콘 '바들바들 동물콘' 시리즈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동물-기타 갤러리에서 시작된 이모티콘이라는 것이다. 이 이모티콘이 사용되다 인기를 타 각종 커뮤니티 밈으로 자리잡기도 하고, 실제로 이모티콘 댓글 기능이 있는 커뮤니티에서 활용되기도 하다 결국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판매되기까지 하며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 시리즈와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개인이 각종 동물과 말풍선, 약간의 움직임으로 그려낸 이모티콘이 커뮤니티를 넘어 국민적인 사용률을 가진 메신저의 이모티콘으로, 그리고 거기서 다시 게임으로 출시되었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스튜디오806은 지난 23년 11월 말부터 올해 1월 26일까지 약 2달 동안 텀블벅 펀딩으로 868%의 모금액을 달성하며 높은 주목도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번 리뷰는 안드로이드 기종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커뮤니티 이모티콘으로 제작됐던 동물콘
카톡에서도 잘 이용하고 있다.
펀딩 목표 868% 달성
■ 바들바들 동물콘의 세계관 속 맨션
'안아줘요 동물맨션'은 플레이어가 정확한 위치도 알 수 없어 방향 안내로만 찾아갈 수 있는 '안아줘요 맨션'의 새로운 관리사무소장이 되어 낡고 허름한데다 태풍의 영향으로 망가지기까지 한 맨션을 새롭게 가꿔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아줘요 맨션'은 바들바들 동물콘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살아가는 장소로, 처음 플레이어가 도착했을 때 맞이해준 경비원 모아와 함께 정말 폐허 수준의 맨션을 청소하고 수리하면서 동물 입주자와 동물 방문객을 차차 만나게 된다. 정식 출시 빌드 기준으론 7층까지 제공되며 현재는 할로윈 이벤트가 진행되는 중이다.
바들바들 동물콘이라는 원작 IP를 꽤나 잘 살렸다는 것도 특징이다. 동물콘의 동물 캐릭터들은 애초에 말풍선과 그림으로 구성된 이모티콘 형태의 캐릭터다 보니 게임 속에서도 모든 의사소통을 그 대사로 하며, 이름 또한 원본 이모티콘의 배열을 따라 날다람쥐 '안아줘요', 골든햄스터 '싫은데요', 백와달팽이 '참잘했 어요' 같은 식이다. 참고로 참잘했 어요 같은 띄어쓰기 형식의 이름은 원본 이모티콘도 띄어 쓴 부분을 반영했기 때문.
거기에 각 동물들의 원본 이모티콘의 대사나 부드라미 작가 유튜브에 업로드 된 동물콘 영상에 부합하는 상황을 한 번은 연출해주곤 하는데, 이게 동물콘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소소하게 귀엽고 피식하게 되는 부분 중 하나다.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면 처음 맨션을 정리하고 있으니 안아줘요 맨션의 주인인 날다람쥐 '안아줘요'가 사라졌다며 찾아달라는 '울먹이는 안아줘요...'는 구분을 위해 '제발 안아줘요'로 불리며, 수시로 맨션 주인인 날다람쥐 '안아줘요'와 닮은 것을 발견하면 껴안는 버릇이 있다. 또, 골든햄스터인 '싫은데요'는 숙제를 하던 중 귀찮아 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었는데 게임 속에서도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고 하자 '싫은데요' 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외에도 토끼 '이상해요'는 모아의 아재개그를 플레이어가 아재개그로 받아치면 바로 '이상해요'라는 대사를 읊는 등 소소하게 미소가 지어지는 요소들이 많다.
모아 이외에는 다 자기 이름으로만 대사를 치고, 모아가 해석해주는 식이다. 친밀도를 끝까지 높인다면?
■ 단순한 쾌감의 머지 퍼즐 방식
게임의 컨텐츠는 현재 머지 퍼즐 단 하나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의 핵심 컨텐츠만 있는 상태인 것인데, '안아줘요 맨션'을 수리하고 청소하는 과정들을 전부 머지 퍼즐 방식으로 구성했다. 하나의 머지 퍼즐판 안에서 청소나 가구 배치 등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계속 합쳐서 만들어내면 다음 목표가 추가되는 식이다. 한 층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가구와 도배 등 여러 행동으로 꾸미고 나면 다음 층이 개방되고 새로운 층이 위에 생긴다.
플레이 방식 역시 지극히 단순하다. 재료를 뽑을 수 있는 아이템이 있고, 거기서 나온 재료들 중 같은 것을 합치면 상위 재료가 된다. 이 방식을 반복하면 되는 것이다. 대신 계속해서 플레이하지 못하는 제약들이 존재한다. 재료를 꺼내는 아이템들은 어느 정도 사용하다 보면 수십 분에서 몇 시간 가량의 쿨타임이 돌아가 그 동안 해당 아이템에서는 새로운 재료들을 뽑을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주어지는 선택지는 얌전히 기다리거나,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갈 즈음 생기는 광고 시청으로 남은 시간을 즉시 없애거나, 유료 재화인 루비를 사용해 단숨에 쿨타임을 초기화 하는 수밖에 없다. 드문드문 레벨업 상자나 이벤트 아이템 등 제한적인 수단으로 쿨타임 단축 아이템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 빈도는 상당히 낮다.
맨션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계속 합쳐야 한다.
보관했다가 꺼낼 수 있는 인벤토리는 첫 칸 개방 이후 루비를 필요로 한다.
동일 계통의 생산 아이템을 여러 칸에 두고 사용할 수 있고 이를 동일한 등급에서 서로 합쳐 더 높은 등급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 번 아이템을 꺼낼 때마다 스태미너가 1씩 줄어드는 시스템인데다 진행할수록 요구되는 아이템이 대개 높은 단계의 재료지만 레벨을 어느 정도 높여도 잘 안 나오는 재료는 여전히 잘 안 나오고, 한 번에 몇 랭크 위의 아이템이 나오는 빈도도 낮은 편이라 진행하다 보면 금방 할 게 없어진다. 아무래도 출시 초기인데다 소규모 개발사이기도 한 만큼 컨텐츠의 양이나 버그 관리, 저장 데이터 관련 일부 이슈 등에 다소 힘이 부친다는 이미지다.
그래도 단순한 방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고, 합치기만 하면 되는데 연달하서 앞에 준비해 둔 상위 등급 아이템을 합치다 보면 묘한 쾌감이 느껴져 조금만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머지 퍼즐의 그 맛이 잘 살아있다.
요구를 들어주면 친밀도가 오르고, 일종의 개별 스토리와 정보들이 개방된다. 선물은 주인인 안아줘요에게 건네는 것들.
할로윈 이벤트 중이므로 일일 임무와 할로윈 한정 일일 임무가 제공된다.
■ 보완점도 많지만 동물콘을 좋아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모바일 힐링 퍼즐 게임을 지향점으로 잡은 만큼, 같은 그림만 보고 맞추면 되는 머지 퍼즐을 활용해 난이도가 정말 쉽다. 한 칸 씩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합치다가 답답할 즈음 연속으로 맞는 아이템이 나타나고 이를 합쳐서 공간을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는 그 쾌감이 매력적인 머지 퍼즐의 재미도 잘 살렸다. 다만, 플레이하며 묘하게 걸리는 부분들이 있다. 몇 개 뽑지 못하는데 쿨타임은 거의 반나절 수준인 아이템 같은 것 말고도 판매 버튼이나 즉시 완료 버튼, 광고 버튼이 가까이 붙어 있는데 즉시 완료 버튼은 실수로 눌러도 재확인 메뉴 없이 바로 루비를 소비해버리니 실수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기자도 플레이하다 한 번 남은 루비를 전부 날려먹었다. 판매 또한 실수하기 딱 좋다.
진행도 저장 같은 이슈 같은 버그들은 차차 고쳐가면 된다 쳐도, 컨텐츠가 아직은 부족한 상태이다. 머지 퍼즐은 금방 끝나고, 광고로 채울 수 있는 에너지도 100이 끝. 그리고 루비로 충전하는 것은 거의 배수로 소모량이 올라간단 느낌이다. 아무래도 사용하지 않는 플레이어조차 현 시점에선 10일에서 15일 내외로 준비된 모든 컨텐츠를 끝낼 수 있는 볼륨이라 이를 다소 더디게 하려는 의도 같기도 하다. 이외에 BM과 관련된 이유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미흡한 부분이나 다소 의아한 부분도 있지만 부드라미 작가의 바들바들 동물콘이나 그 이전 커뮤니티 이모티콘 시절부터 이 동물 친구들에 애정이 있다면 놓치기 아까운 신작이다. 메인 게임으로 플레이하기보다 틈틈이 생각나면 가볍게 플레이한다는 느낌으로 동물콘 IP 게임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안아줘요 맨션은 귀엽고 힐링이 되는 매력적인 신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본 기자의 경우는 동물콘을 좋아하니 앞으로도 큰 이슈가 없다면 계속 플레이 할 것 같다.
에너지 문제로 별로 오래 플레이 하지는 못 한다.
데이터 소실 이슈가 한 번 있던 것 같아 괜스레 클라우드 저장을 종종 수동으로 누르게 된다.
동물콘의 귀여움과 설정을 잘 담아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