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이더들이 사는 법, 다양한 드라마가 있는 PvPvE '아크 레이더스'

흥행 할 만했던 작품
2025년 12월 06일 18시 28분 35초

넥슨의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해 선보인 '아크 레이더스'가 출시 첫 달 이후로도 지속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출시 전부터 게임의 플레이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 오랜 시간 플레이했는데, 출시 후에도 서구권에서 큰 호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크 레이더스는 지상에서 살던 인류가 어느새 나타난 기계 '아크'들에 의해 지하로 숨어들어 살아가고 있는, 일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 배경의 PvPvE 익스트랙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이런 상황에서 지상으로 올라가 아크에 맞서거나 피하며 다양한 자원이나 무기 등을 가지고 돌아오는 레이더가 되어 활약한다. 물론, 적은 아크 뿐만이 아니다…….

지상의 적대적인 아크들, 동업자일지, 뒤통수를 노릴 악동인지 알 수 없는 레이더들 사이의 불편한 동거가 가져다주는 긴장감과 재미가 매력포인트인 신작, 그것이 아크레이더스다.



■ 실패에 대한 부담 줄여 라이트한 게임성

PvPvE는 무엇이고 익스트랙션은 무엇인고. 간단하게 말하면 NPC들과도 싸우고 플레이어와도 경쟁할 수 있는 탈출 게임이다. 단, 파밍을 하고 돌아오든 무장을 잔뜩 챙겨서 돌아오든 어떠한 이유로 도중에 죽어버리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큰 리스크를 항상 안고 플레이하게 되어 장르 자체가 주는 긴장감과 무사귀환 또는 파밍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남다르다.

아크 레이더스도 그런 게임의 큰 틀은 따르고 있지만 나름의 안전 장치를 마련해 상대적으로 라이트한 게임성을 만들었다.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반대로 가진 게 없을 때도 기본으로 지급되는 1단계 무기와 실드 등을 챙기고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무료 로드아웃 기능이 있다.

1단계 무기 중 스티처나 케틀의 성능이 꽤 준수해서 오히려 부담없이 들이받고 산화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파밍하는 플레이가 많이 늘었다는 반작용은 있지만 이런 무료 로드아웃의 존재가 실패에 대한 부담을 상쇄하면서 여느 익스트랙션 게임들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상에 올라가 아크나 레이더를 마주할 수가 있다.


튜토리얼 파트에서 이 게임의 근본적인 요소를 모두 볼 수 있다


레이더들은 지하 도시 스페란자에서 살아간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칠 땐 로켓티어 형님이 제일 무섭고 짜증나는 상대였다

■ 드라마틱한 순간들

아크 레이더스에서 레이더들이 수시로 올라가는 지상은 상당히 위험하다. 지상과 공중에 아크들이 돌아다니며 레이더들을 발견하면 공격해오고 건물 안에서도 실내 특화의 아크들이 언제 나타날지, 어디에 숨어있을지 알 수 없어 긴장감이 있다.

거기에 동업자라 할 수 있는 레이더들도 영 미덥지 않다. 나처럼 지상에 물자들을 주워담으러 왔을텐데, 더 좋은 걸 잔뜩 가져가기 위해서 레이더끼리 싸우기도 한다. 아무래도 살아있는 사람이 더 위협적이긴 하지만 아크들 역시 방심할 수 없다. 출시 초기에 비해 지금은 건물 내부로 숨어도 날아다니는 아크 호넷이나 와스프 등이 실내로 들어오기도 하며, 무리를 지어 다니다 플레이어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게임의 큰 틀은 그렇다. 근본적으로 건파이팅이 찰진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있고, 좋은 아이템을 파밍했을 때의 쾌감도 느껴지지만 실제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모습들을 보면 마치 축소판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게임에 녹여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기자도 여느 레이더처럼 초기엔 보이면 싸우고 봤었다


플레이하다보면 실내도 좋지만 시야가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좋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매치 안에서 플레이어들끼리는 근접 보이스 채팅을 통해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거기다 아예 감정표현 슬롯에 기본적으로 팀을 맺자, 쏘지 마 같은 감정표현이 있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솔로 큐로 매칭을 하더라도 이런 기능들을 활용해 임시 동맹을 맺어 함께 돌아가는 것도 되고, 그 과정에서 이 스쳐가는 동료가 쓰러졌을 때 복수해주고 아이템을 사용해 일으켜주기도 하며 반대로 믿었다가 뒷통수를 얻어맞고 녹아웃 당하는 일도 있다.

믿었다가 뒷통수를 당했는데 녹아웃 모션이 진행되는 사이 쓰러진 내 플레어를 발견하고 와서 배신자의 머리를 쏘고 구해주는 상황도 벌어지며, 어느 정도 시즌이 진행된 상태라 레이더들이 많이 호전적인 상황이 됐음에도 자경단 같은 활동을 하며 위기에서 구하러 다니는 레이더들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스쿼드 매칭에선 서로 싸우는 편인데도 이렇게 합의 하에 무사히 돌아가는 일이 벌어질 때도 있다

지역 서버마다 플레이어들의 성향이 달라서 나오는 분위기 차이도 꽤 있는 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즌 진행과 파밍 마무리에 따라 전투를 원하는 플레이어도 많이 늘었지만 기자가 플레이하며 느낀 바로는 아시아 서버는 주로 서로 발견하면 싸우는 경향이 컸고, 북미 지역의 레이더들은 RP 플레이를 하면서 즐기는 플레이어나 서로 만나면 인사하고 같이 파밍을 하거나 별 일 없이 헤어지기도 한다.

방금 인사한 레이더가 아크에게 공격을 당하면 나만이 아니라 어디선가 다른 레이더들도 나타나 함께 아크를 물리친다.


특히 꼬꼬를 위해 꼭 찾게 되는 블루게이트의 올리브 숲에서 이런 광경이 자주 보인다

로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에서 베타 시절부터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아크 퀸, 그리고 정식 오픈 이후로 등장한 마트리아크를 상대할 때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함께 오와 열을 맞춰 거대한 아크를 파괴하거나 그런 레이더를 몰래 공격하는 쪽, 쓰러뜨리자마자 나타나 바로 퀸과 마트리아크의 잔해 코를 박고 파밍을 하는 레이더 등 여러 인간군상이 나타나 재미있다.

그런 낭만과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 아크 레이더스의 환상적인 야외 풍경 표현, 아크나 레이더, 자연 환경과 지형 등 온갖 요소들에서 비롯되는 즐거운 상황들이 '한 판 더'를 선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느꼈다.



■ 완벽한 건 아니지만

기자 본인도 굉장히 재미있게 아크 레이더스를 즐겼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일 꾸준한 플레이어들이 스페란자를 떠나 지상에서의 모험을 택하고 있을 만큼 이 작품의 초기 흥행은 성공적이다. 하지만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잃는 높은 리스크를 항상 안고 다니는 장르적 특성에 비해 상위 티어 장비들의 메리트가 업그레이드를 하기엔 상대적으로 약한 경향이 있고, 무기나 장비들을 제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설계도를 어느 정도 모으고 나면 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은 개인차가 있다. 익스트랙션 게임의 플레이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교류나 대립에도 즐거움을 느낀다면 이 재미가 이어지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 할 수 있다. 기자도 아직은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다.



맨몸 상태에 주어지는 안전 슬롯 1칸에 목표 아이템을 넣고 빠르게 항복하는 방식의 맨몸런이 늘면서 생긴 중고 매칭의 이슈도 있다. 맨몸런은 원하는 스팟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칼같이 항복을 누르고 다음 매칭을 하러 가는 식이었다.

그러니 플레이어가 빈 매치가 많이 생기고, 장비를 충분히 갖춘 플레이어가 19분 정도 남은 중고방에 매칭되면 돌아다녔을 때 이미 파밍이 완료된 장소들이 상당히 많다. 먹을 건 없는데, 반대로 탈출구에서 대기하는 레이더에게 공격당할 위험은 높은 하이리스크 로우리턴 상태가 된다. 죽었을 때의 리스크가 없어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아크 레이더스의 장점이므로 어려운 문제라고는 생각한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할 정도로 플레이어들 사이에 피어나는 이야기와 게임의 요소요소가 즐겁다.


무작위로 만난 레이더들임에도 위기를 보자마자 돕는 장면

최대 크기의 보스급 아크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폭발물인 울프팩이나 데드라인을 써서 강력한 로켓티어, 바스티온, 봄바디어, 리퍼 같은 중견급 아크를 쓰러뜨렸더니 어디선가 나타나 환호해주는 서양 레이더를 만난 적이 있다. 적당히 경계하며 파밍을 하는 기자를 호넷이나 와스프 같은 비행 아크들에게서 지켜줘 우호의 표시로 아크에게 얻은 좋은 재료나 무기를 건네주고 같이 탈출까지 한 적도 있다.

그외에도 게임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순간에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아크 위로 뛰어들어 아크에 탄 상태로 상대를 당황시킬 때, 어두컴컴한 야간 맵에서 잔뜩 긴장한 채 파밍을 하다 서로 깜짝 놀랄 때,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할 때, 쓰러진 레이더를 살리며 탈출구까지 인도해줄 때, 기가 막힌 호흡으로 상대를 쓰러뜨렸을 때.

아크레이더스는 건플레이와 아크들과의 싸움, 파밍도 즐겁지만 각각의 유저들이 가진 새로운 이야기가 부족한 점들을 보충하는 작품이다. 적어도 수십 시간은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영어 스피킹이 된다면 더 오랜 시간 즐거움의 역치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바빠서 그렇지, 지금 기사를 쓰는 이 순간조차도 아크 레이더스를 플레이하고 싶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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