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실제 야구에 대해서는 덤덤하지만 야구 게임을 하는 것은 좋아한다. 이게 야구라는 스포츠를 대하는 나의 기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내가 MLB The Show 시리즈를 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 시리즈 안에서 지금까지 플레이했던 타이틀이 많지는 않으니 시리즈를 꾸준히 플레이했던 팬들에 비해 입문자 언저리의 그 무엇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이번 'MLB The Show 26'을 접할 때도 팬으로의 반가움보다는 이번 시리즈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MLB The Show 26을 PS5에서 플레이해보며 느낀 부분들을 시리즈 유입 플레이어의 눈으로 이야기해본다.
■ 다양한 모드를 골라먹기
궁극적으로는 모든 컨텐츠를 찍어먹게 되겠지만 MLB The Show처럼 오랜 역사를 이은 스포츠게임 시리즈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이상 그간 누적된 컨텐츠를 다음 시리즈에서도 고스란히, 혹은 일부 정돈된 상태로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MLB The Show 또한 그렇다.
처음 켜면 다양한 모드가 플레이어를 반기고, 여기서 이것저것 찍어먹어보다 마음에 드는 컨텐츠부터 순서대로 푹 떠먹게 된다. 그 중에서도 핵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드는 로드 투 더 쇼, 다이아몬드 다이너스티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선수를 육성하거나, 카드 팩을 입수하면서 나만의 팀을 만들어가는 모드들이라 사실상 다음 게임이 출시될 때까지 계속 붙잡고 있을 수 있는 모드다.
이외에도 프랜차이즈 모드나 메이저리그의 흑인 추방 이후 설립됐던 니그로리그의 스타들이 펼쳐온 경기의 순간들을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 모드, 스타와 레전드 선수를 포함해 테마 등을 주제로 간단히 도전할 수 있는 모먼트 모드, 전통적인 클래식 모드와 홈런 더비 등 다양한 모드를 즐길 수 있다.

일단 가볍게 단발적으로 즐거웠던 순간부터 꼽아보자면 홈런 더비 모드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같은 선수를 연속으로 골라두면 처음 선수를 쭉 비춰줄 때 똑같은 선수들이 늘어서있는 모습이 재미있어서다.

이렇게 몇 명이 주르륵 선 모습이 소소하게 웃음을 준다
장기적으로는 역시나 로드 투 더 쇼와 다이아몬드 다이너스티가 메인인 만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나만의 선수나 팀을 키워나가는 맛은 스포츠게임만의 각별한 재미다. 내가 키운 투수-타자 이도류 선수 제임스 군이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경기장에서 경쟁한다? 판타지와 즐거움을 모두 충족해준다.
로드 투 더 쇼의 경우 대학 경기부터 뛸 것인지, 프로 드래프트가 될 것인지 진로를 정해서 즐길 수 있는데 확실히 OVR이 낮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니 게임 난이도가 한결 낮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경기를 잘 해낼 때마다 유명 대학과 프로 구단에서 관심을 가지며 접촉해오는 것이 눈에 보여 묘하게 기분도 좋다.

키우는 과정을 좋아한다면 로드 투 더 쇼가 특히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토큰을 사용해 능력치를 올려주고, 다양한 퍽 해금 등을 노리면서 나만의 선수가 커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아예 처음한다면 로드 투 더 쇼 모드를 통해서 재미를 붙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로드 투 더 쇼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이것이다. 원하는 팀이 있다면 선수 생성 직후 친구와 하는 대화에서 팀을 골라줘야 처음에 그 팀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대화를 빠르게 넘기다가 선택지를 빠르게 넘길 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단순함과 숙달, 쾌감 공존
스포츠를 주제로 만들어진 게임들은 대개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단순하게 조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접근성 좋게 게임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MLB The Show 26 또한 그런 구조인데, 투수와 타자, 내야 및 외야수 등 전체적인 조작이 어렵지 않은 편이라 누구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수는 구종을 선택하고 표시된 스트라이크 존 안이나 밖으로 던지는 행위를 버튼과 위치 지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타자 또한 치는 방식을 골라 타이밍과 위치를 맞추는 식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이 단순함 안에 나름의 심리전이 녹아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수비의 경우 더 간단하다. 공이 날아올 때 스틱을 움직여 표시된 마크로 커서를 옮기면 끝이다. 대신 OVR에 영향을 받아 스크롤이 빠르거나 느려지는 식이다.
이런 단순함 안에서도 숙달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특히 타자일 때가 그렇다. 타자로 플레이하려 한다면 타이밍을 맞추는 감각을 잡는 속도에 따라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는 출발점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감을 잘 잡지 못하면 꽤 오랜 시간 방망이를 휘두르며 감을 잡아야 다양한 도전들을 시도할 수 있다.

스탯이 낮다면 글러브를 저 위치로 옮기기가 오래 걸린다
그리고 이 순간들 안에 쾌감이 공존한다. 투수로는 잘 던진 볼이 미트에 빨려들면서 상대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냈을 때, 타자로는 정확한 타이밍에 제대로 맞춘 타구로 공격에 성공했을 때 특히 그랬다. 타자를 할 때는 홈런이면 정말 좋겠지만 그냥 정확한 타이밍에 잘 친 타구를 뽑아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타격감을 즐길 수 있다.
MLB The Show 26의 플레이는 이처럼 단순함과 숙달 요구, 그리고 플레이어가 잘 해냈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정확하게 잘 때렸을 때는 판정이 뜨기 전부터 느낌이 온다. 판정을 확인하기 전에 이미 짜릿함이 솟는다.
■ 언어지원 여전히 아쉽다
이번 MLB The Show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영어 오디오와 자막만을 지원한다. 오디오는 그렇다 쳐도 자막 언어는 추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런 스포츠게임 시리즈를 할 때마다 자주 느낀다.
때때로 언어지원에 대한 볼멘소리를 하다 보면 그렇게 높은 난도의 영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옹호의 말을 종종 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언어로 플레이하는 것만큼의 쾌적함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MLB The Show 26을 포함한 한국어 미지원은 참 아쉬운 일이다.
영어 외의 언어를 적용하는 비용에 비해 그 이점이 크지 않다는 계산인 것 같다.

이런 화면이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보일 때마다 읽을 수 있어도 일단 숨이 턱 막힌다
플레이 도중 의외로 흥미로웠던 것은 ABS 챌린지다. 투수나 타자 플레이 모두 경기 진행 도중 가능한 타이밍에 ABS 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결과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나는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만 걸어서 이를 활용한 판정 번복을 유도해낼 수 있었고, CPU 또한 이 시스템을 활용해 볼을 잡아내기도 해 호흡이 긴 편인 경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또 다른 흥미거리가 됐다.
시각적인 연출과 디자인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라인에서 니그로리그의 스타 플레이어를 조명하는 스테이지는 실사 촬영을 기반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아트를 활용해 사이사이와 UI를 채웠으며, 그 외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 부분의 시각적 디자인들이 참 괜찮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

MLB The Show 26은 좋게나 나쁘게나 한결같은 게임이다. 제대로 경쟁하는 타이틀이 없다시피 해서 언제 해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스포츠게임이 몇 시즌을 거친 뒤 갑자기 퀀텀 점프를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MLB The Show 시리즈의 경우는 아직 거대한 변화를 느끼진 않았다.
반대로 큰 변화 없이 늘 안정적인 퀄리티의 야구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은 장점이기도 하다. 야구 게임이 끌릴 때, 특히 MLB를 주제로 하는 야구 게임을 하고 싶을 때 골라서 플레이하면 한동안 즐겁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 또한 야구 게임이 즐기고 싶은 때가 되면 이런 게임들을 찾아서 다시 즐기곤 한다.

이번 신작은 피부로 느껴지는 새로움이 적다고 생각한, 적어도 나만의 선수나 팀이 정해둔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확실하게 플레이의 즐거움을 보장하는 게임이다. 그렇지만 슬슬 다음 시리즈 즈음에는 실제 느껴지는 변화가 로스터만이 아닌 더욱 발전해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서두의 질문을 다시 던져봤다. 이번 시리즈도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아쉬운 부분들을 짚기는 했지만 그 대답은 '그렇다'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욱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