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1월부터 시작된 LCK 스프링 시즌도 긴 여정을 마치고 이제 마지막 결승전만을 남겨 둔 상태다. 담원 대 젠지가 맞붙는 이번 결승전은 4월 10일 오후 5시, 온라인 상으로 펼쳐진다.
과연 2021년의 첫 우승컵 주인은 누가 될까.
- 두 팀의 이모저모
담원은 확실히 지난 시즌 롤드컵 우승을 하던 시절의 포스는 아니다. 다른 팀에 비해 한 등급 정도 위에 있던, 천상계에 위치한 느낌에서 이제는 인간계로 내려온 느낌이랄까. 칸이 너구리의 빈 자리를 잘 채워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너구리의 일발 캐리 능력의 부재가 눈에 보이며, 잘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 자체가 소폭 하락한 느낌이다. 롤드컵 우승 후 하락한 실력을 새로 부임한 김정균 감독이 어느 정도 메꿔 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에 반해 젠지는 중심 선수의 이탈이 없다. 5년간 젠지를 이끌었던 최우범 감독 후임으로 온 주영달 감독의 운영 능력도 나름 합격점이고, 작년에도 호흡을 맞추어 온 선수들이 그대로 이어져 팀웍도 나무랄 데 없다. 담원이 작년 폼 보다 소폭 하락했다면 젠지는 소폭 상승한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 4강전 결과를 통해 살펴 본 최종 컨디션은?
담원과 젠지 모두 한화와 T1을 상대로 세트 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담원의 경우 나름 우위의 실력을 바탕으로 승리하고 온 느낌인 반면, 젠지는 T1을 압살한 인상이 강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4강 상대로 T1보다 한화를 보다 손쉬운 상대로 평가했고, 담원 역시 상대로 한화를 지목한 점을 생각하면 준결승에서의 컨디션은 젠지가 보다 우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밴픽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한 모습이었고, 경기 내내 우위를 점하며 플레이를 하는 등 전력 분석 및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 엿보였다. 담원 역시 무난한 밴픽과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경기 중 간간히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는 등 확실히 작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T1의 승리를 예측했다
- 포지션 별 분석
두 팀 모두 구멍이 없는 안정적인 라인업을 자랑하지만 최근의 컨디션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
탑에서는 담원의 칸과 젠지의 라스칼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라스칼이 T1과의 4강전에서 워낙 미쳐 날뛰었던 탓에 결승에서도 근소한 우위를 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데이터 상으로는 분당 데미지가 탑 라이너 중 1위인 칸과 분당 CS, 솔킬 횟수 1위인 라스칼의 싸움으로 백중세의 모습. 하지만 4강전에서 보여준 라스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라스칼의 최근 폼은 상당히 좋다
반면 정글은 국내 탑 정글러라 평가받고 있는 캐니언이 젠지의 클리드에 비해 우위에 있다. 클리드가 올 시즌 실력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작년과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캐니언이다 보니 스프링 시즌 MVP에 선정된 캐니언의 기세를 감당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미드는 어떠한 챔프를 사용하고, 어떤 컨디션인가에 따라 우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담원의 쇼메이커 폼이 최근 상당히 좋을 뿐 아니라 국내 탑 미드로 정평이 나 있는 선수이다 보니 비디디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다만 비디디 역시 최근 컨디션이 좋은 만큼 앞서 언급했듯이 어떤 챔프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캐니언과의 호흡이 상당히 좋은 쇼메이커이기에 비디디가 게임을 잘 풀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팀의 감독들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꼽은 바텀에서도 담원의 약 우세가 점 쳐진다. 담원의 베릴이 상당히 물이 오른 상태이고, 원딜러인 고스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라인을 유지하는 능력이 좋아 압도할지는 못할지라도 반대로 폭망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면 젠지는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최고의 원딜로 선정된 룰러가 경기 중, 후반으로 가면서 폭딜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러한 룰러의 활약을 얼마나 억제시킬 수 있는가에 따라 담원의 유불리가 크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 최고의 원딜로 평가 받은 룰러
고스트와 룰러를 비교하면 룰러가 약 우위에 있지만 라이프가 아직까지는 베릴 정도의 서포트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종합적인 면에서 담원의 하체가 조금 더 앞서 있는 느낌이다.
- 과연 어떠한 챔프들이 사용될까
이번 스프링 시즌에 가장 핫한 챔프는 헤카림과 나르다. 이 두 챔프는 스프링 시즌에도 상당한 인기였는데, 나르와 헤카림의 경우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100%의 밴픽률을 기록했다.
밴픽률 100%라는 의미는 밴이 되지 않으면 무조건 픽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그만큼 현재 헤카림과 나루는 포스트시즌을 진행하는 팀들에서 많이 눈 여겨 보는 픽이고, 벤이 안되면 무조건 집어가는 챔프라 보면 된다. 밴 시도는 전체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그에 반해 어느 정도 게임에 등장하고는 있다.
이에 반해 세라핀 역시 밴픽율이 100%지만 밴이 되지 않은 적이 2번 밖에 없는 꽁꽁 묶인 챔프다. 레넥톤이나 쓰레쉬 역시 90%가 넘는 높은 밴픽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밴 되어 실제로 경기에 많이 선을 보이지 못했다. 세나나 우디르 또한 그렇다.
담원과 젠지 모두 준결승전에서 위에서 언급한 챔프들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대부분 밴 당한 상태였기 때문. 특징이라면 젠지의 경우, 준결승 3세트 중 2세트를 신드라를 픽했고, 담원은 우디르를 2번 픽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세트에서 완전히 다른 챔프를 선택해 플레이를 진행했다.
이번 결승전 역시 앞에서 열거한 상위 픽 챔프들은 대부분 밴이 될 확률이 높은데, BDD가 신드라를 잘 사용하는 것처럼 담원의 쇼메이커 또한 신드라 실력이 뛰어난 만큼 신드라가 과연 어느 팀으로 가게 될 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쇼메이커는 준결승에서 전혀 다른 딜러를 선택했지만 BDD는 신드라에 올인했다. 만약 신드라가 밴 될 경우 BDD의 선택도 눈 여겨 볼 부분이 아닐까 싶다.
룰러의 최근 신드라 기세가 상당히 무섭다
선수의 성향 상 쇼메이커는 오리아나, 빅토르와 조이를 주로 사용해 왔고, BDD는 신드라와 오리아나, 아지르를 주로 플레이 했다.
- 각 팀의 불안 요소는?
작년 롤드컵 분석 기사에서도 언급했던 적이 있지만 담원은 생각보다 초반 플레이에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실제로 2020년 압도적인 힘을 보여줄 때도 경기 초반에 다소 밀리며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올해 스프링 시즌 역시 그렇다. 4강전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경기 초반 밀리면서 시작해 힘든 진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초반의 손해를 만회하며 승리하기는 했지만 현재 젠지의 컨디션을 생각할 경우, 초반에 손해를 입고 플레이가 진행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경기에서 패할 수도 있다.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초반 밀리고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젠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계획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처가 매끄럽지 못하다. 또한 한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라기 보다 이득을 점점 굴려나가는 스노우볼 형태의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 팀이다 보니 게임 초반 이득을 얻지 못하면 이를 뒤집기가 조금 어려운 단점이 있다.
- 스프링 시즌에서의 상대 전적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양 팀의 상대 전적은 1승 1패로 동일하며, 세트 전적 역시 3승 3패로 같다. 작년 서머 시즌에 담원이 젠지에게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 작년과 다른 양상인 것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특히 보다 최근에 진행된 3월 18일 경기에서 젠지가 2대 1 승리를 거둔 것이 이채롭다. 하지만 이는 참고 삼아 볼 부분이고 결승전의 양상은 일반 시즌의 경기와 다를 수밖에 없다. 5전제 경기이기도 하고, 깜짝 챔프가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스프링 시즌 우승자는 누가 될까
확실한 것은 담원이 초반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세트는 담원이 승리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젠지 역시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미쳐 날뛰는 룰러의 존재와 스노우볼을 잘 굴리는 팀 특성 상 초반에 승기를 가져갈 경우 담원이 역전하기 힘든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두 팀 다 상대가 역전하기 어려운 팀이라는 것.
결국 초반 주도권을 어느 팀이 먼저 가져가느냐가 경기의 핵심이 될 것 같은데, 각 감독 모두 바텀을 핵심으로 꼽은 만큼 바텀에서의 결과가 전체 승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고스트는 라인을 굳건히 지키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룰러는 라인전에 강한 챔피언을 바탕으로 게임 초반에는 성장을 도모하다가 후반에 날개를 펼치는 스타일인 만큼 게임 초반 바텀에서의 치열한 전투는 크게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바텀의 경우 어느 정도 정글러의 역량에 영향을 받는 만큼 무난하게만 흘러간다면 담원 쪽에 약 우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타 싸움에서는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하기 보다 챔프의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키 플레이어는 담원에서는 캐니언, 젠지는 룰러를 꼽고 싶은데, 열세인 상황에서 두 명이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역전이 벌어질 수도 있을 듯하다.
현재 해외 배팅 배당에서는 담원 대 젠지의 배당을 1.25 : 3.75 정도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정도면 두 팀의 실력 차이가 상당히 난다고 평가하는 정도다.
개인적으로 두 팀간에 이 정도 배당이 날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고, 정글 및 미드의 연계가 좋은 담원의 3대 1 우승을 예상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