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사건이 있었던 2021년 롤챔스는 EDG의 우승으로 끝을 맺었다. 누구나 담원의 승리를 예상했고, 그래야 하는 경기였으나 담원의 경기력에 큰 실망감을 남긴 채 끝난 결승전이었다.
어쨌든 롤챔스가 마무리되면서, 게임샷에서는 한달여 간 진행된 롤챔스를 정리하며 여러 부분을 살펴보는 시간을 총 2회에 걸쳐 가져 볼까 한다.
■ 각 지역의 롤챔스 성적표는?
- LCK : A
참가팀 모두가 8강에 진출했고, 어쩔 수 없이 내전이 진행된 경기로 인해 한화가 탈락했지만 4강에 3팀이 안착하는 등 최고의 성적을 낸 LCK는 결승전에서 담원이 패하며 정점을 찍지 못했다.
다만 롤챔스 이전의 우려와 달리 전반적인 국내 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것이 증명 되었으며, 국내 정상급 팀들은 세계에서도 최정상급 실력이라는 것 또한 입증됐다.
이번 롤챔스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도 모두 한국인이며, 최고의 명승부가 진행된 게임 또한 담원 대 T1전이다. 그럼에도 한국 팀 특유의 운영 중심 메타로 인해 담원과 T1전을 제외한 다른 경기들의 경우, 경기를 보는 맛은 별로 없었던 그런 모습이 있었다.
여담으로 수많은 팬들이 담원에게 과거 T1이 보여주었던, 왕조 시절의 강력함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나 올 시즌 MSI에 이어 롤챔스에서도 준우승에 그치면서 그 기대감이 깨진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차라리 T1이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더 빠른 느낌이랄까.
이제 LCK는 T1의 세상이 될 지도…
- LPL : A+
우승 후보인 펀플러스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고, 8강전에 RNG와 EDG 두 팀만이 진출하는 등 초반 성적표는 그저 그런 모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EDG가 롤챔스에서 우승하면서 올 시즌 가장 좋은 결과를 낸 곳이 LPL이다.
특히 펀플러스의 경우 현재 팀 선수단 전면 재조정 이야기가 나오는 등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롤챔스 기간에도 문제가 있었던 듯하고, LNG역시 한끝 차이로 떨어진 만큼 예선 자체의 성적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다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롤챔스에서 LPL 팀들의 폼이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금 의아한 부분이기는 한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EDG가 우승했다는 점에서 가장 훌륭한 보드 라인을 갖춘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배경에는 담원의 방심과 문제 있던 밴픽, 알 수 없는 플레이가 한 몫을 했지만 말이다.
펀플러스의 탈락이 우승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LEC : C+
유럽의 최강자 G2가 몰락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 된 실력을 보였던 LEC는 이번 롤챔스에서도 간신히 매드 라이온스가 8강에 진출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작년 시즌에서는 G2가 선전하며 체면 치례를 했지만 올 시즌은 그 상황이 더더욱 나빠진 모습.
이대로라면 내년 롤챔스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듯 보이며, 유럽 지역에서의 롤 인기도 점차 감소중에 있어 앞날도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이나 중국 선수 등 무언가 확실한 영입이 없다면 이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것 같은 상황이다.
-LCS : C
이번 롤챔스에서 북미는 정말 C9이 아니었다면 정말 오랫동안 마이너 지역 취급을 받을 뻔했다. 다른 두 팀의 성적도 특출나지 못했고 MSI에서 4강에 들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이번 롤챔스에서도 8강에 올라가지 못했다면 정말 ‘메이저’ 라는 타이틀을 달기가 부끄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C9이 단 하루 각성하면서 다행히 8강에 진출하게 됐고, 어렵게 체면 치례를 했다. 하지만 LCS 역시 갈수록 실력이 퇴보하고 있기에 앞날이 불안하기는 LEC와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C9은 참 여러 모로 세상을 놀라게 하긴 한다
-PCS : C
PSG가 LCS를 제치고 롤챔스 탑 시드를 받으면서 나름 8강 진출 가능성도 높았고, 그만한 실력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한화를 넘지 못하고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번 롤챔스가 참으로 아쉬운 기회가 됐다.
리그 수준으로 4위권을 경쟁하던 LCS가 8강에 진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예선 탈락에 머무르다 보니 다시금 뒤로 후퇴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점차 성장하는 만큼이나 내년에는 더 강해질 수 있는 그런 리그가 아닐까 싶다.
-LJL : B+
이번 롤챔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지역이 바로 일본 지역이다. 일본 지역 대표 DFM은 지역 최초로 그룹 스테이지 진출에 성공하면서 대회 최고의 언더독이 됐다.
물론 경기 결과 자체는 6전 전패로 참담했지만 이번에 경험을 쌓은 만큼 다음에는 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DFM 지켜 보겠다…
■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는?
올 시즌 롤챔스는 사실 확연하게 두각을 나타낸 신예 선수가 없는 편이다. 그 보다는 기존 롤챔스 단골 선수들이 제 몫을 해 준 그런 상황인데, 폼 저하로 인해 이름값에 비해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한 선수도 많았고 초반에는 좋은 플레이를 펼치다가 4강 및 결승으로 갈수록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한 선수도 있었다.
이 중 8강전 이상의 기록을 토대로, 해당 팀의 상황을 반영하여 최고의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을 뽑아 봤다.
- 1위 : 캐니언(담원)
캐니언이 1위라는 사실은 아마도 거의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담원이 승승장구했던 원동력이며, 결승전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탑 칸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던 것 또한 캐니언의 역할이 컸다.
EDG와의 결승전에서 캐니언이 한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전후 문맥을 보지 못한 단정이다. EDG는 담원에서 가장 위협적인 캐니언을 고립시키기 위해 밴픽 단계에서부터 확실하게 견제를 했고, 실제 경기에서도 캐니언의 성장을 막기 위해서 상당한 힘을 쏟았다. 캐니언이 탑과 미드에 상당한 시너지를 준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러한 연결 고리를 막기 위한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처럼 캐니언에게 견제가 몰리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이 그만큼 잘 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특히 탑) EDG에게 패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지, 캐니언은 사실 할 만큼 했다. T1과의 경기에서도 견제를 이겨내고 활약했고, 다른 경기에서는 훨훨 날아다녔다. 담원의 모든 라인에 확실한 시너지를 넣어준 코어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킬 관여율과 같은 지표 면에서도 우수했고 폼 자체도 좋았다. 과연 올 시즌을 끝으로 담원과의 계약이 끝나는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지 궁금한 선수이기도 하다(개인적으로는 담원을 벗어나 한화로 가서 쵸비와 함께 호흡을 맞춰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는 하다)
과연 캐니언이 빠지면 담원이 유지가 될까
- 2위 : 페이커(T1)
페이커는 페이커다 하는 말이 절로 들 정도로 이번 롤챔스에서의 페이커는 완전히 달랐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서서히 예열을 시작해 녹아웃 스테이지에 접어들면서 확실한 기량을 선보이더니 담원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쇼메이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종전에서 다소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사실 상 T1에서 칸나가 조금만 더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아마도 T1이 결승에 진출했을 것이고, 올 해 롤챔스 우승팀이 달라졌을 수 있다.
무엇보다 캐니언이라는 크랙급 정글러의 도움을 받은 쇼메이커와 달리 어느 정도 자신만의 힘으로 경기를 끌어 나갔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으며, 폭 넓은 챔프 폭과 번뜩이는 플레이로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기자 개인적으로 올 시즌 롤챔스 최고의 미드가 아닐까 싶다. 역시나 큰 경기에 강한 슈퍼스타는 따로 존재하는 듯 하다.
큰 경기에 부활한 페이커, 멋졌다
- 3위 : BDD(젠지)
폼이 하락한 팀원들을 이끌고 젠지를 4강까지 올려 낸 주역 BDD는 적어도 이번 롤챔스 최고의 플레이어 중 하나에 꼽힐 만하다. 무언가 화려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캐리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팀원들의 수많은 실수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혼자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했고, 교전을 승리로 이끌어 냈다. 만약 BDD가 없었다면 젠지는 8강은 고사하고 조별 스테이지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EDG와의 4강전에서도 스카웃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젠지의 이해할 수 없는 밴픽으로 인해 아쉽게 패배했는데(이 경기도 사실 무조건 젠지가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밴픽만 아니었다면 역시나 올 시즌 우승팀이 달라졌을 만하기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BDD는 자신의 플레이에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음에도 홀로 충분한 성과를 보여줬고, 팀에서 가장 빛났다. 만약 캐니언이 젠지에 있었다면 BDD의 활약은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다.
- 4위 : 캐리아(T1)
이미 롤챔스 전부터 국내 최고의 서포터로 평가받았던 캐리아는 롤챔스에서도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줬다. 캐리아의 존재로 인해 T1의 전투력이 급상승했을 뿐 아니라 특히 담원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질리언으로 하드 캐리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째서 캐리아가 한체폿이라는 평가를 받는지를 확인시켜 줬다.
사실 이번 롤챔스에 참여한 선수들 중 캐리아보다 나은 서포터는 없었으며 캐리아만큼 활약한 서포터도 없었다. T1의 활약은 페이커와 더불어 캐리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캐리아의 신들린 질리언 운용이 빛을 발했다
이외에 추가적으로 베스트 플레이어라고 할 만한 선수는 기자 판단에 없다. 8강전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칸은 4강전부터 폼이 하락하더니 결승전에서는 패배의 주역이 됐고, 쇼메이커 또한 칸에 가려져서 그렇지 4강과 결승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EDG의 경우 스카우트와 바이퍼가 결승에서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있지만 올 시즌 LPL 경기를 모두 시청한 기자의 관점에서는 평균 정도의 컨디션이었다고 생각되며, 그보다는 담원의 폼 저하와 밴픽의 안일함이 EDG 승리에 더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특히 EDG의 경우 8강과 4강전에서 보여 준 쓰레기 경기력으로 인해 베스트 플레이어라고 할 만한 선수가 전혀 없다.
- 최고의 보드진, 최악의 보드진
각 팀의 보드진(감독, 코치, 전력분석관 등등)을 살펴보면 최고의 보드진으로는 T1과 EDG가, 최악의 보드진으로는 젠지와 담원을 꼽을 수 있다.
T1의 경우 보드진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난 경기가 바로 담원과의 4강전이었는데, 상대의 스타일을 확실히 분석해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잘 구사했다. 만약 칸나만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해피 엔딩으로 끝났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랄까.
EDG는 상황을 파악하고 이후 전술 변화를 잘 했다. 4강과 결승전에서 승패패승승 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듯이 세트 연패 후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를 승리로 이끄는데 상당한 능력을 보였다. 여기에 T1이 담원에게 한 전술을 참고해 질리언을 사용한다던가 캐니언을 고립시키는 등 맞춤 전략을 잘 사용하기도 했다.
확실한 문제 분석으로 결국 우승을 차지한 EDG
반면 담원과 젠지는 이해할 수 없는 밴픽 운용으로 경기를 패한 꼴이 됐다. 그나마 젠지의 경우는 워낙 선수들의 챔프 폭이 좁아 밴픽에도 어느 정도 이러한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담원의 경우 8강까지의 손쉬운 적들을 대상으로 안일한 플레이가 익숙해졌는지 몰라도 4강에서도 그저 그런 밴픽을 구사하더니 결승전 1경기에서 대놓고 허세픽을 작렬, 결국 중요한 1세트를 허무하게 상대에게 내 줬다.
그외 세트들 역시 열이 받아서 자신 있게 픽한 2세트를 제외하면 조금씩 의문이 드는 밴픽이 이어졌는데, 김동준 해설이 경기 내내 줄기차게 언급한 그레이브즈를 하는 것도, 밴 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 이어진다거나, T1전에서 질리언 서폿에게 고전한 상황이 다시 연출되었던 점 등 안일한 밴픽과 ‘우리라면 달라’ 식의 마인드가 결국 패배에 영향을 줬다.
김동준 위원의 그레이브즈 외침이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