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가 디플러스 기아에게 승리하고 2라운드에 진출하면서 다소 무난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됐던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 차례는 kt롤스터다. 금일 스프링 시즌 최고의 팀 T1과 3라운드 진출을 놓고 격돌을 펼친다.
다만 2라운드부터는 지금까지 언급했듯이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패한다고 해도 패자전을 통한 결승 진출의 기회가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누구나 패자전으로 떨어지는 것을 원할 리 없다.
금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되는 T1 대 kt롤스터의 경기. 과연 kt롤스터는 전력의 열세를 딛고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지, 아니면 최고의 팀 T1이 이변 없는 승리를 하게 될 지 지금부터 양 팀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 라인 별 비교
kt롤스터의 폼이 상당히 높아진 만큼 선수 개개인의 전력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다. 물론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지 T1의 전력이 높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탑은 서로 간에 백중세의 양상을 보인다. 기인과 제우스 모두 혼자서 경기를 캐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이며, 솔킬을 따 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여기에 각종 갱킹에 대한 버티기 능력도 높아 팀의 핵심이 되는 선수들이다.
실제 실력도 올 시즌 탑 1,2위에 속할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어느 한쪽으로 밀릴 만한 승부는 나지 않을 듯 보인다.
이는 정글 역시 마찬가지다. 커즈와 오너 모두 준수한 플레이를 하고 있고,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편. 실력적인 부분에서는 커즈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확연한 차이가 나올 정도는 아니기에 kt롤스터가 크게 유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반면 미드에서는 페이커에 비해 비디디의 역량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작년 시즌부터 페이커는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느낌인데, 선수 자체의 기량뿐 아니라 이타적인 플레이를 너무 잘 펼치기에 다른 라인에 많은 시너지를 주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상체는 T1이 조금 더 나은 수준이라 할 수 있지만 kt롤스터가 이를 극복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바텀 라인은 확실한 T1의 우세다. 에이밍과 구마유시는 올 시즌 비슷한 체급과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리헨즈와 케리아의 차이가 크다.
최근의 케리아를 보면 전성기 시절의 베릴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심지어 더 업그레이드됐다. 각종 사파 픽부터 시작해 경기를 플레이 하는 능력, 그리고 교전 실력까지 나무랄 데가 없으며 활발한 지원을 통해 모든 라인에 힘을 실어 주는 플레이를 한다.
무려 스프링 시즌 최고의 선수다. 심지어 작년에도 그랬다
이는 어찌 보면 T1이 굳건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케리아와 페이커가 다른 팀보다 월등한 로밍을 통해 전 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덕분에 팀 자체의 시너지가 상당히 높아진다.
반면 리헨즈는 다소 무거운 서포터다. 서포터 자체의 능력도 케리아에 비해 떨어지고 활발한 로밍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파 픽 선택 시 케리아보다 성공 확률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러한 만큼 바텀에서도 T1의 우위가 예상되는데, 이것이 아예 이길 수 없는 그런 정도의 차이까지는 아니다. 분명 kt롤스터의 열세이기는 하나 변수가 있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는 된다.
- 양 팀 전력 분석
T1은 디플러스 기아처럼 초반 주도권을 가지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노우볼을 굴려 가는 팀이고, kt롤스터는 한화생명e스포츠처럼 초반보다는 후반 캐리에 더 중점을 두는 팀이다.
이들 팀과의 차이를 이야기한다면 T1은 여기에 교전 능력과 운영까지 좋은 팀이라는 것이며, kt롤스터는 한화생명e스포츠처럼 극단적인 후반 조합을 하기보다 그런 경향이 강한 팀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부분이 나름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의 메타가 초반 주도권을 통한 스노볼링을 굴려 나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 후반 성장 메타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글러의 갱킹보다 성장이 더 중요해졌다.
어찌 보면 지난 1라운드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디플러스 기아에게 승리한 것도 이러한 메타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메타 기준으로 웃을 수 있는 것은 분명 kt롤스터다. 하지만 T1의 전력이 약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T1이 단순히 초반 주도권 플레이만 하는 팀은 아니기 때문이다.
kt롤스터가 정규 시즌에서 1승 4패의 세트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앞선 디플러스 기아전의 기록을 보더라도 정규 시즌의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현재 메타의 적응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메타 적응은 사실 사소한 것 같지만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지난 22 롤드컵에서 젠지가 최강의 실력으로도 변변한 활약을 하지 못한 것도 메타 변경의 이유가 컸다. kt롤스터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반면 T1도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플러스 될 요소가 별로 없을 뿐이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플레이 스타일이 다소 변화될 수 있는 있다.
양 팀 모두 좋은 결과를 냈고, 그만큼 팀의 사기도 높다. 여기에 선수들의 폼도 좋은 상태를 유지 중이다. 이는 외적인 변수에서는 크게 차이가 만들어질 만한 부분이 없다는 말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kt롤스터가 변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한화생명e스포츠 같은 ‘고민된 밴픽과 전략’ 이 필요하다.
사실 상 현재의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10번 싸우면 8번 이상은 T1이 승리할 만한 전력을 갖췄다. 차이가 나는 전력을 kt롤스터가 선수들의 의지와 기발한 전략으로 채워야 승산이 있다.
다만 그럼에도 전력 차이를 쉽게 좁히기 어려운 것은 T1이라는 팀이 특정 선수의 활약으로 승리를 가져가는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한 선수를 공략하면(주로 제우스) 긍정적인 도움은 분명 되겠지만 T1의 강점은 팀 자체가 강하다는 점이기에 전략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대단히 어렵다.
실제로 T1은 현재 멤버로 3년을 같이 플레이 하며 호흡을 맞춘 팀이다. 그 기간 중 팀 전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며, 팀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전력이 상승했다는 것 또한 팀 웍과 선수들의 시너지가 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경기 예상
지난 디플러스 기아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와 달리 이 경기는 무난한 T1의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다. kt롤스터의 최고점이 5세트 중 3세트 이상 터지지 않는 한 승리가 어렵고, 그럴 가능성도 낮다. 변수가 많은 편도 아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저점인 상태에서도 T1에게 승리한 이력이 있지만 kt롤스터는 고점에서도 T1에게 패했다. 승리가 더더욱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T1에게 승리했던 경기에서도 단서를 찾아야 한다
메타가 바뀌기는 했지만 T1은 지금까지의 플레이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후반 지향적 플레이도 페이커가 카사딘을 선택하며 시즌 내내 많이 보여 줬고, 초반의 주도권 플레이 역시 T1의 기동성에 의한 것이 큰 편이었다. 분명 평범하지 않은 전략들이 있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2라운드에서 꺼내 들지는 않을 듯하다.
kt롤스터 입장에서도 지난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했을 당시처럼(22 월즈 결승도 포함해) 제우스를 견제해 중 후반 제우스가 크게 할 일이 없도록 만들면 분명 승리 가능성은 높아진다.
다만 T1 역시 이러한 자신들의 패배 요인을 알기에 다양한 전략과 조합을 시즌 중에 연습해 왔다. 그만큼 더 단단해졌고, 뚫기 어려워졌다.
이 경기는 kt롤스터의 파상 공세를 T1이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승리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경기다. 다만 경기 중 kt롤스터의 최 고점이 한번 정도는 터질 것이고, 다전제 경기일수록 의례 잘 안 풀리는 세트가 하나쯤 나오는 법인 만큼 3대 1 또는 3대 2 스코어로 T1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정규 시즌에서도 한 세트는 이겼다.
확률상으로는 3대 1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으며, 아쉽게도 kt롤스터의 승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진행된 플레이오프 경기들처럼 대부분의 세트에서 많은 킬이 나오지 않는 심심한 경기가 될 확률이 높지만 첫 세트만큼은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팀 성향 상 어떤 팀이든 승리 시 큰 차이를 벌리며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며, 접전 경기는 많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